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분 100일의 명화
이윤서 지음 / 더블:엔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젠가 혼자 미술관에 가서 이런 놀이를 한 적이 있다. 그림만 보고 제목 맞추기. 나의 추측은 거의 빗나갔고, 대부분의 원제는 내게 미스터리였다. "역시 난 미술과는 거리가 멀어."하면서도 자꾸 그 주위를 빙빙 맴돌게 되는 건 왜일까.

​

​

아는만큼 보인다.

​

<하루 10분 100일의 명화>를 보는 내내 그림에 얽힌 이야기를 읽으며 "아하!" 소리를 연발했다. 화가의 마음이 되어 구석구석 꼼꼼하게 살펴본다고 했는데도 설명을 읽은 후에야 비로소 눈에 보이는 것들이 많았다. 존 에버렛 밀레이의 <눈먼 소녀>가 그랬다.

​

​

​



​

​

처음 이 그림을 만났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쌍무지개였다. 그로 인해 푸르른 초원과 들판에서 풀을 뜯는 소, 날개짓하는 새, 그리고 서로의 한 손을 꼭 잡고 있는 두 소녀의 모습까지 평화로워 보였다. 등 뒤의 무지개를 향해 몸을 반을 비틀고 있는 동생은 "언니, 무지개야. 쌍무지개!"하고 말하는 듯했다. 두 눈을 감고 있는 그 이야기를 듣는 듯 보이는 언니는 머리에 망또를 두르고 있는데 그 한 쪽에는 이게 뭔가 싶어 자세히 들여다 보게 만드는 나비 한 마리가 있었다. 거기까지 살펴본 뒤 내가 생각해 본 이 그림의 제목은 '무지개' 정도였다. 그런데 <눈먼 소녀>라니. 제목을 확인한 후에야 무지개 주위로 시커먼 하늘이 보였다. 그리고 분명 아까 무언가 마음에 걸렸지만 어깨를 으쓱하며 넘겼던 언니의 무표정이 예사롭지 않게 보였다. 그녀는 무지개를 본 적이 있었을까.

​

이 그림을 그린 존 에버렛 밀레는 19세기의 영국 화가이다. 그는 르네상스 3개 거장 중 한 명인 라파엘로의 이름을 딴 '라파엘 전파'의 대표적 화가다. 자연을 섬세하게 묘사했던 그는 실제 모델을 보고 이 그림을 그렸다. 저자의 설명을 읽고 나서야 소녀의 목에 걸린 'PITY THE BLIND', 무릎 위에 있는 아코디언 모양의 손풍금인 콘서티나가 그녀가 음악을 연주하고 적선을 받아 삶을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을 알게 됐다. 머리에 쓴 망또는 갑자기 내린 소나기를 피하기 위함이라는 것도.

그제야 두 사람의 꽉 잡은 손이 애처로워보였다. 그리고 동생의 새로운 말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언니, 무지개가 두 개나 떴어!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 일곱 가지 색의 띠가 하늘 높은 곳까지 이어져 있어. 저걸 다리 삼아 하늘 나라로 가면 엄마를 만날 수 있을까?"

쌍무지개와 두 명의 소녀. 혼자가 아니라 참 다행이다.

​

​

​

​

​



​

​

​

​

<하루 10분 100일의 명화>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한 그림 외에도 흥미로운 그림과 그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화원이 아닌데도 태조 이성계를 비롯해 조선 7대 왕의 어진을 그렸던 화가 채용신의 작품도 있다. 당시에는 여성의 그림을 그리는 일이 드물었는데, <운낭자상>은 순조 11년 '홍경래의 난'이 일어났을 때 열녀 최연홍의 열행 기록을 근거로 한 작품이다. '운낭자'는 최연홍의 초명이며, 그녀는 가산군의 군수 정시의 소실이었다. 이후 역사의 피바람에 군수 정시와 그의 시아버지는 살해되고, 아우는 큰 부상을 당했다. 그때 27살이었던 운낭자는 위험을 무릅쓰고 군수 아우의 목숨을 살려냈고, 부자의 시체를 거둬 장례를 치렀다.

