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말투는 아이의 감정이 된다
우치다 겐지 지음, 오현숙 옮김 / 퍼스트페이지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알고 있다. 아이들이 얼마나 '엄마'인 나의 가시돋친 말에 상처받고 있는지. 나 역시 30년이 넘도록 기억하는 '그날'과 '그말'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더욱 나쁜 기억을 심어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게 참 잘 안 된다. 최근 읽은 어느 책의 메시지는 상대방에게 전하고자 하는 내용보다 말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즉, 상대에게 '무엇을' 온전히 전달하고자 한다면 '어떻게' 말할 것인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

​

​

​

<부모의 말투는 아이의 감정이 된다>의 저자는 일본의 '말투 연구소' 대표이사다. 말하기 전문가이자 '아빠'이기도 한 그는 아이 하나 키우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고 말한다. 가장 큰 원인은 아이가 부모의 말을 듣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도대체 왜 아이들은 부모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일까.

​

​

요컨대 엄마는 아이에게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명령형으로는 부모의 생각을 아이에게 '강요하고 있을' 뿐이다. 설령 아이 나름대로 "네'라고 할 수 없는 이유가 있거나 따로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모두 마음속에 묻어버리게 된다. 부모가 일방적으로 시켰기 때문에 아이는 이해가 안 되더라도 일단 따른다. 그래서 부모가 시킬 때에는 따르더라도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 다음에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된다. 결국 부모는 몇 번이고 같은 말을 되풀이해야 하게 되는 것이다.

부모의 말투는 아이의 감정이 된다, 22쪽

유독 잠이 없는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백일의 기적은커녕 초등 입학즈음까지 3시간을 이어서 잔 적이 없다. 늦게 자고, 자주 깨고, 일찍 일어났다. 이른 아침 6시경 눈을 떠 일어나자마자 놀기 시작했다.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반 년이 지났을 때, 아이를 위해 처음 문제집을 사 봤다. 초등 1학년 아이에게 아침에 놀기만 하지 말고, 공부도 좀 하고, 책도 좀 보면 오후에 더 많이 놀 수 있다며 회유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시작은 했으나 유지하는 것이 난관이었다. 이후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다사다난한 여정 끝에 첫째의 아침 공부 습관은 자리를 잡았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습량이 많아지는 것을 몸소 느꼈고, 아침에 무언가를 해냈다는 작은 성공 경험이 아이를 움직이게 했던 것 같다.

​

육아는 산 넘어 산이다. 첫째와 2살 터울의 둘째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굳이 아침 공부하는 형 옆에 붙어 앉아 무언가를 했다. 앞일 모르는 나는 둘째의 아침 공부 습관은 거저 얻는 줄만 알았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된 둘째는 요즘 거짓말'\로 하루를 시작한다. 수학 문제집에 오늘의 날짜를 쓰고 두 쪽씩 푸는 것이 아침 공부인데 어제 쓴 날짜를 오늘의 날짜로 고치고 "다 했어요."한다. 마치 초코가 묻은 손은 등 뒤로 숨기고, 입 주변에는 과자 부스러기를 잔뜩 묻힌 채 "안 먹었어요."하는 것 같아 헛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매일 아침마다 그 뻔뻔하고 성의없는 거짓말을 마주하면 화가 끓어오른다.

물론 아이의 입장은 십분 이해한다. 그저 하기 싫을 뿐이고, 제 쪽에서는 해야할 이유도 없다. 대체 아침에 공부를 하는 것과 하교 후에 노는 것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엄마가 하라고 하니 억지로 하는 척할 뿐인 것이다.

​

​

​

아빠랑 함께 놀아서 즐거웠던 기억보다 아빠가 함께 놀다가 화를 냈던 부정적인 경험을 기억하게 되어 부모와 자식 간의 바람직한 소통이 막혀버리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부모의 말투는 아이의 감정이 된다, 51쪽

​

​

Just do it.

세상 풍파를 뚫고 온 우리는 이 말의 필요성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제 막 축구를, 그보다는 축구 놀이를 시작한 아이에게는 "왜 축구는 손을 쓰면 안 돼?"라는 의문이 풀리지 않으면 계속 손으로 공을 잡게 된다. 이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부모는 나 조차도 잘 알지도 못하는 그 이유를 설명해주려 애쓰기보다 "시끄러워. 그냥 해!" 하고 윽박지르기가 쉽다.

나 역시 한때는 그런 아이였기에 그때의 답답함과 막막함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매일 '오늘'을 선물받은 둘째 아이에게 '아침'은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까. 지난 밤 잠자리에 누워 내일은 거짓말하지 말아야지 다짐했으나 또 엄마와 스스로를 속이려 한 자신을 탓하지는 않을까.

​

​

​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사람은 죽는 날에야 비로소 완성되는 걸까. '달성해 내지 못했을 때 = 해내고 있는 과정'이라는 저자의 말이 가슴에 남는다. 내일 아침은 둘째가 거짓말을 하기 전에 선수를 쳐야겠다.

"둘째야, 힘들지? 엄마도 네 나이 때 공부보다 노는 것이 훨씬 더 좋았어. 그래도 우리 해야 할 일도 하면서 먹고 놀자. 사랑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