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의 전시관
설혜원 지음 / 델피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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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일곱 편의 개별적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 소설책이다. 다양한 이야기가 전시되어 있는 소설책이어서 저자가 제목을 '허구의 전시관'으로 지은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제목은 허구이지만 그 내용은 실생활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즉, 우리 주변에 대한 묘사가 매우 자세하게 실제적이고,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도 꽤 많이 담겨있는 것 같다.


1편은 콜라를 훔쳐 간 콜라 도둑에 관한 이야기이다. 나는 저자가 여러 가지 직업을 많이 경험해 본 사람인가 싶어서 저자의 이력이 쓰여 있는 앞부분을 몇 번이나 들춰봤다. 어떤 특정 직업군이 경험할 법한 상황에 대한 묘사가 너무 자세해서 그 직업을 실제로 일정 기간 동안 경험해 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는 내용들이 곳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콜라 도둑 이야기는 병원에서 간호사들과 환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황이 묘사되어 있는데, 병원에서 직원들끼리 사용하는 표현이라든지, 아니면 병원 내 도구들의 명칭들도 일반인이라면 쉽게 알 수 없을 법하다. 


작가는 부수적인 작은 소재들에 대한 묘사들을 할 때도 그저 흘려보내는 것처럼 언급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이 책은 묘사의 초점이 흐릿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작은 소재 하나, 단어 하나를 음미할 수 있어서 읽는 맛이 있다.


일곱 편의 이야기 중에서 앞부분에는 숲에서 나무를 하다가 도끼질을 멈춰 달라는 여인의 목소리를 듣고 주저하던 나무꾼이 공간을 전이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이 부분은 흡사 요즘 일본 라이트노벨(일명 라노벨)이나 애니메이션으로 곧잘 떠오르고 있는 이세계 환생이나 전이물을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었다. 과거의 인물이 현재와 연결되어 살아 숨 쉬는 평행 우주의 관점이 드러나 한계를 가늠할 수 없는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이 드러난다.


여러 단편 이야기로 책 한 권을 구성하였고 모든 편이 흥미롭고 결말을 가늠하기 어려워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긴장감을 붙잡고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저자의 이야기를 읽을 때, 우리나라에서는 최고의 외국인 작가 중 한 명으로 정평이 나 있는 프랑스의 유명한 작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곳곳에서 떠오르기도 했다. 오늘날의 반복적인 일상에 무력해져 상상력이 고갈되어가는 지금, 이 책이 독자들의 상상력을 일으키는 뇌의 한 부분을 자극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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