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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삶의 끝에서 만나는 질문 - 너무 이른 죽음,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에 대하여
정현채.이현숙 지음 / 비아북 / 2025년 9월
평점 :

* 컬처블룸으로부터 책을 증정 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이 책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내과학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는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로 계신 정현채 교수가 쓴 책이다. 저자는 죽음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아내면서, 오랫동안 이어온 죽음학 강의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전했던 이야기와 자신이 연구해온 죽음과 영성에 관한 내용까지 이 책에 담아내고 있다.
책은 먼저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하여, 특히 자살이라는 사건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다룬다. 요즘처럼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세상을 등지고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이어지는 가운데, 자살이라는 행위가 어떤 상황에서 발생하며 그로 인해 주변인과 사회에까지 어떤 파급 효과를 일으키는지를 깊이 탐구한다. 또한 죽음 이후의 삶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 수 있는가라는 본질적인 물음까지 이어진다.
저자는 과거 활발히 연구되었던 근사 체험(NDE)에 대해서도 다룬다. 의사로서 바라본 죽음 이후의 세계, 즉 명계의 모습에 관한 연구와 사례를 정리하면서, 죽음과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해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흥미로운 지점을 제시한다.
책에는 근사 체험, 삶의 종말 체험, 사후 통신, 영매 실험실 연구, 어린아이들의 환생 연구 등 과학적이고 근거 기반의 접근이 담겨 있다. 생물학, 신경과학, 심리학, 정신의학 등 여러 학문 분야의 연구자들이 함께 밝힌 사실을 엮어내면서, 독자들은 죽음을 다양한 시각에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미국 코네티컷 대학 심리학과 교수 케네스 링의 연구, 그리고 『나는 천국을 보았다』의 저자 이븐 알렉산더 박사와 같은 연구자들의 사례가 소개되어 있어, 죽음이라는 소재를 폭넓게 탐구할 수 있게 해준다.


저자는 누구에게나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예약된 운명임을 상기시킨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지만, 그것이 언제일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죽음은 흔히 고통스럽고 두려운 존재로 각인되기 쉽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가 상상하는 죽음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시각을 제시하며, 죽음이 사람에게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체험과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은, 요즘 읽었던 여러 책들 가운데서도 이 책은 꽤나 담담하고 신선한 소재를 다루고 있었다는 것이다. 정현채 교수는 죽음을 둘러싼 담론을 학문적·영성적 주제로 확장하여 다루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주제를 계속해서 출판해 주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게 한다.
물론 아무도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해 확신할 수 없으며, 과학적으로도 명확히 규명할 수 없는 형이상학적 영역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가 밝혀낸 과학적 지식과 다양한 체험 사례를 토대로,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이 책의 강점이다. 따라서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분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