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쫌 아는 10대 - 왜 생겨났고, 왜 필요하고, 왜 지켜야 할까? ㅣ 사회 쫌 아는 십대 20
김나영.김택수 지음, 방상호 그림 / 풀빛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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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사회과교육을 전공한 저자는 중학교 사회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더불어 학생들이 실험과 게임을 통해 경제 이론을 체득할 수 있도록 돕는 '실험 경제반'을 이끌고 있다. 얼마 전 저자가 초등학생을 위해 쓴 '열두 살 실험 경제반 아이들'을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경제 전반에 대해 알아보는 유익한 시간을 가졌던 터라 이번 신간 소식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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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생겨났고,

왜 필요하고,

왜 지켜야 할까?

법 쫌 아는 10대, 앞표지

두 살 터울의 형제는 요즘 눈만 마주치면 싸운다. 티격태격하다 보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말 중 하나가 "그런 법이 어딨어?"다. 4학년, 2학년 아이들에게 법은 어떤 의미일까?

저자는 어릴 때부터 법관이신 아버지와 '진실과 정의'에 대한 대화를 나누며 법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진실이란 게 뭘까?', '내가 보고 들은 걸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양쪽의 말이 서로 다른 사건을 해결할 땐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40년 넘게 살아왔지만 나는 여전히 이 질문들에 대해 속 시원히 대답할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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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렵과 채취를 하며 먹을 것을 찾아 이동하던 시절에도 법이 있었을까? 한 무리가 사냥에 나섰다고 해 보자. 그날따라 하늘과 땅이 도와 육중한 멧돼지 사냥에 성공했다. 사냥꾼들은 멧돼지를 둘러메고 돌아왔다. 오랜만에 고기 맛을 보게 돼 잔뜩 기대한 사람들은 어른아이할 것 없이 침을 삼키며 모여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 고기를 나눠 먹었을까? 분명 한꺼번에 달려들어 되는대로 먹어치우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때 필요한 건 도덕일까, 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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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첫 장은 '법이 없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이다. 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할 때 첫 번째로 나올법한 질문, "법을 왜 지켜야 하나요?"에 대한 답인 셈이다. 1992년 제작된 해리 훅 감독의 영화 <파리 대왕>에는 육군사관학교 소년 생도 25명이 등장한다. 이들을 태운 비행기가 무인도에 추락하자 그들은 훈련이 아닌 실제 상황임을 단번에 파악하고 살아서 구조될 방법을 의논한다. 하지만 25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무인도에서 살아남기'라는 공통의 목표를 가진 그들이었지만, 고립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각자의 본성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 같은 상황인 저자의 아빠가 성선설에 대한 조건으로 제시한 '생존에 위협이 없는 상태인 경우'를 명확히 보여준다. 1884년 여름, 대서양의 난파된 배 위에서 동료 선원에게 잡아 먹힌 17세 소년 리처드 파커의 이야기는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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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으로 돌아온 선원 3명은 파커를 죽인 뒤 먹었다는 사실을 자백했어.

"더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었습니다."라며 말이지.

사림이 극한 상황에 처하면 이런 결정을 하게 되기도 하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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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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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더 많은 사람을 위해 한 사람이 희생되는 건 정당한 일일까?

법 쫌 아는 10대, 20쪽

저자는 묻는다. <파리 대왕>에서 친구를 죽이고, 영국의 난파선에서 어린 동료를 죽여 잡아 먹기까지 한 사람들을 처벌해야 하는지, 아니면 특수한 상황에서 생존하려고 저지른 일이니 용서해 주어야 하는지.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법은 반드시 필요하고, 우리는 그걸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나는 전적으로 전자에 찬성한다. 나의 안위를 위해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것이 허용된다면, 내가 반대의 상황에 놓여도 도움의 손길을 바랄 수 없기 때문이다. 법의 대표적 특징은 강제성이다. 특정한 한두 명이 아닌 전체를 위한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함이다.







