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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의 아기 - 세계적 심리학자 폴 블룸의 인간 본성 탐구 ㅣ 아포리아 8
폴 블룸 지음, 김수진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8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증정 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인간의 본성은 언제부터 결정되는 것일까?
이 책은 인간의 본성과 원초적인 생물학적 원리에 대해 깊이 탐구하는 책으로, 저자는 예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자 발달 심리학과 언어 심리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학자인 폴 블룸(Paul Bloom) 교수님이다. 그는 이전에 『선악의 기원』이라는 책을 통해 아기를 통해 인간 본성의 진실을 파헤친 적 있는 인물로, 이번 책에서도 인간 이해의 본질적인 물음에 답을 찾기 위해 다시금 ‘아기’라는 주제를 탐색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그렇다면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떤 연령대를 탐구해야 할까?
폴 블룸 교수는 ‘아기’에 주목한다. 아기는 인간이 가장 순수하고, 후천적 경험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상태이기에 지극히 유전적이고 본능적인 존재다. 따라서 아기를 분석함으로써 우리는 인간의 본질적인 특징들을 가장 잘 들여다볼 수 있으며, 이러한 연구는 진화론, 진화심리학, 진화생물학을 이해하는 데도 커다란 도움이 된다.
개인적으로 나는 진화심리학이라는 분야에 큰 흥미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은 더욱 인상 깊게 다가왔다. 데이비드 버스의 저서들을 비롯해 『빈 서판』, 『이기적 유전자』 같은 책들을 이미 접한 바 있고, 인간 본성에 대해 계속해서 탐구해 오던 차에, 이 책은 특히 ‘인간 아기’라는 원초적인 존재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신선하고도 근본적인 지식을 전해주는 책이라 느꼈다.
또한 이 책은 단지 진화생물학이나 심리학에만 머물지 않는다. 뉴턴, 아인슈타인 같은 과학자들뿐만 아니라, 피터 싱어, 로크와 같은 철학자들의 사상도 함께 다루면서 철학과 과학을 넘나드는 다양한 관점이 통합되어 있다. 단순히 과학적 결론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철학자들의 견해를 바탕으로 인간의 본성에 대한 다층적인 해석을 제공하는 책이다.
그 덕분에 읽는 동안 나 스스로도 문해력이 향상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고,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학문적 접근으로 바라보는 융합적 사고가 가능해졌다. 교양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가치 있는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책의 초반부에서는 자폐아에 대한 연구로 시작된다. 자폐아와 일반인의 차이는 무엇이고, 그들이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파헤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감정과 본성에 대한 근본적인 탐색이 시작된다. 이후로도 여러 심리학자와 연구자들의 사례가 등장하며, 인간의 정서와 사고의 기원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다양한 관점에서 설명한다.


이처럼 인간 본성에 관한 심리학적 탐구는 누구에게나 흥미롭고 의미 있는 주제다. 이 책을 통해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왜 그런 방식으로 행동하고 사고하는지를 보다 명확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구성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어려운 학술서가 아니라, 누구나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는 교양 도서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 나는 이 책을 보자마자 너무나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깊이 있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과학, 철학, 사회학, 인문학을 넘나드는 다양한 지식이 어우러져 있어서, 현대 지성을 추구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꼭 한 번쯤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얻게 되는 통찰은 단지 한 분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람과 세상, 그리고 나 자신을 이해하는 데까지 확장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