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마을 임선생의 건강한 매일 반찬 - 조선왕조 궁중음식 기능 이수자의 손맛이 담긴 건강 반찬 142
임승정 지음 / 책밥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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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아이들의 방학을 앞둔 어느 날, 동네 육아 동지가 이렇게 말했다.

"또 돌밥 시즌이 왔구나."

잠시 고민했다. '돌아서면 밥'인지 '돌겠다 밥 때문에'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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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기간 내 손으로 직접 밥을 해 먹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왜 먹고 사는 것이 문제인지. 그에 대한 답이 먹지 않으면 살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도. 이쯤이면 이왕 먹는 거 잘 먹고 잘 살자는 전투 의지가 샘솟는다. 하지만 이내 또 하나의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어떻게' 해 먹을 것인가보다 '무엇을' 해 먹을 것인가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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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철 재료를 사용한 건강하고 맛있는 전통 음식을 중심으로 구성하였습니다. 계절에 맞는 신선한 재료로 마든 음식은 맛뿐만 아니라 우리 몸과 마음을 가장 잘 돌보는 방법입니다. 또한 추억의 음식들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내어 그 시절의 맛과 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하였고, 바쁜 일상에서도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간단하게 정리하였습니다. 집 반찬이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와 정성까지 함께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땅끝마을 임선생의 건강한 매일 반찬,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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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과 냉동 시설이 나날이 발전하면서 제철 음식에 대한 의미가 점점 빛을 발하긴 하지만 그래도 일 년 중 딱 한 때에만 먹을 수 있는 식재료는 여전히 귀하게 느껴진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봄의 제철 음식은 더욱 특별하게 대하는 것 같다. 겨우내 땅 밑에서 움츠리고 있다 기지개를 펴듯 땅을 뚫고 올라오는 그 기운을 얻고 싶어서일 것이다. 그 중 쑥은 우리 민족과 아주 인연이 깊다. 단군신화를 통해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하는 쑥은 예로부터 식재료 뿐 아니라 약용으로도 널리 쓰이고 있다. 특히 여성에게 효능이 좋아 쑥도 해 먹고, 국도 끓여 먹고, 뜸도 뜨고 좌훈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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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무엇을 해 먹을까 하며 <땅끝마을 임선생의 건강한 매일 반찬>을 살피던 중 벚꽃이 꽃망울을 터트리는 딱 이맘때 먹기 좋은 '콩가루 쑥국'이 눈에 띄었다. 재료는 쑥, 무, 생콩가루, 된장, 멸치다시마 육수, 국간장. 먼저 쑥을 깨끗이 다듬고 씻는다. 육수에 적당히 잘라 채 썬 무를 넣고 무가 투명해질 때까지 끓인다. 된장을 풀어 넣고, 국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그리고 생콩가루를 무친 쑥을 넣고 한소끔 더 끓인다. 딱 봄의 맛이다. 해마다 먹는 제철 음식이지만 아는 맛이기에 더욱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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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은 아침밥 먹으면서 점심, 저녁, 그 다음 날, 그 다음다음 날은 무엇을 먹을 건지 묻는 첫째 아들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열심히 보고 연습해서 네가 밥 좀 해라라는 의미로. 다행히 식탁 옆에 두고 오며가며 잘 보고 있다. 혹시 모르지. 이 아이가 나중에 이학박사이자 국가무형유산 '조선왕조궁중음식' 기능 이수자인 저자처럼 먹는 것에 일가견이 있는 어른이 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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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수학 이렇게만 하면 됩니다
이상숙(목동진주쌤) 지음 / 카시오페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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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읽은 책에 이런 말이 있었다. '수능의 기본은 국어에서 시작하고, 수능의 성패는 수학에 달려 있다.'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겠지만 수학은 초등학교 때부터 기초를 탄탄히 해야 한다는 말은 내가 학생일 때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아니 어쩌면 수학이 생길 때부터 있었던 말일 것이다. <초등 수학 이렇게만 하면 됩니다>의 저자는 이렇게 중요하고도 중요한 수학과 멀어지지 않고, 나아가 중고등학교에 가서도 수학을 잘하는 아이로 자라려면 초등 시기에 수학 공부의 방향과 습관을 잘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그녀는 20년 넘게 수학 교재를 만들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학부모들을 만나온 현직 엄마다. 그래서 국내외 교육 전문가들이 반기를 들고 일어나게 만든 '7세 고시'가 탄생하게 된 배경인 학부모들의 불안을 아주 잘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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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는 우리가 아이의 미래를 조금 더 나은 모습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초등 수학 이렇게만 하면 됩니다,11쪽