이 책은 저자와 아빠의 대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실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는 것 같아 생동감이 느껴졌다. 덕분에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법에 대해 마음을 열고 가까이할 수 있었고, 헌법에 대해 궁금해지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부모를 보고 자란다. 아이들이 대한민국 헌법을 읽고 있는 부모를 보며 자란다면 "그런 법이 어딨어?"라는 질문에 적어도 "내 맘이야!"라는 대답은 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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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의 슬기로운 철학수업 ㅣ 슬기로운 철학수업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김미조 편역 / 파랑새서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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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을 위해 밝힌 촛불은

다른 사람을 위해서도 빛난다.

모두를 위하고 싶다면,

너 자신을 먼저 위해야 한다.

쇼펜하우어의 슬기로운 철학 수업, 6쪽

책 홍보 문구를 보고 가슴이 떨리긴 오랜만이다. 나 자신만을 위해 사는 것도 아니고, 남을 위해 사는 건 더더욱 아니다. 더불어, 같이 사는 것이 이상인데, 그게 어디 쉬운가.




하지만 쇼펜하우어는 말한다. 모두를 위하고 싶다면, 너 자신을 먼저 위하라.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모두가 잘 사는 길로 통한다는 말이다. 어찌 보면 참 간단하고 당연한 말인데, 실상 우리는 그러지 못할 때가 많다.

특히 부모가 되면서부터 우리는 나 자신보다 아이가 먼저이다. 맛있는 것도 아이 입에 먼저, 따듯한 것도 편안한 것도 아이 먼저, 비록 내가 좀 고생스러워도 아이가 신나서 조잘대는 모습을 보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여행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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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이런 일이 있었다. 아이들의 식사를 챙기느라 분주하던 어느 아침. 허기가 져 내 몫의 밥을 챙겨 자리에 앉았다. 그때 둘째 아이가 놀란 눈으로 물었다.

"엄마도 같이 밥 먹으려고?"

아이들과 신랑을 챙기느라 정작 나는 제 시간에 식탁에 앉아 같이 밥을 먹지 않았던 거다. 그동안 아이의 눈에 엄마인 나는 어떤 모습으로 비쳤을까. 그날부터 되도록이면 식사 시간에 내 자리에 앉아 내 몫의 먹을 것을 챙겨 먹었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학교 생활, 관심사, 그리고 신문에서 본 기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눴다.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밥을 먹던 때보다 말이 훨씬 많아졌다. 반에서 일어난 일을 모두 얘기하고, 옆 반에서 일어난 일까지 다 얘기하느라 식사 시간은 1시간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때로는 그만 떠들고 밥 먹으라고 나무라기도 하지만 나는 안다. 나의 건강을 위해 챙기는 한 끼의 식사 시간이 아이들의 마음을 건강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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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파도가 사나우면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마찬가지로 친구든 동료든 사람들의 마음이 사납게 흔들릴 땐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좋다.

다양한 사람들과 살다보면 서로의 감정이 엇갈리고,

그에 따라 소란이 이는 것은 당연하다.