​

​

조정에서는 그녀의 충절을 가상히 여겨 기적을 삭제하고 논밭을 주어 크게 표창하고 사후에는 평양의 의기 계월향의 사당인 의열사와 함께 제향을 지냈어요.

하루 10분 100일의 명화, 49쪽

저고리 아래로 드러난 여인이 풍만한 가슴과 세상 편안한 듯 안겨 있는 살이 오른 아기. 아무 정보없이 이 그림을 접한다면 누구나 이들이 모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기록을 통해 보면 이 아기는 군수 정시의 아우일 가능성이 크다. 형과 아버지를 잃은 아이를 자식처럼 보살핀 것이다. 혹자는 정시의 정실 부인 자식이라 하기도 하지만, 운낭자의 아이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고 한다. 또한 이 그림은 2012년 대한민국의 국가등록문화제 제 486호로 지정되어 역사적 가치가 높다.

​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하루 10분 100일의 명화>와 함께하며 이런 그림도 있구나, 오늘도 이만큼 알게 됐구나 뿌듯해하면 그만인 것을. 그러다 어느 날에 마음이 동하면 뭐든 그려볼 수도 있겠지. 내가 그림을 안 그려서 그렇지, 막상 그리기 시작하면 명작을 만들어 낼지도 모를 일이니. 후훗.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부모의 말투는 아이의 감정이 된다
우치다 겐지 지음, 오현숙 옮김 / 퍼스트페이지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알고 있다. 아이들이 얼마나 '엄마'인 나의 가시돋친 말에 상처받고 있는지. 나 역시 30년이 넘도록 기억하는 '그날'과 '그말'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더욱 나쁜 기억을 심어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게 참 잘 안 된다. 최근 읽은 어느 책의 메시지는 상대방에게 전하고자 하는 내용보다 말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즉, 상대에게 '무엇을' 온전히 전달하고자 한다면 '어떻게' 말할 것인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

​

​

​

<부모의 말투는 아이의 감정이 된다>의 저자는 일본의 '말투 연구소' 대표이사다. 말하기 전문가이자 '아빠'이기도 한 그는 아이 하나 키우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고 말한다. 가장 큰 원인은 아이가 부모의 말을 듣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도대체 왜 아이들은 부모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일까.

​

​

요컨대 엄마는 아이에게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명령형으로는 부모의 생각을 아이에게 '강요하고 있을' 뿐이다. 설령 아이 나름대로 "네'라고 할 수 없는 이유가 있거나 따로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모두 마음속에 묻어버리게 된다. 부모가 일방적으로 시켰기 때문에 아이는 이해가 안 되더라도 일단 따른다. 그래서 부모가 시킬 때에는 따르더라도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 다음에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된다. 결국 부모는 몇 번이고 같은 말을 되풀이해야 하게 되는 것이다.

부모의 말투는 아이의 감정이 된다, 22쪽

유독 잠이 없는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백일의 기적은커녕 초등 입학즈음까지 3시간을 이어서 잔 적이 없다. 늦게 자고, 자주 깨고, 일찍 일어났다. 이른 아침 6시경 눈을 떠 일어나자마자 놀기 시작했다.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반 년이 지났을 때, 아이를 위해 처음 문제집을 사 봤다. 초등 1학년 아이에게 아침에 놀기만 하지 말고, 공부도 좀 하고, 책도 좀 보면 오후에 더 많이 놀 수 있다며 회유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시작은 했으나 유지하는 것이 난관이었다. 이후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다사다난한 여정 끝에 첫째의 아침 공부 습관은 자리를 잡았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습량이 많아지는 것을 몸소 느꼈고, 아침에 무언가를 해냈다는 작은 성공 경험이 아이를 움직이게 했던 것 같다.

