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담담한 인생 이야기이자, 한 명의 남자가 자신이 걸어온 길을 떠올리며 낙엽 조각에 추억을 적어내듯 솔직하고도 담백하게 이야기를 적어내린 수필집이다.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군 조종사로서 국가에 평생을 영예로이 헌신했던 저자는 문학상을 수상하며 문인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60여년 간 지속되었던 이야기를 책 한권에 모두 담을 수는 없을지라도, 이 책은 저자의 생각을 담지 못할 만큼 작지는 않다. 그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기 때문에 군인으로서 살아온 그의 사관학교 시절 이야기 또한 담겨 있으며, 책을 한 장, 한 장씩 읽어내려 갈 때마다, 저자인 아들을 지극히 사랑하는 어머니의 눈물 자국이 이 책에도 떨어져 내려 조용히 담겨있는 것처럼 느껴지곤 한다.

화려한 CG나 특수효과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인간극장" 이라는 TV프로그램을 선호하곤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그 프로그램이 한 사람의 소중한 일대기를 담아내고 있으며, 시청자들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눈으로 보고 느끼며 감상에 젖을 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이 책 또한 저자의 이야기를 읽어 나가며 푸근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대목들이 많다. 어머니와의 추억과 그녀가 생전 남긴 말이 적혀있는 장면은 매우 감동적이다. 그리고 겨울이 가면 화사한 순환의 계절인 봄이 오듯이, 결국 어머니를 떠나보내며 마음에 담아두고 감정을 절제하는 저자의 모습이 애처롭고 감동적이다.

저자가 걸어온 삶과 시간의 조각들을 담아 낸 이 책은 그가 생각하고 느꼈던 여러가지 개별적인 이야기들이 등장하며, 독자들은 사회적으로 원숙하고 연륜있는 한 남자가 바라보는 대상에 대해 품은 생각의 보따리들을 풀어가며 그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다. 어머니의 사랑을 받는 아들에서, 이제는 그녀로부터 받은 사랑을 자신의 아들에게 돌려주는 아버지로서의 모습을 그리는 저자의 모습이 드러나 있다. 그러므로 책은 한 권의 분량이라도 한 사람의 인생의 윤곽을 담기에는 부족하지 않으며, 이 책 또한 그러한 이유로 작은 책은 아니다. 숨가쁘게 서둘러야만 하는 현대인에게 이 책은 따뜻하고 푸근한 휴식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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