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2006년 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읽고 삶에 조그만 변화가 생겼다. 당시 육아에 전념하던 나는 '일을 다시 시작하면 아동 후원을 시작하자'고 결심하게 된 것. 그리고 2007년 시작한 아동 후원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바람이 있다면 후원 아동을 한 명 더 늘리고 싶다. 하지만 즉각 실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한 명 더 후원했다가 중단하는 일이 생길까 마음 졸이는 소심증(혹은 핑계) 때문이다.

 

두 번째로 만난 한비야는 여전히 씩씩하고 활기가 넘친다. 시원시원하고 큰 목소리에 고민도 잘 들어주는 어느 동네에나 존재하는 윗집 언니처럼 느껴질 정도다. 이처럼 '거리감을 느낄 수 없는' 한비야를 대중은 좋아하고 닮고자 한다. 그녀의 책이 여전히 잘 팔리고, 그녀가 하는 말과 행동이 화제가 되는 이유다. 그녀의 책을 모두 읽고 열렬히 사모하는 팬은 아니지만, 그녀의 생각과 행동에 고개를 끄덕이는 독자로서 <그건, 사랑이었네>는 한비야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이다.

 

책을 읽기 전에 '이제껏 여행기나 구호활동에 대한 책만 썼던 한비야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낸 계기가 무엇일까. 대외적인 직함을 버리고 '한비야'라는 날 것 그대로의 자신을 내보이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지 않았을까'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이런 궁금증은 서문에서 바로 풀렸다. 서문에서 한비야는 '자기의 속내를 가감 없이 보여주며 나를 가깝게 느끼는 독자들에게 가진 것 중 제일 좋은 것만 주고 싶고 가슴 밑바닥에서 나오는 가장 진솔한 얘기만 들려주고 싶다'(7p)고 말한다. '결국 세상을 향한, 독자를 향한, 자신을 향한 '사랑''이 이 책을 쓰게 된 이유인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기도로 살아간다'는 챕터를 읽을 때, 눈물샘이 터져버렸다. 잊고 있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기 때문이다. 내 할머니는 교회를 참 열심히 다니셨다. 그 덕에 나도 한때나마 교회를 열심히 다니던 나일롱 신자였다. 할머니는 새벽기도부터 수요예배, 구역예매, 토요예배, 일요예배를 다 다녔을 정도로 열혈 신자였다. 그렇다고 할머니가 성경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그런 신자는 아니었다. 돌아가실 때까지 한글을 깨우치지 못한 할머니였으니 말이다. 그런 할머니가 통성기도(소리내어 하는 기도)를 할 때면 '우리 손녀 OOO을~' 시작으로 가족 이름을 한 명씩 호명하곤 했다. 가족 이름을 하나씩 모두 부르며 기도를 하고 나서야 눈을 뜨던 할머니가 생각나 눈물샘이 터진 것이다. 현재의 나를 만든 50%는 할머니의 기도 덕분이라 믿는다. 현재 종교인은 아니지만 '우리는 누군가의 기도로 살아간다'는 글귀에 깊은 공감을 느꼈다.

 

이 책을 발표하고 한비야는 공부를 하러 미국으로 떠났다. 그녀가 떠나기 전 저자와의 만남 뿐 아니라 강연회, 방송출연 등 '한비야 붐'이 일었다. 당분간 그녀를 볼 수 없다는 아쉬움도 작용했으리라. 한국인이 사랑하는 그리고 닮고 싶어하는 멘토 중 하나인 한비야, 그녀가 돌아왔을 때 '그녀의 지도'는 더욱 넓어져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지도 또한 넓어져 있길 바래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번역에 살고 죽고 - 20년차 번역가의 솔직발랄한 이야기
권남희 지음 / 마음산책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살면서 현재 자신의 모습에 100% 만족하며 사는 인생이 얼마나 될까. 누구나 한번은 '학생시절로 돌아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지금 내모습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하는 질문을 자신에게 한 번 쯤은 던져보았을 것이다. 이 책은 '그때 그랬다면... 지금의 난 달라져 있을텐데...' 하는 일말의 아쉬움이 남아있는 이들에게 건네주고 싶은 책이다. 자신의 직업이 아닌 다른 이의 삶과 직업을 엿볼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부제는 '20년차 번역가의 솔직발랄한 이야기'. 일본문학 번역가인 권남희씨의 '번역가로 살아가는 이야기'가 아주 재미있게 펼쳐진다. 일본문학을 자주 읽는 독자라면 알고 있는 이름이란다.(난 모르니까) 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무라카미 하루끼, 온다 리쿠 등의 작가가 종종 등장한다. 번역가의 일 말고도 이런 작가들의 뒷 이야기, 책이 나오기까지 파란만장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펼쳐볼 만한 책이다.

