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비밀과 거짓말 - 서양 음악사의 잃어버린 순간들
유윤종 지음 / 을유문화사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클래식을 듣는데 필수 불가결이다.
어떤 곡을 한 번 듣고 좋다 좋지 않다를 평하는 직관은 통하지 않는다. ‘아는’ 대상은 곡의 해설일수도, 악보일수도, 곡의 배경일수도 있다.

<클래식, 비밀과 거짓말>은 클래식 클라우드 푸치니 편을 쓰신 유윤종 작가님이 서양음악사에 잃어버린 순간들이라는 부제를 달고 엮은 클래식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이다.

차이코프스키의 비창 등 명곡에 담긴 뒷 이야기부터 모차르트와 살리에르 같은 위대한 작곡가와 그 주변 인물의 이야기, 히틀러와 브루크너 등 역사를 관통하는 음악 이야기를 알차고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전공자는 아니지만 어릴 적부터 클래식 음악을 놀이 삼아 살아 오셨다던 작가님의 풍부한 배경 지식과 음악에 대한 애정과 진지한 사유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유튜브에서 곡을 찾아 들으면서 이야기를 읽다보면 어느 새 영화 아마데우스의 장면들처럼 그 시대를, 역사 속을 공유하는 기분이 들었다.

고전 문학의 세계만큼이나 무한한 세계가 바로 클래식 음악의 세계이다. 이 책은 클래식 음악이 고루하다 멀다 느끼는 사람들에게 클래식 음악과 친해질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톡톡히 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
———

대가들이 남긴 아름다운 작품을 듣고 거기에 매료될수록 우리는 그들의 삶에 다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욕망을 품는다. ‘이렇게 영혼을 격동시키는 선율을 쓴 사람의 일상은 어땠을까? 이 작곡가가 가진 꿈은 어떤 것이었으며, 그의 성취와 좌절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 작가의 말 p.6.

차이콥스키의 죽음이 콜레라에 의한 우연한 일일지라도, 그 자신이 언제 죽음이 다가올 것인지를 알 수 없었다고 가정하더라도, [비창]은 차이콥스키가 그 자신의 염세적 세계관과 개인적 슬픔을 집약해 쏟아 넣은 ‘음악적 유서’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점이다 - p.29

위대한 작품은 그 배경에 대한 지식과 함께 올바르게 수용되는 것이다. 감상자는 악보의 해석과정에서 들리는 음악 뿐 아니라 그 성립 과정에 대한 올바른 이해까지 함께 수용할 권리가 있다. 그것이 온전한 감상이다 - p.54

여러 명곡으로 거듭 재해석된 텍스트로는 특히 독일이 자랑하는 고전주의 대문호 괴테의 작품이 많아 흥미롭다. 음악사상의 낭만주의 시대인 19세기를 관통하는 괴테의 거대한 영향력을 입증하는 것이자, 읽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데 해석되는 괴테 문학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 p.181

‘독일 방송에서 곧 모종의 발표가 있겠다며 안톤 브루크너의 교향곡 7번 2악장을 내보내고 있다. 이 악장은 브루크너아 리하르트 바그너의 죽음을 추모하며 쓴 것이다. 바그너는 히틀러가 경모했던 작곡가이기도 하다. 이런 장황으로 볼 때 히틀러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 p.235


#클래식비밀과거짓말#유윤종#음악에세이#에세이#클래식#음악사#서양음악사#명곡#고전음악#에피소드#음악기자#책읽는계절#에세이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자, 어디에도 없었던 방법으로
테라오 겐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서점에는 경제경영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있지만, 자전적 에세이에 가깝다.
처음 책을 받고 기존 책들에 비해 소위 아르테스럽지(?) 않아서 당황했다.
하지만 기존 경제경영서와 달리 테라오 겐 자신의 성장기가 주를 이루고 결국에는 발뮤다로 해피엔딩이기에 여전히 아르테스럽게 따스한 책임을 알 수 있었다.
-
더위를 잘 타지 않고, 빵도 즐겨 먹지 않으며, 살림에는 눈꼽만치도 관심이 없어 발뮤다 그린팬도, 토스터기도 잘 모른다.
그런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테라오 겐 부모의 교육방식이었다.