조금이 안 되면 아주 조금이라도 바꿀 수 없는 걸까. 아니 그냥 방향이라도 살짝 틀어주고, 입바람이라도 좀 불어주고 그러면 나보다는 나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초등학생 시절을 지나 엄마가 된 우리는 알고 있다. 아이와 나, 우리 모두를 위한다면 하루 빨리 저자의 조언을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아이를 낳고 엄마로 살아온 지 12년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여전히, 어쩌면 평생 매일매일이 새로운 생초보이고, 저자는 무수한 데이터를 가진 전문가다. 무엇보다 무려 23년 동안 수학 교재를 만들었다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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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내공의 소유자인 저자가 초등 수학 교육에 있어 가장 첫 번째로 내민 카드는 '사고력'도 아니고 '선행'도 아니고 '심화'도 아닌 '개념'이다. 일단 개념이란 무엇일까. 개념이 뭘 말하는 건지는 알겠는데 설명하라고 하면 뭐라고 해야 할 지 선명히 떠오르지는 않는다. 바로 이것이 저자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부분이다. '아는 것 같은 것'과 '정확히 아는 것'은 다르다. 많은 아이들이 여러 번 반복해서 풀었던 수학 문제 풀이법으로 '종종' 정답을 맞힌 경험 덕분에 그 문제와 관련된 개념을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한다. 수학 문제를 풀어서 답을 맞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배운 개념을 수학 문제에 정확히 적용하고, 그 문제를 통해 개념을 응용시킬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가장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요소가 바로 수학 용어를 정확히 아는 것이다.

예를 들면 '수'와 '숫자'의 개념 차이다. 언뜻 보면 무슨 말장난인가 싶지만 '수'는 숫자를 포함하여 셀 수 있는 사물을 세어서 나타낸 값이다. 이와 달리 '숫자'는 수를 나타낼 때 사용하는 기호로서 수의 속성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사탕 다섯 개'를 말할 때, 다섯은 '수'이고, 5는 '숫자'이다. 527에서 숫자 5가 나타내는 수는 500이고, 2는 20, 7은 7을 뜻한다. 각각의 숫자가 나타내는 수 500과 20, 그리고 7을 더하여 527이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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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이어지는 저자의 군더더기 없는 정보와 조언은 수학은 그저 문제를 많이 푸는 것이 유리하다는 나의 생각에 경고등을 켜주었다. 책을 많이 읽으면 수학을 잘 하는데 분명 도움은 되겠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 중하위권과 상위권 아이들이 문장제를 틀리는 각자의 이유가 따로 있다는 것 등은 당장 현실의 내 아이를 더욱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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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를 줄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평소 공부할 대 내가 하는 실수 유형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입니다. 평소에 연습하며 문제를 틀릴 때 문제를 틀린 이유를 간단하게라도 적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초등 수학 이렇게만 하면 됩니다, 271

어제 저녁, 요즘 혼합 계산을 배우고 있는 첫째가 연산 실수를 연달아 했다. 상위권으로 갈수록 연산의 중요성이 더욱 크기 때문에 차분하게 다시 해 볼 것을 조언했다. 하지만 계속 같은 오답만 나오자 말꼬리가 질질 늘어지고, 오르락내리락하기 시작했다. 몇 번 더 좋은 말로 권유하고 조언했으나 아이의 짜증은 점점 더해갔다. 결국 계속된 연산 실수로 시작된 짜증이 나에게까지 옮겨 붙어 "공부보다 인간이 먼저 되라!"로 터지고 말았다. 아이도 실수를 했고, 나도 실수를 했다. 물론 우리 둘 다 이런 실수가 처음도 아니고, 두세 번째도 아니다. 자기가 잘못해놓고 짜증을 내는 아이에게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한 나의 오답 노트는 거리두기이다.

