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이 안 되면 아주 조금이라도 바꿀 수 없는 걸까. 아니 그냥 방향이라도 살짝 틀어주고, 입바람이라도 좀 불어주고 그러면 나보다는 나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초등학생 시절을 지나 엄마가 된 우리는 알고 있다. 아이와 나, 우리 모두를 위한다면 하루 빨리 저자의 조언을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아이를 낳고 엄마로 살아온 지 12년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여전히, 어쩌면 평생 매일매일이 새로운 생초보이고, 저자는 무수한 데이터를 가진 전문가다. 무엇보다 무려 23년 동안 수학 교재를 만들었다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엄청난 내공의 소유자인 저자가 초등 수학 교육에 있어 가장 첫 번째로 내민 카드는 '사고력'도 아니고 '선행'도 아니고 '심화'도 아닌 '개념'이다. 일단 개념이란 무엇일까. 개념이 뭘 말하는 건지는 알겠는데 설명하라고 하면 뭐라고 해야 할 지 선명히 떠오르지는 않는다. 바로 이것이 저자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부분이다. '아는 것 같은 것'과 '정확히 아는 것'은 다르다. 많은 아이들이 여러 번 반복해서 풀었던 수학 문제 풀이법으로 '종종' 정답을 맞힌 경험 덕분에 그 문제와 관련된 개념을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한다. 수학 문제를 풀어서 답을 맞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배운 개념을 수학 문제에 정확히 적용하고, 그 문제를 통해 개념을 응용시킬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가장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요소가 바로 수학 용어를 정확히 아는 것이다.
예를 들면 '수'와 '숫자'의 개념 차이다. 언뜻 보면 무슨 말장난인가 싶지만 '수'는 숫자를 포함하여 셀 수 있는 사물을 세어서 나타낸 값이다. 이와 달리 '숫자'는 수를 나타낼 때 사용하는 기호로서 수의 속성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사탕 다섯 개'를 말할 때, 다섯은 '수'이고, 5는 '숫자'이다. 527에서 숫자 5가 나타내는 수는 500이고, 2는 20, 7은 7을 뜻한다. 각각의 숫자가 나타내는 수 500과 20, 그리고 7을 더하여 527이 되는 거다.
이후 이어지는 저자의 군더더기 없는 정보와 조언은 수학은 그저 문제를 많이 푸는 것이 유리하다는 나의 생각에 경고등을 켜주었다. 책을 많이 읽으면 수학을 잘 하는데 분명 도움은 되겠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 중하위권과 상위권 아이들이 문장제를 틀리는 각자의 이유가 따로 있다는 것 등은 당장 현실의 내 아이를 더욱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