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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장미의 초대 ㅣ 성인들을 위한 잔혹동화
도희 지음 / 씨큐브 / 2025년 7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증정 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머릿속 어딘가에 간직하고 있는 순수한 동화 이야기들, 그런 이야기들이 완전히 새롭게 각색되어 전혀 다른 감정과 해석을 만들어내는 책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독자에게 색다른 자극이 될 것이다. 만약 당신의 마음속에 아직 순수한 감정이 남아 있다면, 이 책은 그것을 마치 욕조에 검은 잉크를 몇 방울 떨어뜨리는 것처럼 살짝 혼탁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다소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지금처럼 무더운 여름날, 이야기를 통해 피서를 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전래동화와 명작동화, 예를 들면 흥부와 놀부, 선녀와 나무꾼, 콩쥐팥쥐, 성냥팔이 소녀, 파랑새 같은 익숙한 이야기들을 완전히 새로운 시각과 상상력으로 재해석하여 독자에게 낯설고도 흥미로운 느낌을 선사한다.
우리는 보통 이러한 동화들이 아름답고 감동적이며, 훈훈하게 마무리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해 왔다. 물론 성냥팔이 소녀처럼 비극적인 결말을 가진 동화도 있지만, 그 역시 일정한 도덕적 감동을 동반한 아름다운 이야기로 기억되곤 한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비극적인 이야기는 조금 덜 비극적으로, 반대로 해피엔딩은 조금 덜 행복하게, 즉 현실과 상상 사이의 모호하고 기묘한 균형을 통해 이야기를 새롭게 구성해낸다.
그동안 우리의 머릿속에만 존재했던 막연한 동화 속 이야기들이, 작가의 상상력으로 다시 쓰인 구체적인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로 펼쳐진다. 그 중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예로 들자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녀가 나무꾼에게 날개옷을 빼앗긴 후 강제로 결혼하여 살다가 결국 날개옷을 되찾고 하늘나라로 돌아가는 이야기까지만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하늘나라로 돌아간 선녀는 평화롭고 행복하게 지낼 것이라고 상상하곤 한다.
하지만 이 책은 바로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선녀가 과연 하늘나라에서 정말 행복하게 지냈을까? 작가는 이 지점에서 매우 기발한 상상력과 위트를 발휘해 독자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선사한다. 내가 알던 이야기의 끝을 새로운 시작점으로 삼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끌고 간다는 점이 굉장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이 책에는 단순히 그런 창의적인 전개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어린이의 시각으로는 보기 어려운, 성인 독자만이 이해할 수 있는 조금은 어둡고 혼탁하며 육감적인 분위기의 이야기들도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독자가 도저히 예상하지 못할 만큼 잔혹하고 뒤틀린 전개도 곳곳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기존 동화와는 완전히 다른 충격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독자에게 단순한 향수를 넘어, 기묘함과 통쾌함, 그리고 놀라움을 제공한다. 어린 시절의 동화에 대한 향수를 간직한 어른 독자라면, 이제는 그 동화의 그림자 같은 또 다른 이야기들도 만나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바로 이 책이 그 색다른 감정의 전환을 선사해 줄 수 있는, 올여름 가장 흥미로운 독서 경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