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그림을 만났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쌍무지개였다. 그로 인해 푸르른 초원과 들판에서 풀을 뜯는 소, 날개짓하는 새, 그리고 서로의 한 손을 꼭 잡고 있는 두 소녀의 모습까지 평화로워 보였다. 등 뒤의 무지개를 향해 몸을 반을 비틀고 있는 동생은 "언니, 무지개야. 쌍무지개!"하고 말하는 듯했다. 두 눈을 감고 있는 그 이야기를 듣는 듯 보이는 언니는 머리에 망또를 두르고 있는데 그 한 쪽에는 이게 뭔가 싶어 자세히 들여다 보게 만드는 나비 한 마리가 있었다. 거기까지 살펴본 뒤 내가 생각해 본 이 그림의 제목은 '무지개' 정도였다. 그런데 <눈먼 소녀>라니. 제목을 확인한 후에야 무지개 주위로 시커먼 하늘이 보였다. 그리고 분명 아까 무언가 마음에 걸렸지만 어깨를 으쓱하며 넘겼던 언니의 무표정이 예사롭지 않게 보였다. 그녀는 무지개를 본 적이 있었을까.
이 그림을 그린 존 에버렛 밀레는 19세기의 영국 화가이다. 그는 르네상스 3개 거장 중 한 명인 라파엘로의 이름을 딴 '라파엘 전파'의 대표적 화가다. 자연을 섬세하게 묘사했던 그는 실제 모델을 보고 이 그림을 그렸다. 저자의 설명을 읽고 나서야 소녀의 목에 걸린 'PITY THE BLIND', 무릎 위에 있는 아코디언 모양의 손풍금인 콘서티나가 그녀가 음악을 연주하고 적선을 받아 삶을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을 알게 됐다. 머리에 쓴 망또는 갑자기 내린 소나기를 피하기 위함이라는 것도.
그제야 두 사람의 꽉 잡은 손이 애처로워보였다. 그리고 동생의 새로운 말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언니, 무지개가 두 개나 떴어!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 일곱 가지 색의 띠가 하늘 높은 곳까지 이어져 있어. 저걸 다리 삼아 하늘 나라로 가면 엄마를 만날 수 있을까?"
쌍무지개와 두 명의 소녀. 혼자가 아니라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