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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성의 함정
무라카미 야스히코 지음, 김준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8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증정 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이 책은 도쿄에서 출생하여 기초 정신병리학과 정신분석학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오사카 대학교 대학원 인간과학 연구과 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일본의 무라카미 야스히코 교수가 쓴 책으로, 수치와 통계들에 대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조금 다른 현실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책이다. 우리는 흔히 통계가 항상 완벽하고 그 안에 자명한 진리가 숨어 있으며, 이를 통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그러한 통계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이 책은 말해주는 것 같다.
책의 주요한 내용은 통계나 계산적인 개념 자체뿐만 아니라 그 안에 들어 있는 의미와 맥락상의 분석, 그리고 철학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 전반적으로 교양적인 측면에서 읽는 사람의 지식 욕구를 자극해 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일본의 교육학자뿐 아니라 캐나다의 의사 등 세계적인 학자들은 물론이고, 철학자, 사회복지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이야기와 인용문을 통해, 논리적으로 독자에게 내용을 전달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는 그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말들이 있다. 예를 들어 ‘보통’ 또는 ‘당연한’이라는 단어다. 그렇다면 과연 보통이란 무엇이며, 당연한 것이란 무엇인지를 하나의 단어 단위로 깊게 파고들어, 그 안에 담긴 의미를 탐구하는 부분이 등장한다. 이 책은 단편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책이 아니라, 철학적인 개념과 인문학적인 통찰을 함께 가미하여 입체적으로 정보를 전달한다는 느낌을 준다.


책의 전체 분량은 200페이지 정도로 구성되어 있어 금방 읽을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의 깊이는 두꺼운 책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깊이 있고 매력적이다.
특히 우생학에 관한 내용이 눈에 띈다. 우생학이란 과거 히틀러도 주장했던 사상으로, 장애인들이나 지적으로 열등하다고 인식되는 사람들을 사회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위험한 생각이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우생학적 개념의 기원과, 그것이 어떻게 인간에 대한 혐오, 차별, 배제로 이어졌는지를 알려주는 부분도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교양적, 역사적, 철학적 측면에서 많은 가르침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은 깊이 있는 생각을 통해 주변 사물이나 개념, 또는 당연하게 인식되고 있는 것들에 대해 고찰해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짧지만 내용이 풍부하고, 교양과 철학적 사유를 동시에 넓혀주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