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분 100일의 명화
이윤서 지음 / 더블:엔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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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혼자 미술관에 가서 이런 놀이를 한 적이 있다. 그림만 보고 제목 맞추기. 나의 추측은 거의 빗나갔고, 대부분의 원제는 내게 미스터리였다. "역시 난 미술과는 거리가 멀어."하면서도 자꾸 그 주위를 빙빙 맴돌게 되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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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만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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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100일의 명화>를 보는 내내 그림에 얽힌 이야기를 읽으며 "아하!" 소리를 연발했다. 화가의 마음이 되어 구석구석 꼼꼼하게 살펴본다고 했는데도 설명을 읽은 후에야 비로소 눈에 보이는 것들이 많았다. 존 에버렛 밀레이의 <눈먼 소녀>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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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그림을 만났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쌍무지개였다. 그로 인해 푸르른 초원과 들판에서 풀을 뜯는 소, 날개짓하는 새, 그리고 서로의 한 손을 꼭 잡고 있는 두 소녀의 모습까지 평화로워 보였다. 등 뒤의 무지개를 향해 몸을 반을 비틀고 있는 동생은 "언니, 무지개야. 쌍무지개!"하고 말하는 듯했다. 두 눈을 감고 있는 그 이야기를 듣는 듯 보이는 언니는 머리에 망또를 두르고 있는데 그 한 쪽에는 이게 뭔가 싶어 자세히 들여다 보게 만드는 나비 한 마리가 있었다. 거기까지 살펴본 뒤 내가 생각해 본 이 그림의 제목은 '무지개' 정도였다. 그런데 <눈먼 소녀>라니. 제목을 확인한 후에야 무지개 주위로 시커먼 하늘이 보였다. 그리고 분명 아까 무언가 마음에 걸렸지만 어깨를 으쓱하며 넘겼던 언니의 무표정이 예사롭지 않게 보였다. 그녀는 무지개를 본 적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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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을 그린 존 에버렛 밀레는 19세기의 영국 화가이다. 그는 르네상스 3개 거장 중 한 명인 라파엘로의 이름을 딴 '라파엘 전파'의 대표적 화가다. 자연을 섬세하게 묘사했던 그는 실제 모델을 보고 이 그림을 그렸다. 저자의 설명을 읽고 나서야 소녀의 목에 걸린 'PITY THE BLIND', 무릎 위에 있는 아코디언 모양의 손풍금인 콘서티나가 그녀가 음악을 연주하고 적선을 받아 삶을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을 알게 됐다. 머리에 쓴 망또는 갑자기 내린 소나기를 피하기 위함이라는 것도.

그제야 두 사람의 꽉 잡은 손이 애처로워보였다. 그리고 동생의 새로운 말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언니, 무지개가 두 개나 떴어!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 일곱 가지 색의 띠가 하늘 높은 곳까지 이어져 있어. 저걸 다리 삼아 하늘 나라로 가면 엄마를 만날 수 있을까?"

쌍무지개와 두 명의 소녀. 혼자가 아니라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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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100일의 명화>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한 그림 외에도 흥미로운 그림과 그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화원이 아닌데도 태조 이성계를 비롯해 조선 7대 왕의 어진을 그렸던 화가 채용신의 작품도 있다. 당시에는 여성의 그림을 그리는 일이 드물었는데, <운낭자상>은 순조 11년 '홍경래의 난'이 일어났을 때 열녀 최연홍의 열행 기록을 근거로 한 작품이다. '운낭자'는 최연홍의 초명이며, 그녀는 가산군의 군수 정시의 소실이었다. 이후 역사의 피바람에 군수 정시와 그의 시아버지는 살해되고, 아우는 큰 부상을 당했다. 그때 27살이었던 운낭자는 위험을 무릅쓰고 군수 아우의 목숨을 살려냈고, 부자의 시체를 거둬 장례를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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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에서는 그녀의 충절을 가상히 여겨 기적을 삭제하고 논밭을 주어 크게 표창하고 사후에는 평양의 의기 계월향의 사당인 의열사와 함께 제향을 지냈어요.

하루 10분 100일의 명화, 49쪽

저고리 아래로 드러난 여인이 풍만한 가슴과 세상 편안한 듯 안겨 있는 살이 오른 아기. 아무 정보없이 이 그림을 접한다면 누구나 이들이 모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기록을 통해 보면 이 아기는 군수 정시의 아우일 가능성이 크다. 형과 아버지를 잃은 아이를 자식처럼 보살핀 것이다. 혹자는 정시의 정실 부인 자식이라 하기도 하지만, 운낭자의 아이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고 한다. 또한 이 그림은 2012년 대한민국의 국가등록문화제 제 486호로 지정되어 역사적 가치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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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하루 10분 100일의 명화>와 함께하며 이런 그림도 있구나, 오늘도 이만큼 알게 됐구나 뿌듯해하면 그만인 것을. 그러다 어느 날에 마음이 동하면 뭐든 그려볼 수도 있겠지. 내가 그림을 안 그려서 그렇지, 막상 그리기 시작하면 명작을 만들어 낼지도 모를 일이니.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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