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 터울의 형제는 요즘 눈만 마주치면 싸운다. 티격태격하다 보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말 중 하나가 "그런 법이 어딨어?"다. 4학년, 2학년 아이들에게 법은 어떤 의미일까?
저자는 어릴 때부터 법관이신 아버지와 '진실과 정의'에 대한 대화를 나누며 법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진실이란 게 뭘까?', '내가 보고 들은 걸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양쪽의 말이 서로 다른 사건을 해결할 땐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40년 넘게 살아왔지만 나는 여전히 이 질문들에 대해 속 시원히 대답할 자신이 없다.
수렵과 채취를 하며 먹을 것을 찾아 이동하던 시절에도 법이 있었을까? 한 무리가 사냥에 나섰다고 해 보자. 그날따라 하늘과 땅이 도와 육중한 멧돼지 사냥에 성공했다. 사냥꾼들은 멧돼지를 둘러메고 돌아왔다. 오랜만에 고기 맛을 보게 돼 잔뜩 기대한 사람들은 어른아이할 것 없이 침을 삼키며 모여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 고기를 나눠 먹었을까? 분명 한꺼번에 달려들어 되는대로 먹어치우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때 필요한 건 도덕일까, 법일까?

책의 첫 장은 '법이 없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이다. 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할 때 첫 번째로 나올법한 질문, "법을 왜 지켜야 하나요?"에 대한 답인 셈이다. 1992년 제작된 해리 훅 감독의 영화 <파리 대왕>에는 육군사관학교 소년 생도 25명이 등장한다. 이들을 태운 비행기가 무인도에 추락하자 그들은 훈련이 아닌 실제 상황임을 단번에 파악하고 살아서 구조될 방법을 의논한다. 하지만 25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무인도에서 살아남기'라는 공통의 목표를 가진 그들이었지만, 고립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각자의 본성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 같은 상황인 저자의 아빠가 성선설에 대한 조건으로 제시한 '생존에 위협이 없는 상태인 경우'를 명확히 보여준다. 1884년 여름, 대서양의 난파된 배 위에서 동료 선원에게 잡아 먹힌 17세 소년 리처드 파커의 이야기는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영국으로 돌아온 선원 3명은 파커를 죽인 뒤 먹었다는 사실을 자백했어.
"더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었습니다."라며 말이지.
사림이 극한 상황에 처하면 이런 결정을 하게 되기도 하나 봐.
살기 위해서…….
그런데 더 많은 사람을 위해 한 사람이 희생되는 건 정당한 일일까?
법 쫌 아는 10대, 20쪽
저자는 묻는다. <파리 대왕>에서 친구를 죽이고, 영국의 난파선에서 어린 동료를 죽여 잡아 먹기까지 한 사람들을 처벌해야 하는지, 아니면 특수한 상황에서 생존하려고 저지른 일이니 용서해 주어야 하는지.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법은 반드시 필요하고, 우리는 그걸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나는 전적으로 전자에 찬성한다. 나의 안위를 위해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것이 허용된다면, 내가 반대의 상황에 놓여도 도움의 손길을 바랄 수 없기 때문이다. 법의 대표적 특징은 강제성이다. 특정한 한두 명이 아닌 전체를 위한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