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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치밀하고 친밀한 적에 대하여 - 나를 잃어버리게 하는 가스라이팅의 모든 것
신고은 지음 / 샘터사 / 2022년 1월
평점 :

가스라이팅이란 정확히 무엇이라 정의할 수 있을까. 나는 요즘 이슈가 되는 용어인 '가스라이팅'에 대하여 어떤 한 사람이 자신이 타깃으로 잡은 목표물을 마치 사자가 아기 사슴을 사냥하듯이 먹잇감처럼 노리고 달려드는 것이라고 막연하게 알고 있었다. 그리고 개중에는 성범죄와 접목시켜 남자가 피해 여성을 정서적으로 길들이거나 자신에게 복종하도록 종속시킨 후 성적으로 착취하는 일명 '그루밍 성범죄'와 연계할 수 있는 개념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어느 정도는 맞는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은 심리학 교수이자 저자가 독자들에게 '가스라이팅'이 대체 무엇인지 설명하고 이에 대한 정의를 명확하게 제시하며, 가스라이팅이 진행되는 상황을 심리학적으로 어떻게 분석할 수 있는지 전문가적인 시각을 아낌없이 제공하고 있다.
이 책의 큰 장점이자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요소로서 단연 꼽을 수 있는 것은, 가스라이팅이 진행되고 있는 사례가 우리 사회에 은근히 많기 때문에 실생활뿐만 아니라 영화나 문학 작품 등에도 가스라이팅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데, 저자가 그러한 작품들에서 가스라이팅 사례를 설명해 주고 이를 전문적인 심리학 용어로서 분석해 준다는 점이 매우 인상 깊고 만족스러웠다. 이 책 덕분에 나는 그것이 실제 상황이든, 아니면 영화 등 작품의 허구적인 상황이든 다양한 가스라이팅 상황은 우리에게 발생할 수 있다는 자각을 하게 되었다. 사람을 정서적으로 종속시키는 과정이 매우 잘 짜인 특이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이것이 가스라이팅이라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심코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도 한다. 가해자인 가스라이터가 피해자에 대해 어떤 방법을 사용하며, 어떻게 정서적으로 자신 아래에 종속시키는지에 대한 내용과, 피해자인 가스라이티는 이러한 위험할 수 있는 상황에서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준다.
요즘은 남녀 충돌 등 성별에 관한 이슈가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언론에서조차 서로의 성별의 차이를 논하며 양 측이 설전을 이어가고, 이 상황은 마치 끝이 보이지 않을 것처럼 느껴질 만큼 잦아지고 있다. 참고로 내가 이 책은 완독했을 때, 남녀 갈등이나 성별 논쟁, 또는 페미니즘에 관한 내용은 전혀 없으니 행여나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라는 용어만으로 이에 대한 거부감이 드는 사람은 염려하지 말고 책을 집어 들고 읽어보라. 이 책은 남녀 갈등과는 전혀 관련이 없으며, 심리학 교수인 전문가가 오늘날 이슈어인 가스라이팅에 대해 자세하고도 학술적으로, 그러면서도 교양 심리학적 성격에 맞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흥미로운 양질의 도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