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사부님의 '번천장', 즉 하늘을 뒤집는다는 뜻으로 하늘을 향해 손을 쭉 뻗거나 상대를 위로 치는 기술을 지켜본 동준은 그동안의 의심을 거두어 들인다. 그리고 조금 더디더라도 기초부터 제대로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가슴에 새기며 기초 다지기에 중점을 둔다.
사실 이 모든 훈련은 박오일의 오랜 숙원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남 사암 북 오일'이라 불리는 이들이 있었다. 어느 날 두 사람은 누가 최고의 무술 고수인지를 가리기 위해 결투를 시작했다. 하지만 서로 공격을 주거니받거니하며 만신창이가 되도록 승부가 나지 않았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쉽사리 끝나지 않을 싸움은 그만두고, 십 년 뒤 각자의 제자와 함께 만나 그들의 무공과 지혜를 통해 승부를 가리기로 마음을 모았다. 그날 이후 박오일은 제자를 찾기 위해 전국을 떠돌았다. 하지만 스스로 무공을 익히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 바로 재능 있는 사람을 찾는 일이었다. 앞서 말했듯 동준에게는 고수의 재능은 없었다. 하지만 몸을 감싼 기운이 단단하고 거센데다 사부의 혹독한 훈련을 거친 덕분에 기초 보법이 기계처럼 정확했다. 승산이 있었다.
진분수, 가분수, 대분수에 대해 배우며 자신의 몸을 조절해 제대로 힘쓰는 법을 연습한 동준. 드디어 결전의 날이 밝았다. 과연 사부님 대신 대련을 할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서기도 했지만, 자신과 겨룰 상대가 다름 아닌 친구 대현이라는 사실도 놀라웠다. 박오일은 동준과의 첫 만남에 함께 있었던 대현을 보자마자 그가 마치 무협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무술 재능을 지닌 보석 같은 아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니나 다를까, 단기간의 훈련 기간 동안 대현은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혔다. 쉴 새 없이 퍼붓는 대현의 공격에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어 백기를 들까 생각하던 동준에게 숨도 제대로 쉬지 않고 공격한 탓에 어두운 보랏빛이 된 대현의 얼굴이 보였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동준은 대현의 발차기가 느려지는 순간을 주먹을 뻗었다. 봄부터 가을까지 지겹도록 반복했던 바로 그 동작이었다.
동준의 번천장 기술은 정확히 대현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오일의 영원한 적수인 사암마저 재능을 뛰어넘는 동준의 꾸준함을 높이 샀다.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지만 동준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를 듯했다. 이제 상대와 힘을 주고받으며 정확하게 조절하는 훈련을 위해 분수의 덧셈, 뺄셈 뿐 아니라 곱하기, 나누기까지 배워야 했지만 겁날 것이 없었다. 무술과 마찬가지로 수학도 하나씩 단계를 밟아 가면 더 큰 목표에 다다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이가 있었으니 사암을 북쪽으로, 오일을 남쪽에 머물게 한 장본인인 김정의다. 그녀는 제자인 서연을 데리고 열기가 채 식지 않은 전투의 현장을 찾았다. 동준과 대현의 발자국이 흩어진 모래 자국을 유심히 살피던 김정의는 서연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산길을 내려간다.
"으악, 엄마! 전설의 수학 2권 언제 나와요?"
책이 도착하자마자 한 자리에서 읽어버린 아이들이 절규했다. 아이들이 이 책을 수학이 아니라 무술에 관한 이야기라고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아니면 내가 이 책을 수학 공부용이라고 믿고 싶은 건가?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는 법, 저자의 말처럼 '매일 조금씩이라도 하는 꾸준함'을 이어나간다면 수학이든 무술이든 언젠가는 이루어질테니 일단 첫걸음부터 떼어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