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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눈을 감지 않는다 - 연쇄살인범의 딸이 써 내려간 잔혹한 진실
에이프릴 발라시오 지음, 최윤영 옮김 / 반타 / 2025년 6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증정 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연쇄 살인범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생활을 하며, 그들은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는 막연한 궁금증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연쇄 살인마와 함께 집에서 생활하면서 살아가야만 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가진 저자 에이프릴 발라시오가 쓴 책으로, 책의 표지에는 ‘연쇄 살인범의 딸이 써 내려간 잔혹한 진실’이라는 무시무시한 문구가 적혀 있다. 저자인 그녀가 연쇄 살인범이었던 아버지 밑에서 자라며 보고 듣고 느낀 것, 그리고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과 나눈 이야기들에 대한 기록이 이 책에 담겨 있다.
무조건 줄글로만 자신에게 있었던 일들을 회고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체로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부분들이 많아 저자가 경험했던 당시의 사건과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지는 느낌이 들었고, 그런 점에서 책에 굉장히 몰입되는 경험을 했다. 보통 나는 지식 책을 많이 읽고 예전에는 에세이를 잘 읽지 않았지만, 에세이에는 유익한 내용도 많고 삶을 담은 글이 많아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 책은 논픽션임에도 불구하고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책의 뒷면에는 ‘일그러진 인간의 내면을 잔인할 만큼 생생하게 포착해낸 화제의 논픽션’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으며, FBI 10대 지명 수배자의 충격 실화를 담은 이야기로, 바로 연쇄 살인범이라는 범죄인의 가족이 직접 쓴 책이라는 점에서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추천하고 싶다. 전 경찰대학 교수이자 전직 국회의원이었던 표창원 소장과 이다혜 기자가 추천한 이 책은, 아버지의 행동 하나하나와 그가 내뱉은 말 하나하나까지 저자가 기억하는 모든 것을 담아냈다는 느낌을 주며, 다양한 에피소드와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들을 정리하고 있다.
가족이자 아버지와 함께했던 어린 시절을 보낸 저자이기 때문에, 그의 행동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고, 그런 점에서 연쇄 살인범의 행동을 통해 그의 성격과 사고방식을 끊임없이 추리할 수 있는 책이기도 했다. 폭력적이고 충동적인 아버지를 경험하면서 저자가 느낀 당혹감과 충격, 그리고 가정 내 불화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다량으로 담겨 있었으며, 말 그대로 연쇄 살인범 아버지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낸 저자의 담담한 회고록이 500페이지에 육박하는 방대한 분량으로 펼쳐진 책이다.


또한 그녀가 수많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어 이러한 논픽션을 출판했다는 점에서, 저자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솔직하게 담은 이야기를 세상에 공개함으로써, 범죄인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상당한 진전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연쇄 살인범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그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해 이 책은 하나의 생생한 사례를 통해 그 가능성에 접근할 수 있는 인생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느꼈다.
비록 저자가 보고 들은 내용들을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어 저자 자신에 대한 내용이 많지만, 많은 독자들은 나처럼 ‘연쇄 살인범이었던 아버지’에게 초점을 맞추고 책을 읽게 되지 않을까 싶다. 더 빨리 신고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저자 에이프릴이, 아버지 사망 이후 모든 진실을 세상에 밝히기로 결심하며 출간한 생생한 기록이 담긴 이 논픽션 에세이는, 더 많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