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수학 1 - 숨겨진 힘은 숫자에 있다 ㅣ 전설의 수학 1
김각 지음, 이창우 그림 / 킨더랜드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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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읽고 읽고 또 읽는 책 중에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라는 시리즈가 있다. 제목부터 흥미로워 나도 뒤늦게 따라 읽는 중인데 남자 아이라면 폭 빠질 수밖에 없겠구나 싶다. 게다가 무림의 고수는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라 기본기를 익혀 매일 갈고 닦아야 한다는 교훈이 이야기의 큰 줄기였다. <전설의 수학>은 한술 더 뜬다. 만고불변의 그 진리를 '수학'에 갖다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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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준의 꿈은 나무 따위는 가볍게 쓰러뜨리는 고수가 되는 것이다. 오늘도 잔뜩 부어 솥뚜껑만해진 손으로 나무를 향해 주먹을 뻗어보지만 쩌렁쩌렁한 기합 소리가 민망할 정도로 나무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지켜보던 친구 대현은 걱정인지 비웃음인지 모를 말을 내뱉으며 자리를 뜬다. 그때, '쿵' 하는 낮고 둔탁한 소리가 들린다. 소리보다는 진동에 가까운 그 이상한 기운의 끝에는 웬 아저씨가 서 있었다. 그 아저씨가 맨 몸으로 커다란 바위를 쩍 가르는 것을 본 동준은 그를 사부로 모시고자 한다. 잠깐 머뭇거리던 아저씨는 큰 결심이라도 한 듯 동준에게 자신의 은신처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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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오일 수학 학원'.

사부님이 무술 고수라는 정체를 숨기고 수학 선생님 노릇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 동준은 더욱 그를 따랐다. 하지만 수련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의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몸의 한 곳을 콕 누르면 상대가 꼼짝도 못하는 점혈이나 멋지고 강한 무술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만날 힘 조절이나 숨 쉬는 연습만 시켰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먹 하나 뻗을 때도 허투루하는 법이 없었다. 주먹은 어깨와 수평, 몸통과는 90도가 되어야 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걸을 때는 네 발의 길이를 2분의 1만큼만 내딛고, 주먹을 뻗을 때는 앞발 무릎은 120도 둔각으로, 주먹을 내지를 때는 자신이 가진 힘의 5분의 4만 사용하라고 했다. 한국말이 분명한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는 동준은 답답하기만 했다. 급기야는 사부님에게 '재능이 없다'는 돌직구까지 맞은 동준은 잔뜩 풀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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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저는 어떡해요?"

"다른 방법이 있지. 바로 기본을 잘 갖추는 것이지. 내가 재능은 만들어 줄 수 없지만 기본기는 만들어 줄 수 있어. 기초가 튼튼해야 시간이 걸리더라도 언젠가는 고수가 될 수 있지. 사실 모든 일이 다 그렇긴 하지만 말이야."

전설의 수학 1: 숨겨진 힘은 숫자에 있다, 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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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사부님의 '번천장', 즉 하늘을 뒤집는다는 뜻으로 하늘을 향해 손을 쭉 뻗거나 상대를 위로 치는 기술을 지켜본 동준은 그동안의 의심을 거두어 들인다. 그리고 조금 더디더라도 기초부터 제대로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가슴에 새기며 기초 다지기에 중점을 둔다.

사실 이 모든 훈련은 박오일의 오랜 숙원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남 사암 북 오일'이라 불리는 이들이 있었다. 어느 날 두 사람은 누가 최고의 무술 고수인지를 가리기 위해 결투를 시작했다. 하지만 서로 공격을 주거니받거니하며 만신창이가 되도록 승부가 나지 않았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쉽사리 끝나지 않을 싸움은 그만두고, 십 년 뒤 각자의 제자와 함께 만나 그들의 무공과 지혜를 통해 승부를 가리기로 마음을 모았다. 그날 이후 박오일은 제자를 찾기 위해 전국을 떠돌았다. 하지만 스스로 무공을 익히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 바로 재능 있는 사람을 찾는 일이었다. 앞서 말했듯 동준에게는 고수의 재능은 없었다. 하지만 몸을 감싼 기운이 단단하고 거센데다 사부의 혹독한 훈련을 거친 덕분에 기초 보법이 기계처럼 정확했다. 승산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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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분수, 가분수, 대분수에 대해 배우며 자신의 몸을 조절해 제대로 힘쓰는 법을 연습한 동준. 드디어 결전의 날이 밝았다. 과연 사부님 대신 대련을 할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서기도 했지만, 자신과 겨룰 상대가 다름 아닌 친구 대현이라는 사실도 놀라웠다. 박오일은 동준과의 첫 만남에 함께 있었던 대현을 보자마자 그가 마치 무협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무술 재능을 지닌 보석 같은 아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니나 다를까, 단기간의 훈련 기간 동안 대현은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혔다. 쉴 새 없이 퍼붓는 대현의 공격에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어 백기를 들까 생각하던 동준에게 숨도 제대로 쉬지 않고 공격한 탓에 어두운 보랏빛이 된 대현의 얼굴이 보였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동준은 대현의 발차기가 느려지는 순간을 주먹을 뻗었다. 봄부터 가을까지 지겹도록 반복했던 바로 그 동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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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준의 번천장 기술은 정확히 대현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오일의 영원한 적수인 사암마저 재능을 뛰어넘는 동준의 꾸준함을 높이 샀다.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지만 동준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를 듯했다. 이제 상대와 힘을 주고받으며 정확하게 조절하는 훈련을 위해 분수의 덧셈, 뺄셈 뿐 아니라 곱하기, 나누기까지 배워야 했지만 겁날 것이 없었다. 무술과 마찬가지로 수학도 하나씩 단계를 밟아 가면 더 큰 목표에 다다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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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이가 있었으니 사암을 북쪽으로, 오일을 남쪽에 머물게 한 장본인인 김정의다. 그녀는 제자인 서연을 데리고 열기가 채 식지 않은 전투의 현장을 찾았다. 동준과 대현의 발자국이 흩어진 모래 자국을 유심히 살피던 김정의는 서연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산길을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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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 엄마! 전설의 수학 2권 언제 나와요?"

책이 도착하자마자 한 자리에서 읽어버린 아이들이 절규했다. 아이들이 이 책을 수학이 아니라 무술에 관한 이야기라고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아니면 내가 이 책을 수학 공부용이라고 믿고 싶은 건가?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는 법, 저자의 말처럼 '매일 조금씩이라도 하는 꾸준함'을 이어나간다면 수학이든 무술이든 언젠가는 이루어질테니 일단 첫걸음부터 떼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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