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풍경 - 글자에 아로새긴 스물일곱 가지 세상
유지원 지음 / 을유문화사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덮고 나면 주변에 보이는 모든 글씨가 예술이 되며, 그 글자를 디자인하고 쓴 사람들의 고민과 땀과 노력이 보인다.

글자와 타이포그래피에 관한 인문학적 에세이, 글자 풍경.
-
글자는 지역적 생태성을 지닌다.
글자가 처한 자연과 인문, 기술 환경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다채로운 양상을 띈다.
글자는 단순히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그 지역의 역사이자 문화이다.

P.27 - 폭이 좁고 어둡고 뾰족한 독일의 글자들과 달리, 이탈리아의 글자들은 햇빛을 받아 몸을 활짝 폈다. 독일에서 이탈리아로 변화해 가는 풍광 그대로, 글자들의 풍경도 마치 검고 빽빽하며 수직성이 강한 침엽수의 숲이 점차 사라져 가면서, 둥글고 넓은 활엽수 잎들이 밝은 하늘을 배경으로 돋아나는 듯한 모습으로 눈 앞에 펼쳐지는 것 같았다.
-
한글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가끔은 나도 모국어가 영어였으면 한다.
굳이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을 원망한 적도 있다. 이 책에서 다시 만난 한글은 우리나라의 자연과 문화와 풍토를 아우르는 과학적이고 정말 아름다운 글자이며 이 언어를 사용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P.134 - 다섯 계열의 소리는 오행 및 다섯 계절(사계절과 늦여름)과도 일치시켰다. 예를 들어, 목구멍 소리의 ㅇ계열은 촉촉히 젖어 있어 물이고 겨울이며, 혓소리의 ㄴ 계열은 활동성이 강해 활활 타오르는 불이고 여름이다.
-
1-3부가 각 국가의 타이포그래피의 특성을 보여줬다면 4부에서는 악보, 그림과 함께 남은 글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치 시를 읽는 느낌으로 읽고 나면 깊은 여운이 남는다.

P.295 그림과 글자는 한 몸에서 분화했다. 한 폭의 그림 같고 한 수의 시 같은 글자들이 강물에 달 찍히듯 사람의 마음에 찍힌다. 자국으로 남겨지고, 그리움으로 그려지고, 기억으로 새겨지고, 여러 사람의 마음속에 각인되어 살아남아 생명처럼 생생한 심상과 이야기를 이어간다.
-
소확행이 트렌드가 되면서 일상생활에서의 디테일이 주관심사가 된 요즘 시대에 매일 쓰고 읽는 글자 조차 특별하게 만들어 줄 고운 책. 읽는 사람마다 글자의 아름다움에 반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