​

육아는 산 넘어 산이다. 첫째와 2살 터울의 둘째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굳이 아침 공부하는 형 옆에 붙어 앉아 무언가를 했다. 앞일 모르는 나는 둘째의 아침 공부 습관은 거저 얻는 줄만 알았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된 둘째는 요즘 거짓말'\로 하루를 시작한다. 수학 문제집에 오늘의 날짜를 쓰고 두 쪽씩 푸는 것이 아침 공부인데 어제 쓴 날짜를 오늘의 날짜로 고치고 "다 했어요."한다. 마치 초코가 묻은 손은 등 뒤로 숨기고, 입 주변에는 과자 부스러기를 잔뜩 묻힌 채 "안 먹었어요."하는 것 같아 헛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매일 아침마다 그 뻔뻔하고 성의없는 거짓말을 마주하면 화가 끓어오른다.

물론 아이의 입장은 십분 이해한다. 그저 하기 싫을 뿐이고, 제 쪽에서는 해야할 이유도 없다. 대체 아침에 공부를 하는 것과 하교 후에 노는 것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엄마가 하라고 하니 억지로 하는 척할 뿐인 것이다.

​

​

​

아빠랑 함께 놀아서 즐거웠던 기억보다 아빠가 함께 놀다가 화를 냈던 부정적인 경험을 기억하게 되어 부모와 자식 간의 바람직한 소통이 막혀버리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부모의 말투는 아이의 감정이 된다, 51쪽

​

​

Just do it.

세상 풍파를 뚫고 온 우리는 이 말의 필요성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제 막 축구를, 그보다는 축구 놀이를 시작한 아이에게는 "왜 축구는 손을 쓰면 안 돼?"라는 의문이 풀리지 않으면 계속 손으로 공을 잡게 된다. 이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부모는 나 조차도 잘 알지도 못하는 그 이유를 설명해주려 애쓰기보다 "시끄러워. 그냥 해!" 하고 윽박지르기가 쉽다.

나 역시 한때는 그런 아이였기에 그때의 답답함과 막막함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매일 '오늘'을 선물받은 둘째 아이에게 '아침'은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까. 지난 밤 잠자리에 누워 내일은 거짓말하지 말아야지 다짐했으나 또 엄마와 스스로를 속이려 한 자신을 탓하지는 않을까.

​

​

​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사람은 죽는 날에야 비로소 완성되는 걸까. '달성해 내지 못했을 때 = 해내고 있는 과정'이라는 저자의 말이 가슴에 남는다. 내일 아침은 둘째가 거짓말을 하기 전에 선수를 쳐야겠다.

"둘째야, 힘들지? 엄마도 네 나이 때 공부보다 노는 것이 훨씬 더 좋았어. 그래도 우리 해야 할 일도 하면서 먹고 놀자. 사랑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전설의 수학 1 - 숨겨진 힘은 숫자에 있다 ㅣ 전설의 수학 1
김각 지음, 이창우 그림 / 킨더랜드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들이 읽고 읽고 또 읽는 책 중에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라는 시리즈가 있다. 제목부터 흥미로워 나도 뒤늦게 따라 읽는 중인데 남자 아이라면 폭 빠질 수밖에 없겠구나 싶다. 게다가 무림의 고수는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라 기본기를 익혀 매일 갈고 닦아야 한다는 교훈이 이야기의 큰 줄기였다. <전설의 수학>은 한술 더 뜬다. 만고불변의 그 진리를 '수학'에 갖다붙였다.

​

​

​

동준의 꿈은 나무 따위는 가볍게 쓰러뜨리는 고수가 되는 것이다. 오늘도 잔뜩 부어 솥뚜껑만해진 손으로 나무를 향해 주먹을 뻗어보지만 쩌렁쩌렁한 기합 소리가 민망할 정도로 나무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지켜보던 친구 대현은 걱정인지 비웃음인지 모를 말을 내뱉으며 자리를 뜬다. 그때, '쿵' 하는 낮고 둔탁한 소리가 들린다. 소리보다는 진동에 가까운 그 이상한 기운의 끝에는 웬 아저씨가 서 있었다. 그 아저씨가 맨 몸으로 커다란 바위를 쩍 가르는 것을 본 동준은 그를 사부로 모시고자 한다. 잠깐 머뭇거리던 아저씨는 큰 결심이라도 한 듯 동준에게 자신의 은신처를 소개한다.

