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아가씨
허태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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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는 재미 중 하나는 그 이야기가 얼마나 '진짜' 같냐에 달려 있다. '에이, 말도 안 돼!'가 아니라 '아~그래서 이렇게 된 거구나.'하며 빠져들 수 있는 이야기. 그리고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라 분명 이 세상 어딘가에서 숨쉬고 살고 있을 거라 믿게 되는, 혹은 믿고 싶은 매력 넘치는 등장 인물들. '호랑이 아가씨'는 그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다.



"사람을 드셨습니다. 많이 드셨어요.

여기 산왕산 지나서 한양에 가는 이들,

특히 과거 시험을 치러 가는 가난한 집안 선비를 많이 해하셔서,

현생에 관리가 될 복을 받지 못했군요.

운동 선수가 되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육상도 좋고 수영도 좋고…….

이 다부진 체격이 모두 다 전생의 덕인 것을."

호랑이 아가씨, 26쪽



주인공은 태경은 일 년에 두 번씩 있는 경찰직 공무원 필기 시험을, 내리 3년째, 도합 6번 낙방했다. 그 이유는 바로 호랑이였던 전생에 사람을 너무 많이 잡아먹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모습을 한 채 20여년을 살아왔으나 어느 날 태경은 생고기를 먹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인다. 그것도 아주 신선하여 쫄깃쫄깃하고 핏불이 흥건한 고기. 500g이 넘는 도마호크의 뼈를 아이스크림 막대를 쥐듯 움켜쥐고 뜯어먹으며 태경은 즐거워 키들거렸다. 행복이란 이런 거구나 하면서.

뿐만 아니었다. 태경의 왼손 검지에 황갈색 털이 나더니 그 끄트머리에 갈고리 형태의 긴 손톱이 솟아났다. 이 손톱은 태경의 심리 상태를 그대로 반영해 불쑥 솟아오르기도 하고, 털 속으로 숨어 들기도 한다. 태경은 제 몸 안에서 잠들어있던 사자가, 산신령이 깨어난 것에 그리 겁먹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 세상에서 이런 모습으로 살 수는 없는 노릇. 태경은 유명한 박수무당의 말을 따르기로 한다. 제 몸 안에 있는 호랑이의 영혼이 귀토할 수 있도록 딱 백 명의 사람들의 속 깊은 이야기를 들어주기로 한 것이다.



심심하면 아내와 의붓 딸을 때리던 가정 폭력범을 신고해도 어쩔 수 없다며 어깨만 으쓱하고 돌아가던 경찰, 그 남자가 죽자 살인범을 찾아 나서는 모습을 보며 태경은 환멸을 느낀다. 경찰복을 입고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일에 대한 환상을 깨뜨린 태경은 경찰 공무원 학원 동기가 몇 명 근무하고 있는 경찰서 근처에 사주카페를 차린다. 청년 창업지원금을 받아 시작한 그녀의 첫 사업체의 이름은 바로 '액운타파 사주 112'라는 사주카페를 차린다.



"처음에…… 얼마간은 손님이 없어.

자리 잡힐 때까진 다 그렇다.

실망하지 마."

호랑이 아가씨, 89쪽




엄마는 엄마다. 치킨집도 아니고 떡볶이집도 아닌 무당집을 차린 딸. 태경의 엄마는 폭력 남편에게서 도망쳐 친정 동네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며 홀로 딸을 키워냈다. 생간을 먹고 싶다며 군침을 흘리는 딸의 첫 사업을 응원하고 걱정하는 모정에 울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후 태경은 홀로, 혹은 퇴직한 경찰과 손잡고 누구도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장기미제사건을 하나씩 해결해 나간다. 그렇게 사람들의 억울함을 하나둘 풀어주는 '호랑이 아가씨' 태경이 호랑이와 인간의 모습을 오가며 전국 방방곡곡을 오르고 내리는 모습을 보니 하나의 바람이 싹텄다. 부디 우리네 하루하루가 조금은 덜 억울하길, 그래서 덜 분노하게 되길. 태경의 사주카페가 망하게 되더라도 말이다.

호랑이 아가씨
호랑이 아가씨
저자
허태연
출판
나무옆의자
발매
2024.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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