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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장마르크 로셰트 지음, 조민영 옮김 / 리리 / 2022년 2월
평점 :
자연과 인간은 공존할 수 있을까. 함께 살아가며 평화롭게 살 수 있다면 답은 Yes 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인 가스파르처럼 겨울 어느 날 눈으로 뒤덮인 산에서 개 한 마리와 함께 양을 기르는 양치기로서, 호시탐탐 자신의 양을 공격하기 위해 허술한 틈을 노리는 늑대들이 상대라면 그때도 과연 서로 조화를 이루며 공존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책의 맨 끝에는 엑스-마르세유 대학의 철학 연구가인 바티스트 모리조 교수의 작품 해설을 통해 폭넓은 작품 이해를 시도할 수 있다. 그의 해설과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나는 나의 의견을 담아 서평을 적어보고자 한다.
이 책은 만화책이다. 독일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유년기를 보낸 저자인 장 마르크 로셰트가 글과 그림을 맡아 창작한 동화 같은 이야기이다. 이 책의 대상 연령대는 어린아이들은 물론이고 성인까지 다양하게 접할 수 있지 않나 싶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이 책을 보는 경우에도 성인과 마찬가지로 독자들은 얼어붙은 겨울 산과, 서로를 공격해 생명을 위협하는 자연의 냉혹함을 깨닫게 되는 동시에, 한 노인에게 놓여진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과 잃어버린 그의 소중한 것들을 회상하는 장면에서 등장 인물에 감정을 이입할 수 있고,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연령대와 관계없이 남녀노소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으며, 책을 읽는 과정에서 독자들은 자연과 생명, 죽음, 그리고 생존의 경쟁에 대한 그들만의 철학적인 고찰을 할 시간이 마련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이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우리가 당연시하거나 혹은 평소에 그다지 오래,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주제들을 기습적으로 제시하는 듯하다.
주인공인 노인 가스파르가 잃은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는 이 책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자세히 언급할 수는 없으나, 그가 잃어버린 그의 보물들에 대해 그는 내면으로부터 차오르는 고뇌와 극도의 그리움에 사로잡히는 장면에서, 우리는 스트레스에 사로잡힌 한 사람의 모습과 트라우마적인 내면을 느낄 수 있다. 늑대를 공격해 제거하려고 하는 가스파르와, 그의 양들을 위험에 처하게 하며 가스파르의 라이벌로 등장하는 늑대는 과연 얼어붙은 겨울 산에서 공존할 수 있을 것인가.
자연과 경쟁, 삶과 죽음, 본능과 공생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존재에 대한 깊은 생각으로 이끄는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작가의 작화는 한 컷 한 컷이 명작을 연상케 하고, 눈 덮인 산에 대한 그림에서의 묘사가 매우 잘 드러나 있다. 만화책이기 때문에 아이들은 흥미를 가지고 독서를 시도할 수 있고, 어른들도 마찬가지로 금방 술술 읽어 나갈 수 있는 책이다.
* 도서 증정 감사합니다. (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