​

​

'박오일 수학 학원'.

사부님이 무술 고수라는 정체를 숨기고 수학 선생님 노릇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 동준은 더욱 그를 따랐다. 하지만 수련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의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몸의 한 곳을 콕 누르면 상대가 꼼짝도 못하는 점혈이나 멋지고 강한 무술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만날 힘 조절이나 숨 쉬는 연습만 시켰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먹 하나 뻗을 때도 허투루하는 법이 없었다. 주먹은 어깨와 수평, 몸통과는 90도가 되어야 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걸을 때는 네 발의 길이를 2분의 1만큼만 내딛고, 주먹을 뻗을 때는 앞발 무릎은 120도 둔각으로, 주먹을 내지를 때는 자신이 가진 힘의 5분의 4만 사용하라고 했다. 한국말이 분명한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는 동준은 답답하기만 했다. 급기야는 사부님에게 '재능이 없다'는 돌직구까지 맞은 동준은 잔뜩 풀이 죽는다.

​

​

​

"그럼, 저는 어떡해요?"

"다른 방법이 있지. 바로 기본을 잘 갖추는 것이지. 내가 재능은 만들어 줄 수 없지만 기본기는 만들어 줄 수 있어. 기초가 튼튼해야 시간이 걸리더라도 언젠가는 고수가 될 수 있지. 사실 모든 일이 다 그렇긴 하지만 말이야."

전설의 수학 1: 숨겨진 힘은 숫자에 있다, 41쪽

​

​

이후 사부님의 '번천장', 즉 하늘을 뒤집는다는 뜻으로 하늘을 향해 손을 쭉 뻗거나 상대를 위로 치는 기술을 지켜본 동준은 그동안의 의심을 거두어 들인다. 그리고 조금 더디더라도 기초부터 제대로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가슴에 새기며 기초 다지기에 중점을 둔다.

사실 이 모든 훈련은 박오일의 오랜 숙원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남 사암 북 오일'이라 불리는 이들이 있었다. 어느 날 두 사람은 누가 최고의 무술 고수인지를 가리기 위해 결투를 시작했다. 하지만 서로 공격을 주거니받거니하며 만신창이가 되도록 승부가 나지 않았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쉽사리 끝나지 않을 싸움은 그만두고, 십 년 뒤 각자의 제자와 함께 만나 그들의 무공과 지혜를 통해 승부를 가리기로 마음을 모았다. 그날 이후 박오일은 제자를 찾기 위해 전국을 떠돌았다. 하지만 스스로 무공을 익히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 바로 재능 있는 사람을 찾는 일이었다. 앞서 말했듯 동준에게는 고수의 재능은 없었다. 하지만 몸을 감싼 기운이 단단하고 거센데다 사부의 혹독한 훈련을 거친 덕분에 기초 보법이 기계처럼 정확했다. 승산이 있었다.

​

​

​

진분수, 가분수, 대분수에 대해 배우며 자신의 몸을 조절해 제대로 힘쓰는 법을 연습한 동준. 드디어 결전의 날이 밝았다. 과연 사부님 대신 대련을 할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서기도 했지만, 자신과 겨룰 상대가 다름 아닌 친구 대현이라는 사실도 놀라웠다. 박오일은 동준과의 첫 만남에 함께 있었던 대현을 보자마자 그가 마치 무협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무술 재능을 지닌 보석 같은 아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니나 다를까, 단기간의 훈련 기간 동안 대현은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혔다. 쉴 새 없이 퍼붓는 대현의 공격에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어 백기를 들까 생각하던 동준에게 숨도 제대로 쉬지 않고 공격한 탓에 어두운 보랏빛이 된 대현의 얼굴이 보였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동준은 대현의 발차기가 느려지는 순간을 주먹을 뻗었다. 봄부터 가을까지 지겹도록 반복했던 바로 그 동작이었다.

