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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사라지지 않아
양학용 지음 / 별글 / 2021년 12월
평점 :

인간이 길을 따라가는 것인가, 아니면 길이 인간을 따라가는 것인가. 여행이란 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둘 다 해당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은 여행을 위해 길을 따라가고 높은 산을 오르고, 고산병의 위험을 감수하며 등산을 하고 미지를 탐험하지만, 모험의 여정 또한 인간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기 때문에 인간이 길을 따라가고, 길 또한 인간을 따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10여명의 청소년들과 히말라야와 인도 등지를 여행하며 밟아나간 과정을 기록한 신선한 여행기인 이 책은 여행이 무엇인지 정수를 깨닫게 해 주는 책이다.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매우 높은 산을 오를 때에는 어떻게 그들의 호흡을 가다듬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책에서 이야기하는 여행의 장면 하나하나에서 생동감을 느끼게 해준다.
이 책의 내용은 비단 저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함께 한 십여 명의 청소년들과의 이야기라고 보면 더 정확하다. 히말라야 고지를 여행하면서 그들이 느낀 기억의 조각 하나하나를 적어놓아서 그들과의 추억을 더욱 강렬하게 만들기도 한다. 때로는 저자의 이야기로, 다른 때에는 학생들과 나눈 대화들이 본문을 이루면서 책을 읽는 내내 생생함과 즐거움이 가시지 않게 해주는 듯 하다.
대한민국에서는 당연하게 여길 수 있는 것이지만 오지에서도 콸콸 흘러나오는 수돗물을 보며 색다른 기쁨과 행복감을 느끼는 아이들의 모습과 고산병으로 인해 고생하며 산소 마스크를 쓰며 치료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낙관과 쾌활함을 놓지 않는 학생들의 모습이 실로 감동적이었다. 이 책을 보며 나는 달라진 환경에 적응해가며 어려움을 이겨내며 줄곧 한 걸음, 한 걸음씩 여정의 발길을 내딛어 나가는 학생들의 분투를 엿볼 수 있었다. 당연하게끔 여겨진 것들이 사실은 필수 불가결한 소중하고 가치있는 것들이었다는 점을 학생들의 순수하고 도전적인 열정을 통해 배우고 또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