공부는 아이가 하는 것이다. 부모의 조급함이나 불안감이 잘못된 방향으로 이어지면 아이가 힘들어지고 지치게 될 것이다. 또 잘못된 습관이 들면 되돌리기는 더욱 어렵다. <초등 수학 이렇게만 하면 됩니다>는 초등 수학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와 올바른 방향 제시를 하는 동시에 입시라는 출발선에 선 학부모들의 마음을 다잡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명심하자.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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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만점 비밀과외
아크미 지음 / 다산에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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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귀를 차고 콩순이와 헬로카봇을 보던 아이들이 커서 어느새 초등학교 5학년, 3학년이다.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날이 아직도 생생한데 내후년이면 첫째가 중학생이라니, 시간이 정말 빠르다. 이런 속도라면 수능까지 남은 시간이 <수능 만점 비밀 과외>의 저자인 아크미의 말대로 '조급함을 느낄 만큼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여유를 가질 정도로 긴 시간'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온탕과 탕을 오가는 엄마의 마음과는 달리 아이들은 점점 더 '공부'를 거부하고 있다. 작년 한 해, 고난의 시간을 보낸 후 어쩔 수 없이 하나둘 내려놓고 있다. 어떤 선택권없이 태어난 아이들에게 엄마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겠지만 대신 살아줄 수는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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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만점 비밀 과외>의 저자는 역대급 불수능이라고 불리는 2022학년도 수능에서 단 4문제를 틀려 전 과목 백분위 만점을 맞아 원하는 대학과 과에 입학했다. '수능 만점'은 너무 꿈같은 이야기라 꿈꾸지도 않기에 그 쪽 세상을 슬쩍 구경이나 해 보자는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길수록 나는 허리를 곧추 세웠고, 내 안에 사그라들고 있는 등불을 다시 꺼내기로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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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은 길을 걷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지,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는 필요하지 않다. 이 책은 최선을 다해 수능 준비를 하고 있지만 방향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등불'이다.

수능 만점 비밀 과외, 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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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역에 구경꾼은 필요없다. 저자는 자신의 비밀을 풀어놓기 전에 나처럼 어슬렁대는 마음으로 이 책을 보더라도 별 소득이 없을 것이라고 친절히 안내한다. 왜냐하면 <수능 만점 비밀 과외>에 소개되는 공부법은 전부 직접 적용해 봐야 하는 내용들이고, 그에 임하는 태도는 당장 전투에 나가는 장수의 마음이어야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른바 '정시 파이터'였다. 수험 생활 동안의 고독을 즐겼다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 고독이 반드시 필요한 것임을 받아들인 것만은 확실하다. 우리 앞의 고독함, 특히 자발적인 고립에서 오는 고독함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그것이 우리의 가장 큰 강점이 될 수도 있다. 고독은 깊은 몰입을 가능하게 하고, 내면의 힘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다. 또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오직 내면과 실력에만 집중할 수 있는 성찰의 시간이기도 하다. 저자는 그 시절을 이렇게 회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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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의 소음이 사라지고 이 세상에 나와 공부할 책만 남은 것 같았달까. 시간이 멈춘 것 같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시간은 빨리 흘렀다. 고독의 시간을 통해 진정한 몰입을 경험한 것이다.

수능 만점 비밀 과외, 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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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나도 '시간이 멈춘 것 같지만 그 어느 때보다 빨리 흐르는' 경험을 해 본적이 있다. 그때는 진짜 공부가 재미있었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나 스스로 책을 펼쳤고, 한 번 앉으면 그야말로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공부를 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공부보다 재미있는 것이 생겼다. 동아리 활동에 빠져 공부는커녕 수업 시간에도 집중을 못했다. 성적이 뚝뚝 떨어졌고 뒤늦게 상황을 파악했을 때는 공부가 이미 내 손을 떠난 것 같아 좌절했다.