​

동준의 번천장 기술은 정확히 대현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오일의 영원한 적수인 사암마저 재능을 뛰어넘는 동준의 꾸준함을 높이 샀다.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지만 동준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를 듯했다. 이제 상대와 힘을 주고받으며 정확하게 조절하는 훈련을 위해 분수의 덧셈, 뺄셈 뿐 아니라 곱하기, 나누기까지 배워야 했지만 겁날 것이 없었다. 무술과 마찬가지로 수학도 하나씩 단계를 밟아 가면 더 큰 목표에 다다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

​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이가 있었으니 사암을 북쪽으로, 오일을 남쪽에 머물게 한 장본인인 김정의다. 그녀는 제자인 서연을 데리고 열기가 채 식지 않은 전투의 현장을 찾았다. 동준과 대현의 발자국이 흩어진 모래 자국을 유심히 살피던 김정의는 서연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산길을 내려간다.

​

​

​

"으악, 엄마! 전설의 수학 2권 언제 나와요?"

책이 도착하자마자 한 자리에서 읽어버린 아이들이 절규했다. 아이들이 이 책을 수학이 아니라 무술에 관한 이야기라고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아니면 내가 이 책을 수학 공부용이라고 믿고 싶은 건가?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는 법, 저자의 말처럼 '매일 조금씩이라도 하는 꾸준함'을 이어나간다면 수학이든 무술이든 언젠가는 이루어질테니 일단 첫걸음부터 떼어 보자.

​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초등학생이 꼭 알아야 할 독립운동가 100인 - 한국을 지킨 자랑스러운 독립운동가 이야기, 2025 하반기 청소년 교양도서 인문·사회 분야 추천도서
주환선 지음, 김태훈 감수 / 바이킹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이가 들수록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된다. 나라가 복잡할수록 목숨 바쳐 이 땅을 지켜낸 분들을 떠올리게 된다. 태극기를 들고 흔들던 손이 일제의 칼날에 의해 잘려나가자 반대쪽 손으로 태극기를 들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는 어느 여고생. 죄송스럽게도 나는 그 분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저자인 주환선은 <초등학생이 꼭 알아야 할 독립운동가 100인>의 글을 쓰고 그림도 그렸다. 일본에서 유학 생활을 하던 중 독립운동가에게 관심이 생겼고, 지금은 사명감을 가지고 독립운동가들을 더 많이 알리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 책에는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김구, 이봉창, 윤봉길, 안중근, 유관순 외에도 오직 나라 사랑하는 마음으로 짧은 생을 살다간 독립운동가 100인이 나온다. 그 중에는 우리나라의 독립을 지지하며 일본의 만행을 자신들의 나라에 알렸던 푸른 눈의 독립운동가들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여성 독립운동가들에게 더 마음이 갔다.

​

​

정정화는 서울에서 태어나 유복한 가정에서 성장했다. 어릴 적에는 두 오빠를 따라 몰래 서당에 다니면서 천자문을 배우고, 한학을 익혔다. 열한 살이 되던 해 동갑내기 친구였던 김의한과 결혼했는데, 개화파 집안에서 성장한 남편의 영향을 받아 국제 정세에 눈뜨게 됐다. 이후 그녀는 독립운동 자금 모금 및 운반, 대한민국 임시 정부 요원들의 식량 조달 및 부상자 간호 등의 임무를 맡았다. 덕분에 우리 민족의 영원한 스승이자 독립운동의 큰 별인 김구 선생에게 '한국의 잔 다르크'라 불리기도 했다.

​

김마리아 역시 황해도의 명성 있는 가문에서 태어났다.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여의고 작은 숙부인 김필순의 집에서 기거했는데 당시 김필순은 신민회 활동에 참여하고 있었다. 덕분에 김마리아는 안창호를 비롯한 독립운동가를 만날 기회가 많았고, 자연스럽게 항일 의식을 키울 수 있었다.

