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과 냉동 시설이 나날이 발전하면서 제철 음식에 대한 의미가 점점 빛을 발하긴 하지만 그래도 일 년 중 딱 한 때에만 먹을 수 있는 식재료는 여전히 귀하게 느껴진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봄의 제철 음식은 더욱 특별하게 대하는 것 같다. 겨우내 땅 밑에서 움츠리고 있다 기지개를 펴듯 땅을 뚫고 올라오는 그 기운을 얻고 싶어서일 것이다. 그 중 쑥은 우리 민족과 아주 인연이 깊다. 단군신화를 통해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하는 쑥은 예로부터 식재료 뿐 아니라 약용으로도 널리 쓰이고 있다. 특히 여성에게 효능이 좋아 쑥도 해 먹고, 국도 끓여 먹고, 뜸도 뜨고 좌훈도 한다.
오늘은 무엇을 해 먹을까 하며 <땅끝마을 임선생의 건강한 매일 반찬>을 살피던 중 벚꽃이 꽃망울을 터트리는 딱 이맘때 먹기 좋은 '콩가루 쑥국'이 눈에 띄었다. 재료는 쑥, 무, 생콩가루, 된장, 멸치다시마 육수, 국간장. 먼저 쑥을 깨끗이 다듬고 씻는다. 육수에 적당히 잘라 채 썬 무를 넣고 무가 투명해질 때까지 끓인다. 된장을 풀어 넣고, 국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그리고 생콩가루를 무친 쑥을 넣고 한소끔 더 끓인다. 딱 봄의 맛이다. 해마다 먹는 제철 음식이지만 아는 맛이기에 더욱 간절하다.
사실 이 책은 아침밥 먹으면서 점심, 저녁, 그 다음 날, 그 다음다음 날은 무엇을 먹을 건지 묻는 첫째 아들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열심히 보고 연습해서 네가 밥 좀 해라라는 의미로. 다행히 식탁 옆에 두고 오며가며 잘 보고 있다. 혹시 모르지. 이 아이가 나중에 이학박사이자 국가무형유산 '조선왕조궁중음식' 기능 이수자인 저자처럼 먹는 것에 일가견이 있는 어른이 될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