수능을 보기 전까지 스마트폰이 없었던 저자는 이러한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공부보다 강한 도파민을 피하라'고 경고한다. 또 공부에 있어 공부법보다 중요한 것은 '몰입'과 '피드백'인데, 그 몰입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은 몰입에 뒤따라오는 묵직한 쾌감임을 강조한다. 나만의 공간에서 혼자 시간이 얼마나 흐른지도 모를 만큼 열중해서 할 일을 마친 뒤의 그 뿌듯함. 충만함. 경험해본 사람만이 아는 그 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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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그런 환경 조성이 참 힘든 세상이 되었다. 손가락 하나의 움직임만으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세상에서 도파민 중독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부보다 강한 흡입력을 가진 것들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혼자가 힘들면 믿을 만한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쉽고 빠른 쾌감이 공허함으로 이어져 진정한 몰입의 기회조차 상실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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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초격차를 만드는 독서력 수업 - 읽고, 쓰고, 생각하는 공부머리 초등에서 완성하라
김수미 지음 / 빅피시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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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야 '논술 화랑'과 '황0 수학'의 존재를 알게 됐다. "진작 알았더라면..."이라기보다 "그렇구나."일 수 있었던 이유는 꽤나 현실적이다. 일단 우리집 주변에 그들이 없다.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황0 수학'은 차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인근 도시에 있었다. 물론 서울이나 부산, 그 외 수도권 대도시 내에서 그 정도 이동은 일상이겠지만 도심에 비해서는 광야에 살다 보니 그저 '그들이 사는 세상'으로 여길 수 있는 것 같다. 솔직히 말하겠다. 내가 '논술 화랑'의 신화를 알고 나서도 시큰둥했던 가장 큰 이유는 '성적 초격차를 만드는'이라는 책 제목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에는 '성격 초격차'로 봤다. 그런데 다시 보니 '성격'이 아닌 '성적'이었고, 그냥 '격차'도 아닌 '초격차'였다. 격차의 뜻을 찾아보고 나니 괜히 마음이 더 비뚤어진다. 격차란 빈부, 임금, 기술 수준 따위가 서로 벌어져 다른 정도를 뜻한다. 한 마디로 '논술 화랑'에 다니면 상위권이 아니라 '최상위권'을 만들어주겠다는 것 같아서 입을 더욱 삐죽거리게 된다. 책 좀 읽고, 글 좀 쓴다고 인생의 레벨이 달라진다니. 이건 뭐 3개월이면 원어민처럼 말할 수 있다는 광고와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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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은 '마음 먹으면 '에 있다. 이 단어는 쉬워 보이지만 쉽지 않은 단어다. 한자어로 '마음 먹으면'을 뜻하는 단어는 결심(決心)이다. 뜻을 풀이하면 '물길을 틔운다'는 의미의 결(結)과 '마음'을 나타내는 심(心)이 합쳐진 단어로 '마음의 물길을 바꾸는 일'이라는 뜻이다. 이제 알겠는가? 마음 먹고 난 다음에 어떤 일을 하는 게 어려운 게 아니라, '마음 먹는 것' 자체가 무척 피곤한 일인 것이다. 무려 마음의 물길을 바꾸는 일이니 말이다.

성적 초격차를 만드는 독서력 수업,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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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는 '독서가'가 되기 위해서는 3개월이 아니라 3년, 누군가에게는 30년이 걸릴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건강한 몸을 가지려면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야 한다.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이 사실을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예로부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최고의 공부 비결이라는 것을 모르는 학생은 없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누군가는 읽고 쓰며, 누군가는 읽지도 쓰지도 않는다. 26년차 독서 교육 전문가인 김수미 선생님은 12세 이후 '공부 포텐'을 터트리기 위해서는 '습관' 형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배가 고파 밥을 먹으려 할 때, 외출 후 손을 씻을 때, 화창한 주말 친구와 약속을 잡을 때 '결심'한다고 하지 않는다. 이러한 일들은 어떠한 흐름의 물길을 거슬러 바꿀 필요 없이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흐름으로 행해진다. 의식하지 않았는데 나도 모르게, 어느 순간 내 몸이 저절로 행동하고 있는 것. 이 '습관'이 바로 대치동에서 재원생 5000명, 대기자 15000명이라는 위엄을 떨치고 있는 '논술 화랑'의 핵심 교육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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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책과 가까이 지내도록 돕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다. 일단 집안에 마트에서 파는 장난감은 최소화하고, 책을 읽어주고 읽어주고 또 읽어줬다.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는 그 책, <곰 사냥을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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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잡으러 간다.

큰 곰 잡으러 간다.

정말 날씨도 좋구나!

우린 하나도 안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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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강이잖아!

깊고 차가운 강물.

그 위로 넘어갈 수 없네.

그 밑으로 지나갈 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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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지!

