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의 슬기로운 철학수업 ㅣ 슬기로운 철학수업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김미조 편역 / 파랑새서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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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을 위해 밝힌 촛불은

다른 사람을 위해서도 빛난다.

모두를 위하고 싶다면,

너 자신을 먼저 위해야 한다.

쇼펜하우어의 슬기로운 철학 수업, 6쪽

책 홍보 문구를 보고 가슴이 떨리긴 오랜만이다. 나 자신만을 위해 사는 것도 아니고, 남을 위해 사는 건 더더욱 아니다. 더불어, 같이 사는 것이 이상인데, 그게 어디 쉬운가.




하지만 쇼펜하우어는 말한다. 모두를 위하고 싶다면, 너 자신을 먼저 위하라.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모두가 잘 사는 길로 통한다는 말이다. 어찌 보면 참 간단하고 당연한 말인데, 실상 우리는 그러지 못할 때가 많다.

특히 부모가 되면서부터 우리는 나 자신보다 아이가 먼저이다. 맛있는 것도 아이 입에 먼저, 따듯한 것도 편안한 것도 아이 먼저, 비록 내가 좀 고생스러워도 아이가 신나서 조잘대는 모습을 보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여행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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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이런 일이 있었다. 아이들의 식사를 챙기느라 분주하던 어느 아침. 허기가 져 내 몫의 밥을 챙겨 자리에 앉았다. 그때 둘째 아이가 놀란 눈으로 물었다.

"엄마도 같이 밥 먹으려고?"

아이들과 신랑을 챙기느라 정작 나는 제 시간에 식탁에 앉아 같이 밥을 먹지 않았던 거다. 그동안 아이의 눈에 엄마인 나는 어떤 모습으로 비쳤을까. 그날부터 되도록이면 식사 시간에 내 자리에 앉아 내 몫의 먹을 것을 챙겨 먹었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학교 생활, 관심사, 그리고 신문에서 본 기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눴다.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밥을 먹던 때보다 말이 훨씬 많아졌다. 반에서 일어난 일을 모두 얘기하고, 옆 반에서 일어난 일까지 다 얘기하느라 식사 시간은 1시간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때로는 그만 떠들고 밥 먹으라고 나무라기도 하지만 나는 안다. 나의 건강을 위해 챙기는 한 끼의 식사 시간이 아이들의 마음을 건강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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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파도가 사나우면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마찬가지로 친구든 동료든 사람들의 마음이 사납게 흔들릴 땐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좋다.

다양한 사람들과 살다보면 서로의 감정이 엇갈리고,

그에 따라 소란이 이는 것은 당연하다.

이 같은 폭풍우를 만날 때는 안전한 항구에서

파도가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쇼펜하우어의 슬기로운 철학 수업, 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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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는 이게 참 어려웠다. 어떤 일이 일어나면 빠른 시일 내에, 혹은 당장 해결해야 할 것만 같아 길길이 날뛰었다. 하지만 일이 해결되기는 커녕 조급함과 불안함에 가득 찬 상태로 이어지는 선택은 오히려 일을 더 크고 복잡하게 만들곤 했다. 그러면서 밤새 나를 괴롭혔다. 그런 일이 왜 일어난 걸까, 그 일이 있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하지만 이미 일어난 상황을 바꿀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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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 이제 나도 40대가 되었다. 나이 먹어 좋은 점도 여럿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일 줄 아는 아량이 생겼다는 거다. 심지어 될 대로 되라, 어떻게든 되겠지 뭐 하는 느긋함까지 더할 때도 있다. 그러고 나면 정말 될 대로 되는 건지, 내가 조금 천천히 해결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으나 다른 해결 방법이 생기거나 나타난다. 물론 매번 그런 것은 아니고, 좋은 방법인 줄 알았으나 오히려 더 나빠지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예전 같으면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쪼그려 앉아 벌벌 떨었을 텐데 이제 나는 아들이 둘이나 있는 슈퍼우먼이다. 어떻게 하면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해 해결할 수 있을 지 짧게 생각하고, 행동에 옮긴다. 그리고 덜 후회하기 위해 그 일로부터 나를 멀리 떨어뜨려 놓는다. 그리고 고민 거리를 부둥켜 안고 뒹굴지 못하도록 다른 일에 매진한다. 눈 앞에 생딸기 케이크 한 조각이 있는데 그걸 먹지 못하고 보기만 하는 건 고문이다. 내가 자리를 뜨던지 케이크를 치우던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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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는 '타인이 시선은 참된 행복이 머물기엔 지나치게 참담한 무대다.'라고 말한다. 살면 살수록 느끼지만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때 나 자신과 가까워지는 것 같다. 우리는 저마다 다르게 태어났고, 다르게 살아가고 있다. 그로 인해 100명이면 100개의 철학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단 하나 그 철학을 관통하는 진실이 있다. 바로 그 모든 철학은 옳다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쇼펜하우어의 슬기로운 철학 수업'을 읽고 새삼 깨달은 내 삶의 철학이다. 우리는 그저 각자 나답게 살면 되는 것이고, 나다움을 알기 위해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남이 보는 나가 아닌, 내가 보는 나에 집중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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