이 같은 폭풍우를 만날 때는 안전한 항구에서

파도가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쇼펜하우어의 슬기로운 철학 수업, 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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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는 이게 참 어려웠다. 어떤 일이 일어나면 빠른 시일 내에, 혹은 당장 해결해야 할 것만 같아 길길이 날뛰었다. 하지만 일이 해결되기는 커녕 조급함과 불안함에 가득 찬 상태로 이어지는 선택은 오히려 일을 더 크고 복잡하게 만들곤 했다. 그러면서 밤새 나를 괴롭혔다. 그런 일이 왜 일어난 걸까, 그 일이 있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하지만 이미 일어난 상황을 바꿀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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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 이제 나도 40대가 되었다. 나이 먹어 좋은 점도 여럿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일 줄 아는 아량이 생겼다는 거다. 심지어 될 대로 되라, 어떻게든 되겠지 뭐 하는 느긋함까지 더할 때도 있다. 그러고 나면 정말 될 대로 되는 건지, 내가 조금 천천히 해결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으나 다른 해결 방법이 생기거나 나타난다. 물론 매번 그런 것은 아니고, 좋은 방법인 줄 알았으나 오히려 더 나빠지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예전 같으면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쪼그려 앉아 벌벌 떨었을 텐데 이제 나는 아들이 둘이나 있는 슈퍼우먼이다. 어떻게 하면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해 해결할 수 있을 지 짧게 생각하고, 행동에 옮긴다. 그리고 덜 후회하기 위해 그 일로부터 나를 멀리 떨어뜨려 놓는다. 그리고 고민 거리를 부둥켜 안고 뒹굴지 못하도록 다른 일에 매진한다. 눈 앞에 생딸기 케이크 한 조각이 있는데 그걸 먹지 못하고 보기만 하는 건 고문이다. 내가 자리를 뜨던지 케이크를 치우던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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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는 '타인이 시선은 참된 행복이 머물기엔 지나치게 참담한 무대다.'라고 말한다. 살면 살수록 느끼지만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때 나 자신과 가까워지는 것 같다. 우리는 저마다 다르게 태어났고, 다르게 살아가고 있다. 그로 인해 100명이면 100개의 철학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단 하나 그 철학을 관통하는 진실이 있다. 바로 그 모든 철학은 옳다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쇼펜하우어의 슬기로운 철학 수업'을 읽고 새삼 깨달은 내 삶의 철학이다. 우리는 그저 각자 나답게 살면 되는 것이고, 나다움을 알기 위해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남이 보는 나가 아닌, 내가 보는 나에 집중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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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너머의 세계 - 의식은 어디에서 생기고 우리는 어떻게 자유로워지는가
에릭 호엘 지음, 윤혜영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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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에릭 호엘은 2018년 미국 경제 전문지인 <포브스>가 선정한 '주목할 만한 30세 미만 리더 30인 중 한 사람이다. '세계 너머의 세계'는 에릭 호엘의 첫 번째 책으로, 그는 현재 전도유망한 신경과학자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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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에 따르면, 세상을 바라보는 인간의 관점은 두 가지가 있다. 내재적 관점과 외재적 관점이 그것이다. 그 중 나는 내재적 관점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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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의식이 풍부하여 우리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표현하는 능력이 넘쳐난다.

우리는 의식을 둘러싼 언어를 가지고 있기에

정신을 유창하게 설명할 수 있다.

우리는 생각과 느낌, 기억, 성향, 감정, 감각, 지각, 혼란, 환각을 자주 언급한다.

이것들은 일상 생활의 구성 요소이자 의식 흐름의 세부 요소일 뿐만 아니라,

가장 위대한 예술가와 작가가 예술을 펼치는 소재이기도 하다.

현대인은 이런 개념에 유창하며, 친구와 가족, 적, 자신을 논하는 데 그것들을 효율적으로 사용한다.

세계 너머의 세계, 10쪽

그는 그저 시럽 같은 단맛이 아닌 약간의 자극이나 마찰을 일으키는 것이 보다 예술적인 즐거움이라 말한다. 이 같은 즐거움을 위해 우리는 무언가를 상상하는 것을 즐긴다. 새로운 경험이 어떤 것인지를 상상하는 능력은 내재적 관점과 함께 우리가 평생을 개발하는 데 쓰는 능력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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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워하고 사랑합니다.

내가 왜 이러는지, 아마 당신은 물을 테지요.

나는 모르지만, 그런 감정을 느끼고 극심한 고통에 시달립니다.

세계 너머의 세계, 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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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카툴루스가 사랑하는 연인 레스비아를 대상으로 쓴 시이다. 이같은 고대의 시를 읽다 보면 결국 사람 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고

대 이집트 시대에는 내재적 관점이란 개념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다 중세 암흑시대로 가서는 내재적 관점이 종교적인 경험에 집중되었고, 때로는 그것을 묘사한 문학에 담겨 있기도 했다. 작가는 이후 다양한 소설을 예로 들어 내재적 관점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가 '의식'이다. 가장 쉽게 말해보자면 의식은 우리가 그것을 의식하지 않을 때에도 의식을 한다는 거다. 식물 인간으로 오래 병상에 누워 있다 어느 날 기적적으로 깨어난 사람이, 그동안 다 듣고 보고 있었다 라며 복수의 칼날을 가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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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 번 읽고 덮을 책이 아니었다. 곁에 두고 조금씩 조금씩 읽고 읽고, 다시 돌아가 읽고 하며 오래도록 곁에 두는 게 좋겠다. 이 분야에 전문가가 아니라면 다소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될 테지만, 자신의 의식 세계에 대해 의문을 품고, 그것을 자세히 알아보고자 하는 과학도라면 흥미있는 독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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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앞에서 당당하고 자신 있게 말하는 법 - 학급 회장이 되고 싶은 아이들을 위한 말하기 수업
김수현 지음, 보람 그림 / 데이스타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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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4학년이 된 첫째가 학급 회장에 당선이 됐다. 압도적인 표 차이로 이뤄낸 쾌거라 온 가족이 축하를 했었다. 1학기 내내 학급 회장으로서 형의 활약을 지켜 본 둘째에게 이 책을 선물해 주고 싶었다. 형 때는 처음이라 별 도움을 주지 못했었지만 그 덕분에 둘째에게는 무엇을 어떻게 도와줘야 할 지 계획이 세워졌다. 늘 형에게 밀리는 둘째에게도 가끔 이런 특권이 주어진다.