강물을 헤엄쳐 건너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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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장면에서 엄마, 아빠와 세 아이, 그리고 강아지는 곰 사냥에 대한 부푼 기대를 한 가득 품은 채 강을 건넌다. 이후로도 숲, 진흙탕, 눈보라 등 누군가는 곰 사냥을 포기할만한 근사한 핑계 거리를 만나지만 '뚫고, 밟고, 헤치고' 나아간다. 그리고 마침내 어느 동굴에서 곰을 만난다. 커다란 곰과 마주친 가족 각자의 표정과 몸짓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다음 장면부터가 이 책의 묘미다. 가족들은 반대로 곰의 사냥감이 되어 왔던 길을 되돌아 집으로 도망친다. 그 모습을 보고 들으며 히죽히죽대던 아이들과 함께할 때면 나는 최고의 동화 구연가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 맘 때 아이들은 흥미있는 부분을 반복해서 읽어주길 바랐다. 진짜 있는 그대로, <곰 사냥을 떠나자>를 200번은 읽었을 거다. 첫째때도, 둘째 때도. '오늘의 장면'은 매일 달랐는데, 한 쪽을 열 번, 스무 번 넘게 읽은 날도 허다하다. 매번 그만 읽고 다음 장으로 넘기자며 지쳐 떨어져 나간 건 내 쪽이었다. 그러면 아이는 큰 선심을 쓰듯 책장을 넘기며 한 마디 했다. "네, 그럼 이따가 또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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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자란 첫째 아이가 김수미 선생님을 놀라게 했던 시환이와 닮아 있다. 시환이는 활자 중독 수준의 독서광이다. 선생님과 엄마의 상담이 길어지자 자꾸 보채던 시환이에게 저자는 가까이에 있던 <말의 미소>라는 책을 건네 준다. 그랬더니 2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책을 다 읽었다고 돌아왔다. 시환이의 독서력 잘 알고 있었지만, 초등학교 4학년 아이가 20분 만에 읽을 수 있는 내용의 책은 아니었다. 저자는 지루한 기다림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책을 제대로 읽지 않고 우기는 아이의 태도에 따끔한 일침을 가하기로 마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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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나오는 말 이름이 뭐야?"

"비르 아켕이요."

"어른들이 시위를 한 이유가 뭐지?"

"낙농 할당제 때문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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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발음 때문에 정확히 기억하지 못할 것 같은 이름 문제를 쉽게 맞히는 걸 보고 저자는 다소 치졸한 마음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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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백작 이름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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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미소>에서 '드빌셰즈' 백작은 주요 인물도 아니거니와 그 이름도 스치듯 몇 번 지나간다. 보다시피 쓰는 것도 읽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이름이지만 시환이는 단번에 정확히 백작의 이름을 말했다. 아이들의 독서서 시간, 아무 말 안 하면 주구장창 만화책만 들여다 보는 것이 부글부글 끓어 한 번씩 줄글 책을 적극 권장할 때가 있다. 이것도 먹고 저것도 먹듯 골고루 읽으라는 의미인데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 보면 또 만화책을 들고 있다. 내가 권해준 책을 벌써 다 읽고 만화책을 보는 거라는 뻔뻔함에 거짓말하는 나쁜 버릇을 고쳐줘야겠다는 사명감이 불타오른다. 하지만 단순 독후 문제와 나름 심도 있는 문제까지 술술 말하는 아이 앞에서 나는 곧 할 말을 잃고 돌아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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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가 되던지, 습관을 만들던지, 성적 초격차를 만들던지 일단 시작은 책을 좋아해야 한다. 좋아하려면 재미가 있어야 한다. 독서에 대한 흥미를 만들어 가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엄마와 아빠가 아이를 무릎에 앉혀 놓고 책을 읽어주는 것이 최고인 것 같다. 결국은 또 사랑이다. 훗날 성인이 된 아이들이, 언젠가 내가 곁에 없어도 엄마 냄새와 목소리, 다정한 손길을 기억하며 책장을 넘기는 독서가가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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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 코드: 더 비기닝
빌 게이츠 지음, 안진환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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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겠다. 빌 게이츠의 첫 자서전인 <소스 코드 : 더 비기닝>을 통해 그의 '남다름'에 대한 비밀을 캐내고 싶었다. 구체적으로 그가 어떤 환경에서 자랐으며, 무슨 교육을 받았고, 어쩌다가 세상을 바꾼 엄청난 일을 벌이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책을 읽고 난 뒤 내가 얻은 답은 그 어떠한 것도 빌 게이츠 혼자 이뤄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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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이의 신뢰를 얻었다고 느낍니다.

우리를 나중에 자신의 달 탐사 로켓에 태워준다고 했거든요.>

소스 코드 : 더 비기닝, 33쪽

빌 게이츠의 성공에 많은 사람이 지분을 가지고 있겠지만 그중 가장 큰 부분은 부모님과 '가미'라 불리는 외할머니일 것이다. 먼저 가미의 이야기부터 해 보자. 어린 빌 게이츠에게 단 하나의 목표가 있었다면 그것은 바로 카드 게임에서 할머니를 이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카드 게임의 최고수'였던 가미의 실력은 일종의 대물림이었다. 가미의 어머니, 혹은 그 윗 세대부터 이어온 재능은 가미의 외동딸인 빌 게이츠의 어머니에게도 일정량 전해졌다.