1913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 김마리아는 한국 최초 여성 화가인 나혜석 등과 함께 동경 여자 유학생 친목회를 결성했다. 탁월한 지도력으로 조직을 더욱 단단하게 이끌었던 김마리아는 제 1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민족자결주의를 외치는 미국의 윌슨 대통령의 뜻에 큰 영향을 받았다. 이때야말로 독립운동을 일으킬 기회라고 판단한 그녀는 2.8 독립 선언을 비밀리에 추진하면서 여학생의 독립운동을 격려했다. 더 적극적으로는 일본 유학 중에는 한 번도 입지 않았던 기모노 깊숙이 2.8. 독립선언서를 숨겨 귀국했다. 이 독립선언서 10여 장은 여성계, 교육계, 종교계 등의 지도자들에게 무사히 전달되어 이후 우리나라의 독립의 씨앗이라고 할 수 있는 3.1운동으로 이어졌다.

​

이 외에도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비행사인 권기옥은 기필코 일본으로 폭탄을 안고 날아가겠다는 각오로 비행술을 연마했다. 유관순의 스승으로 유명한 김란사는 교육에 대한 깊은 열의를 가지고 우리나라 여성 최초로 일본과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 귀국 후에는 이화 학당에서 교사로 재직하며 이화 학당 학생들의 자치 단체인 '이문회'를 이끌었다.

1916년 미국에서 열린 세계 감리회 총회에 참석하면서 미주 지역 순회 강연을 하는 등 활발한 독립운동을 이어가던 그녀는 1919년 고종으로부터 특별 임무를 받고 중국 베이징으로 갔다. 하지만 동포들이 마련한 만찬을 즐긴 후 갑자기 탈이 나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남편 하상기는 이 의문스러운 죽음을 밝히려다 일본 경찰에 끌려갔고, 감옥에서 병을 얻어 목숨을 잃었다.

​

​

​

이 책에 나온 100인 뿐 아니라 지금은 그 이름 하나조차도 전해지지 못한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을 떠올릴 때면 그저 숙연하고 감사하다. 요즘 나라 돌아가는 형편 지켜보자면 "어떻게 지켜낸 나라인데," 하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초등학생들이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 땅과 그것을 지켜내기 위해 어떤 투쟁이 있었는지 알아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책의 뒷쪽에는 부록으로 독립운동가 인물카드가 있으니 이동 중 차 안에서 하나씩 넘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얼마 전 우리의 손흥민 선수가 유로파리그에서 우승을 한 뒤 태극기를 들고 자랑스러워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독립운동가들이 지켜낸 우리 나라를 빛내고 있는 그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더 잘 될 거야, 대한민국!"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스포트라이트 - 세상을 향한 조명을 끄고 내 안의 불을 켜는 법
마이클 거베이스 외 지음, 고영훈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꽤 읽어나가다 깨달았다. 아직 서문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이 책의 저자 마이클 거베이스는 포춘 100대 기업의 CEO, 세계적인 스포츠 선수부터 올림픽 미국 대표팀까지, 분야를 막론하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들이 찾는 고성과 심리학자다. 그는 무려 7장에 달하는 서문을 통해 우리 안에 있는 FOMO(Fear of People's Opinion)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한 예로 은퇴한지 11년 만에 캐나다 소프트볼 국가대표로 복귀한 로렌 레굴라의 경험을 나누었다. 세 아이의 엄마이자 남편과 함께 사업을 운영하던 그녀가 캐나다 대표님 감독의 전화를 받았을 때 그녀는 서른아홉 살이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 다시 뛰고 싶다는 열망이 끓어올랐지만 그녀를 향한 주위의 반응은 대부분 회의적이었다. 아직 엄마의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들과 도움이 필요한 남편의 사업은 어쩌려고 그러냐, 게다가 그동안 훈련을 계속 해 온 것도 아닌데 그 나이에 어떻게 올림픽에 출전하겠느냐 같은 부정적인 말들은 그녀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나쁜 엄마로 보이면 어쩌지?', '너무 늙었다고 손가락질하면?', '결국 실패하면 어쩌지?'