두 살 터울의 형이 동생에게 알려준 학급 회장되기 꿀 팁 중 하나는 여자 아이들과 잘 지내라는 거였다. 학급 회장 후보에 남자와 여자가 나오면 남자 아이들은 남자를 뽑고, 여자 아이들은 여자를 뽑는 경향이 있으므로 지금부터 여자 아이들의 적이 되지 말라는 거였다. 매우 현실적이고 유용한 조언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선거 전 공약 발표에 심혈을 귀울이라는 거였다. 첫째의 경우 선거 전에 스스로 자기 소개서와 공약을 세워 글로 여러 번 정리했었다. 그리고 선거 당일 날 반 친구들 앞에서 미리 써간 공약서를 보지 않고 발표를 했다고 한다. 첫째의 말에 따르면, 그 때 자신을 바라보는 반 친구들의의 눈빛과 표정에서 당선을 예상했다고 한다. 돌이켜 보니 나 어릴 때도 그랬다. 반장 선거에 여러 후보들이 나왔지만 자기 소개하는 모습만 봐도 누가 뽑힐 지 알 수 있었다. 학급 회장에 당선되기 위해 여러 가지가 필요하겠지만 그 중 자신감이 으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조언을 곁들인다면 학급 회장은 따놓은 당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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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여도 학급 회장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해본 아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반 친구들 앞에 서서 자기 소개와 공약을 발표해야 한다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바람에 도전할 생각을 못하는 것이다. 저자는 그런 친구들을 위해 먼저 '잘 말하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루에 한 마디도 안 하고 사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말하기는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식탁 앞에 앉아 가족과 도란도란 나누는 대화나 하교 후 친구들과 모여 하는 이야기는 잘하는데, 왜 다른 사람 앞에 나서기만 하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걸까?

저자는 이 말하기 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해 '공식적인 말하기'와 '소리내어 책 읽기'를 연습하라고 이른다. 상황에 따라, 장소에 따라, 누구에게 말하느냐에 따라 말하는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루에 3분씩이라도 책을 소리 내어 읽으면 자신감이 생기고, 움츠린 어깨를 쫙 펼 수 있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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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러분들이 매일 급식 시간을 기다리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전교 어린이 회장이 된다면,

여러분들이 원하는 급식 메뉴를 설문조사로 알아보고,

영양 선생님께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친구들 앞에서 당당하고 자신있게 말하는 법, 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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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뒷부분에는 실제로 공약에 적용해 볼만한 여러 상황이 나온다. '무비 데이'를 만들어 영화를 상영한다거나 갑자기 비가 쏟아질 때를 대비한 양심 우산, 교실에 구급 상자를 비치하겠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그 중 학교 생활 중 아이들의 최대 관심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급식 메뉴에 대한 공약을 보며 나라도 그 친구를 뽑겠다 싶었다. 맛도 좋고 양도 넉넉한 급식을 책임져주는 회장이라면 모두 믿고 따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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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도 말했듯 이 책은 꼭 회장을 꿈꾸는 아이들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나 자신을 좀 더 알아가고, 그러다 보면 친구들과의 관계도 더 좋아질 것이다. 책 곳곳에 나오는 깜찍하고 귀여운 캐릭터들 보는 재미가 있고, 책의 두께도 얇아서 한 자리에서 재미있게 후루룩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현재 2학년인 둘째와 틈틈히 읽고 연습해서 학급 회장 선거에 계획적으로 도전해 봐야겠다. 아자아자,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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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아가씨
허태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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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는 재미 중 하나는 그 이야기가 얼마나 '진짜' 같냐에 달려 있다. '에이, 말도 안 돼!'가 아니라 '아~그래서 이렇게 된 거구나.'하며 빠져들 수 있는 이야기. 그리고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라 분명 이 세상 어딘가에서 숨쉬고 살고 있을 거라 믿게 되는, 혹은 믿고 싶은 매력 넘치는 등장 인물들. '호랑이 아가씨'는 그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다.