어려운 살림에도 기회가 닿을 때마다 아이들을 세상으로 데리고 나가 다양한 경험과 넓은 식견을 가질 수 있도록 해 준 어머니 (하와이 바다에서 그녀의 원인 모를 죽음은 너무 비통했다).

저자가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어머니 보험금으로 여행을 떠나고자 했을 때, “황야로 떠나라”고 용기를 북돋워준 아버지 (그의 늦깎이 도예가로서의 삶은 감격스러웠다).

당시 일본이라는 보수적 사회의 더군다나 작은 시골 마을에서 경제적 어려움에도 이렇듯 자유로운 사고 방식을 키워 준 부모의 교육 방식 덕분에 테라오 겐은 하고 싶은 것을 망설이지 않았다.

긴 여행에서 돌아와 꽤나 유명한 락음악가로 활동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배운 적도 없는 디자인을 하고 세상 어디에도 없던 물건을 만들어 낸 테라오 겐.
과거에 형성되어 서서히 누적되고 다듬어진 겁없는 사고 방식과 열정이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 주었다.
-
발뮤다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성공했는가에 대한 노하우를 얻고자 한다면 이 책에서 얻을 것은 거의 없지만,
한 사람의 성장 배경과 과정이 이후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주목한다면 편하고 흥미롭게 읽어볼만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글자 풍경 - 글자에 아로새긴 스물일곱 가지 세상
유지원 지음 / 을유문화사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덮고 나면 주변에 보이는 모든 글씨가 예술이 되며, 그 글자를 디자인하고 쓴 사람들의 고민과 땀과 노력이 보인다.

글자와 타이포그래피에 관한 인문학적 에세이, 글자 풍경.
-
글자는 지역적 생태성을 지닌다.
글자가 처한 자연과 인문, 기술 환경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다채로운 양상을 띈다.
글자는 단순히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그 지역의 역사이자 문화이다.

P.27 - 폭이 좁고 어둡고 뾰족한 독일의 글자들과 달리, 이탈리아의 글자들은 햇빛을 받아 몸을 활짝 폈다. 독일에서 이탈리아로 변화해 가는 풍광 그대로, 글자들의 풍경도 마치 검고 빽빽하며 수직성이 강한 침엽수의 숲이 점차 사라져 가면서, 둥글고 넓은 활엽수 잎들이 밝은 하늘을 배경으로 돋아나는 듯한 모습으로 눈 앞에 펼쳐지는 것 같았다.
-
한글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가끔은 나도 모국어가 영어였으면 한다.
굳이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을 원망한 적도 있다. 이 책에서 다시 만난 한글은 우리나라의 자연과 문화와 풍토를 아우르는 과학적이고 정말 아름다운 글자이며 이 언어를 사용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P.134 - 다섯 계열의 소리는 오행 및 다섯 계절(사계절과 늦여름)과도 일치시켰다. 예를 들어, 목구멍 소리의 ㅇ계열은 촉촉히 젖어 있어 물이고 겨울이며, 혓소리의 ㄴ 계열은 활동성이 강해 활활 타오르는 불이고 여름이다.
-
1-3부가 각 국가의 타이포그래피의 특성을 보여줬다면 4부에서는 악보, 그림과 함께 남은 글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치 시를 읽는 느낌으로 읽고 나면 깊은 여운이 남는다.