꼬마 빌 게이츠는 가미의 뛰어난 카드 실력에 매료되었다. 어떻게 이렇게 잘하실 수 있을까? 원래 그렇게 타고나신 걸까? 신앙심이 깊으신 할머니께 하늘이 내린 선물인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찾을 수 없었고, 할머니의 승률을 날마다 높아져만 갔다. 어린 빌 게이츠가 아무리 애를 써도 할머니를 이길 수 없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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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정도 걸렸지만, 결국 나는 꾸준히 이기기 시작했다. 그 무렵 나는 거의 틴에이저에 이르렀고, 자연스레 경쟁심도 생겼다. 새로운 기술을 배울 때 느끼는 깊은 만족감은 물론이고 정신적인 씨름도 즐기기 시작했다. 카드 게임을 통해 나는 아무리 복잡하고 불가사의해 보이는 무엇이라도 결국에는 알아낼 수 있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배웠다. 세상은 이해할 수 있는 대상이었다.

소스 코드 : 더 비기닝,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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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인 가미는 어린 손자를 봐주지 않았다. 카드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설명하지도,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가르쳐 주지도 않았다. 대신 계속 게임을 하고 또 하면서 본보기를 보여주었다. 그 과정에서 어린 빌 게이츠는 깨달음을 얻었다. 카드 게임에 담긴 미지와 운의 요소에도 불구하고 승리의 확률을 높이기 위해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나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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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의 이러한 교육을 받고 자란 운 좋은 사람이 한 명 더 있다. 바로 가미의 외동딸이자 빌 게이츠의 어머니다. 빌 게이츠의 어머니는 <잘 조직된 가정>을 운영했다. 딸 둘에 아들 하나를 둔 그녀는 사소한 일부터 중요한 결정과 계획에 이르기까지 삶의 모든 부분에 적용되는 옳은 방법과 그른 방법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보유했다. 또한 아들인 빌 게이츠의 '남다름'을 늦지 않게 알아차리고 서둘러 인정해 그에 알맞은 육아를 했다. 학교 생활에 흥미를 갖지 못하고 방황하던 빌 게이츠에게 책은 배움의 터전이었다. 아들이 책을 통해 세상과 인생을 배워간다는 것을 모를 리 없었던 그녀는 식사 자리에서만큼은 책을 내려놓게 했다. 대신 JFK 가문의 밥상 머리 교육을 본떠서 매일 저녁 각자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서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이끌었다. 그 시간에는 아이들 뿐 아니라 부모의 일상도 공유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어른들의 삶과 그들이 속한 더 넓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호기심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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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어른들과의 그 모든 교류는 과연 나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을까?

소스 코드 : 더 비기닝, 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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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은 가라, 애들은 가'하며 어른들을 상대로 약을 팔던 약장수가 있었다. 하지만 약장수가 배제시키려하면 할수록 아이들은 그 틈을 비집고 파고들었다. 넘볼 수 없는 세상에 대한 동경과 막연한 호기심이었을텐데, 빌 게이츠의 부모는 기꺼이 자신의 자녀를 어른들의 세계로 초대했다. 심지어 아이부터 어른까지 합쳐 모두 50명 정도되는 캠핑도 함께 즐겼다. 이 캠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이들이 제비 뽑기를 해서 어떤 이름이 나오든 그 가족의 오두막에 가서 그 집 어른들과 함께 저녁을 먹었던 부분이었다. 물론 본인의 자녀들 또한 그들이 뽑은 부모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아이들이 제 부모 뿐 아니라 다른 어른들과 어울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넣어 다양한 배움을 경험하게 한 이 멋진 계획을 세운 사람은 바로 빌 게이츠의 어머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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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의 고백을 이어가 보자면, 이 책에서 아이들을 '남다르게' 키울 수 있는 비밀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무슨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같은. 책을 읽고 깨닫게 된 공공연한 비밀은, '아이들은 부모의 그림자를 보고 자란다.'이다. 나는 나고, 너는 너다. 부모도 아이도 각자의 인생을 즐겁게 살며 건강한 우리를 만드는 일, 그것이 내가 발견한 소스 코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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