"사람을 드셨습니다. 많이 드셨어요.

여기 산왕산 지나서 한양에 가는 이들,

특히 과거 시험을 치러 가는 가난한 집안 선비를 많이 해하셔서,

현생에 관리가 될 복을 받지 못했군요.

운동 선수가 되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육상도 좋고 수영도 좋고…….

이 다부진 체격이 모두 다 전생의 덕인 것을."

호랑이 아가씨, 26쪽



주인공은 태경은 일 년에 두 번씩 있는 경찰직 공무원 필기 시험을, 내리 3년째, 도합 6번 낙방했다. 그 이유는 바로 호랑이였던 전생에 사람을 너무 많이 잡아먹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모습을 한 채 20여년을 살아왔으나 어느 날 태경은 생고기를 먹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인다. 그것도 아주 신선하여 쫄깃쫄깃하고 핏불이 흥건한 고기. 500g이 넘는 도마호크의 뼈를 아이스크림 막대를 쥐듯 움켜쥐고 뜯어먹으며 태경은 즐거워 키들거렸다. 행복이란 이런 거구나 하면서.

뿐만 아니었다. 태경의 왼손 검지에 황갈색 털이 나더니 그 끄트머리에 갈고리 형태의 긴 손톱이 솟아났다. 이 손톱은 태경의 심리 상태를 그대로 반영해 불쑥 솟아오르기도 하고, 털 속으로 숨어 들기도 한다. 태경은 제 몸 안에서 잠들어있던 사자가, 산신령이 깨어난 것에 그리 겁먹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 세상에서 이런 모습으로 살 수는 없는 노릇. 태경은 유명한 박수무당의 말을 따르기로 한다. 제 몸 안에 있는 호랑이의 영혼이 귀토할 수 있도록 딱 백 명의 사람들의 속 깊은 이야기를 들어주기로 한 것이다.



심심하면 아내와 의붓 딸을 때리던 가정 폭력범을 신고해도 어쩔 수 없다며 어깨만 으쓱하고 돌아가던 경찰, 그 남자가 죽자 살인범을 찾아 나서는 모습을 보며 태경은 환멸을 느낀다. 경찰복을 입고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일에 대한 환상을 깨뜨린 태경은 경찰 공무원 학원 동기가 몇 명 근무하고 있는 경찰서 근처에 사주카페를 차린다. 청년 창업지원금을 받아 시작한 그녀의 첫 사업체의 이름은 바로 '액운타파 사주 112'라는 사주카페를 차린다.



"처음에…… 얼마간은 손님이 없어.

자리 잡힐 때까진 다 그렇다.

실망하지 마."

호랑이 아가씨, 89쪽




엄마는 엄마다. 치킨집도 아니고 떡볶이집도 아닌 무당집을 차린 딸. 태경의 엄마는 폭력 남편에게서 도망쳐 친정 동네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며 홀로 딸을 키워냈다. 생간을 먹고 싶다며 군침을 흘리는 딸의 첫 사업을 응원하고 걱정하는 모정에 울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후 태경은 홀로, 혹은 퇴직한 경찰과 손잡고 누구도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장기미제사건을 하나씩 해결해 나간다. 그렇게 사람들의 억울함을 하나둘 풀어주는 '호랑이 아가씨' 태경이 호랑이와 인간의 모습을 오가며 전국 방방곡곡을 오르고 내리는 모습을 보니 하나의 바람이 싹텄다. 부디 우리네 하루하루가 조금은 덜 억울하길, 그래서 덜 분노하게 되길. 태경의 사주카페가 망하게 되더라도 말이다.

호랑이 아가씨
호랑이 아가씨
저자
허태연
출판
나무옆의자
발매
2024.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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