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종합세트

저승사자에게 잡혀간 호랑이 - 저승이야기 ㅣ 우리 문화 그림책 12
김미혜 글, 최미란 그림 / 사계절 / 2008년 3월

얼마 전 할머니가 된 친정엄마께서 7살 딸아이에게 콩쥐팥쥐이야기를 해주시더군요. 옆에서 흘려든다 보니 콩쥐팥쥐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신데렐라를 지나 선녀와 나무꾼을 지나고 백설 공주까지 각색되어 종합 이야기 세트가 되어 끝나더군요.

책의 앞 표지를 펴자마자 할머니와 귀연 손자의 그림자. 갑자기 몇일 전의 친정 엄가가 생각납니다.
“할머니 옛날이야기 해 주세요” 그림자만으로도 옛날 우리 할머니가 얼마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실지 기대하게 합니다.

우리 이야기의 호랑이는 두 가지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짖궂은 장난꾸러기 못 된 호랑이부터 착하고 순진하다 못해 바보스러운 모습까지~

이 책은 두 가지 모습의 호랑이를 모두 이야기해줍니다.

먼저 못된 호랑이는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엄마를 잡아먹고 오누이를 못살게 군 벌을 받고 이승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저승에서 너무 많은 벌을 받은 호랑이는 이승에서 다시 착하게 굴어 다음 생에는 사람으로 태어난다는 여러 이야기의 종합세트 같은 이야기라 하고 싶습니다.

이 책의 그림은  불교의 탱화를 바탕으로 하여 우리 조상들의 이승과 저승의 생각을 불교적 시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다소 어려운 이승과 저승의 이야기를 호랑이를 통해 재미있게 꾸며준 저승사자에게 잡혀간 호랑이가 아무래도 기억 속에 오래오래 기억될듯 싶습니다.

책의 마지막은 맨 앞의 아이와 할머니 그림자로 끝나면서 불교그림을 처음 접해 무서워 하던 아이도 웃으며 책장을 덮을 수 있도록 하여줍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다소 어려운 주제를 재미있게 마무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책을 읽으며 호랑이가 우리에게 주는 상징적인 의미를 한번 생각해보았습니다. 그저  호랑이가 나오는 책이리라 기대하고  열어본 이 책은 기대이상의 효과를 가져다준 책이 아닐 런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