​

​

​

​

​

​

사람은 모두 고유한 자질과 강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다. 명심해야 할 것은 우리는 항상 '되어가는 과정'에 있으며 우리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한 그 과정은 외부의 압력과 일상의 소음에 휩쓸리기 쉽다는 점이다. 이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 우리에게는 깊은 내적 결단과 뚜렷한 비전이 필요하다.

스포트라이트, 25쪽

​

'되어가는 중'.

물론 로렌의 도전이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엄연히 말하자면 그것은 그녀의 마지막이 아니기 때문에 실패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때문에 우리는 FOMO를 회피하거나 무시하기보다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이 배움의 기회를 통해 우리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더욱 성장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

​

​

​

루트비히 판 베토벤.

우리는 그를 가리켜 '천재', 혹은 '신이 선택한 존재'라 부른다. 그는 마치 신비로운 경지의 음악을 세상에 전달하는 사명을 띤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베토벤은 전통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예술적 길을 개척한 천재였다. 하지만 그런 베토벤조차도 무려 3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두려워하며 무너져 내렸다.

음악가로서 청력을 잃는다는 것은 사망 선고나 다름없다. 청력에 좋다는 온갖 방법을 찾아다녀 봤지만 안타깝게도 아무 효과가 없었다. 베토벤은 자신의 청각 장애를 숨기기 위해 일부러 괴짜 천재 예술가처럼 행동했다. 다른 사람이 무언가를 말해도, 소리에 대해 언급해도, 그는 마치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거나 멍하니 있다 듣지 못한 것처럼 행동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그의 천재성을 찬양했고, 그럴수록 그는 점점 더 고통스러운 생각과 감정으로 가득 찬 세계에 자신을 홀로 가두었다.

​

​

​

​

​

나는 삶을 끝내고 싶었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러나 나를 붙잡은 것은 예술이었다. 내가 세상에 남겨야 할 작품들이 있다는 것을 느꼈기에 떠날 수 없었다. 인내, 사람들이 말하듯 그것이 이제 나를 인도하는 길이며 나는 그 길을 따르기도 했다.

스포트라이트, 49쪽

"나는 귀가 들리지 않는다."

자신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엄청난 대가를 치르며 심각한 우울 속에서 자살까지 고민했던 베토벤. 그는 마침내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치명적인 결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결심한다.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가리게 되자 타인의 시선에 신경쓰며 흔들리느라 썼던 에너지를 몰입하는 데 쏟아부었다. 그 집중의 결과 청력을 완전히 읽은 상태에서도 인류 음악사에서 가장 위대한 업적 중 하나로 평가받는 마지막 교향곡을 완성했다.

1824년 5월 7일, 베토벤은 빈의 케른트너토어 극장에서 열린 교향곡 9번 초연 무대에 섰다. 10년 만이었다. 비록 귀가 들리지 않았지만, 열정을 다해 직접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연주가 끝난 후, 관객들은 모자와 손수건을 흔들며 열광적인 환호를 보냈지만 베토벤은 여전히 관객들을 등지고 오케스트라를 보고 있었다. 그 순간 그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을 향한 타인의 평가가 아닌 스스로에 대한 인정이었을 것이다.

​

​

​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다.

용감한 사람은 두려움을 느끼는 않는 사람이 아니라,

그 두려움을 정복하는 사람이다.

-넬슨 만델라(흑인 대통령)

스포트라이트, 77쪽

​

​

나에게도 꿈이 있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시간이 없다는 전형적인 핑계와 변명으로 유예하고 있다. 누군가 말했다. 꿈과 목표는 다르다고. 이제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고, 실천해 나가야할 때다. 좌우를 가리고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나에게 집중해 보자. 더 늦기 전에. 더 후회하기 전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