P.295 그림과 글자는 한 몸에서 분화했다. 한 폭의 그림 같고 한 수의 시 같은 글자들이 강물에 달 찍히듯 사람의 마음에 찍힌다. 자국으로 남겨지고, 그리움으로 그려지고, 기억으로 새겨지고, 여러 사람의 마음속에 각인되어 살아남아 생명처럼 생생한 심상과 이야기를 이어간다.
-
소확행이 트렌드가 되면서 일상생활에서의 디테일이 주관심사가 된 요즘 시대에 매일 쓰고 읽는 글자 조차 특별하게 만들어 줄 고운 책. 읽는 사람마다 글자의 아름다움에 반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존 레논의 말
켄 로런스 지음, 이승열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존 레논. 비틀즈의 멤버라는 것 외에 내가 아는 것이 있었던가? 없다. 관심조차 없었다.
말은 사람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니 존 레논이 했던 말을 보면 존 레논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친구를 사귄다는 기분으로 읽어본 [존 레논의 말].
-
우선 서문에 special thanks to를 보낸다.
존 레논의 일생에 대해, 존 레논이라는 사람에 대해 아주 잘 축약 설명해 주어 존 레논의 단편적인 말들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
영문 철자에 유사한 철자가 많아선지 존 레논이라 하면 ‘레전드’라는 말이 떠오른다. 옛말에 이름을 잘 지어야 한다 했던가. 억지일지 몰라도 존 레논은 세계적인 레전드가 되었다.
-
존 레논의 말은 대체로 거침없고, 재치있으면서도 뼈가 있다.
사람들은 그가 음악가이자 철학가이자 평화운동가였다고 말하며 실제로 타이틀에 걸맞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유명세 만큼이나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음악을 만들고, 영화를 만들고, 반전 운동을 하고 심지어 책도 썼다.
-

허나, 마냥 대단한 사람으로 추앙하기에 존 레논의 사생활은 몹시 불편하다.
어린 시절 한 때의 불장난으로 아이가 생겨 결혼을 했으나, 결혼 생활 중에도 공공연하게 요코 오노와 딴살림을 차렸다. 마약 중독으로 첫 결혼 생활은 파탄이 났고 결국 오노 요코와 재혼을 했다.
오노 요코와의 사이에도 아이가 태어났고, 존 레논은 공개적으로 두 번째 아이를 편애한다는 인터뷰를 한다.
이 세상의 평화를 부르짖는 사람이 자신의 가정의 평화는 무시했다. 아이러니하다.
-
전세계를 뒤흔든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퀸에 대한 추억도 없지만, 프레디 머큐리의 극도의 이기주의적인 말과 행동들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했다. 마지막 에이즈 라이브 공연을 보기 위해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견뎌야했다.

공공연하게 바람을 피우고, 공개적으로 나중에 나은 아들을 편애한다 말하고, 마약을 하고.
높은 예술성과 공인이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으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피해를 주는 행동들을 묵인할 수 있는가?. 예술적으로 뛰어나지만 사생활은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던 두 사람의 모습이 겹쳐진다.
-

이 책을 읽고 존 레논이라는 친구에 대해 얕게나마 알게 되었지만 결국 친해지는데는 실패했다.
-

과거로 회귀하는 경향이 짙어지는 요즘.
비틀즈의 예스터데이뿐 아니라 기둥과 같았던 존 레논에 대해 궁금하다면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어여쁜 일러스트와 함께 말이 나온 배경도 함께 적혀 있어 어렵지 않게 존 레논을 상상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아르테 미스터리 1
후지마루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황당하게 시작했다가 끝내 말랑말랑한 기분으로 덮은 소설이다.
-
‘사신 아르바이트’라니 일본 소설 소재의 한계는 대체 어디까지일까. 책에 따라 밀도의 차이가 심하고 작가별로 과하게 다작인 경우가 많음은 아쉽지만, 정말 다양한 소재와 한계를 넘나드는 상상력 그리고 우리와 정서적 교감이 쉽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자꾸만 일본 소설에 손이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
<너의 이름은>을 떠올리게 하는 만화같은 표지와 매우 황당한 소재 그리고 시덥잖은 고딩의 성적 농담으로 시작하여 심히 가벼워 “보이는” 소설이지만, 끝까지 읽다보면 행복의 씨앗들이 곧곧에 흩뿌려져 있어 오늘 나의 행복을 뒤돌아보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