 

번역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 지 조금은 두리뭉실하게 알려준다. 작가가 어떻게 번역가가 되었고, 번역가로 자리잡기까지 경험담은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추천사의 말을 빌리면 '글을 재미있게 쓰는 것은 재주라기보다 쓰는 이의 사람됨, 살아온 내력, 충분히 삭힌 경험에서 얻어지는 솜씨'라던데, 저 문장이 딱 어울리는 그런 문체다.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서 '타인의 삶'이라는 주제로 방송을 한 적이 있다. 같은 나이에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과 하루만 자리를 바꾸고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일. 누구나 꿈꾸는 일이지만 쉽사리 이룰 수 없는 일을 방송에서 하는 걸 보면서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꼈다. 이 책도 조금이나마 번역가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내 삶에 충실하자'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깨달았다. 번역가 역시 고달프긴 마찬가지였으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식 e - 시즌 6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6
EBS 지식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새 학년이 될 때마다 이런 게 무섭습니다. 담임선생님의 말씀과 가정통신문을 볼 때마다 매우 떨립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2011년, 나는 진정한 의미의 학부모가 되었다.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학교가 있지만, 애교많고 소심한 아들은 매일 학교에 같이 가길 원한다. 학교에 다녀온 아이의 가방 안에는 학교 유인물이 가득 들어있다. 특기적성 신청서, 학부모 총회 안내문 등등 뭔 놈의 유인물이 그리도 많은 지... 그 중 이해할 수 없었던 유인물이 '학교 교육비 신청절차 안내문'이었다. 이건 대체 뭔가 싶어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나라에서 지원하는 대상가정은 인터넷에서 바로 교육비를 신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굳이 이런 절차가 필요할까 싶었는데, <지식 e> 6권을 펼치고 나서 그 이유를 알았다. 나도 잊었던 어린 시절,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하던 가정형편조사(?)가 그렇게 싫었다. 아버지 직업이 무엇인지가 학력이 어떻게 되는 지가 내가 학교다니는 것과 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건지. 매년 적어야 했던 그 종이를 나는 증오했었다. 지금은 공짜밥을 먹는다고 다른 아이들 앞에서 손을 들어야 하고, 한부모가정이라고 알려야 하는 아이들이 있다. 정말 얼마나 싫을까?

 

별다른 소개가 없어도 너무나 유명한 <지식 e> 시리즈의 여섯번째 책이 나왔다. 5권에서는 인터뷰를 가미해 변화를 시도했는데, 6권은 기존 포맷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화면을 구성했던 글과 그림에 조금 더 깊은 이야기를 실고, 참고문헌을 넣은 형식이다. 지름신을 불러오는 참고문헌의 부활을 반기는 한편 두렵기도 하다. 또 읽지 않고 쌓아둘 책이 늘어날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이야기 중에 지금, 이 순간을 예견이나 한 듯 아인슈타인에 관한 일화는 흥미로웠다. 반전평화주의자였던 아이슈타인의 권고로 '핵무기'가 만들어지고 결국 인류에게 영원한 공포를 안겨다줬으니 말이다. 일본 동북부 지진 이후, 후쿠시마 원전에서 일어난 사태는 '인류가 가진 핵에 대한 공포'를 여실히 보여준다. '생명에 기여한다'는 발상에서 발전한 과학이 결국 생명을 파괴하고, 다시 생명을 지키는 도구로 사용된다는 점이 '아이러니의 극치'가 아니고 무엇인가.

 

지금, 이 순간을 말하는 <지식 e> 6권은 에필로그에 구제역 살처분으로 죽어간 소, 돼지 이야기를 담았다. 담담하게 담긴 인터뷰에서 정작 구제역으로 '죽은' 소는 한 마리도 없고, 구제역 살처분으로 땅에 묻혀야 했던 소, 돼지의 비애가 느껴졌다.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것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알아야 할 것들,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잊지 말았으면 할 것들이 <지식 e>에 담겨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 열전 2
이윤기 지음 / 민음사 / 201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권에 이어 2권 리뷰 이어갑니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열전> 1권에 나온 인물이 다소 비현실적인 인물이었다면, 2권에 나오는 인물은 현실에 발 붙이고 있는 인물이라 하겠다. 지긋지긋했던 사회과목(세계사, 윤리 등)에 줄쳐가면서 외웠던 인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페리클레스를 비롯해 포키온, 알키비아데스, 퓌로스, 그리스의 철학자들, 스키피오와 한니발, 그라쿠스 형제, 키케로, 카이사르가 연이어 등장한다. 분량 면에 있어서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조금 더 자세히 나왔어도 될 법한 이야기가 뭉터기로 잘렸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다.
 
특히 로마인이 등장하면서 에피소드는 급감한다. 원고를 마무리 짓지 않은 상태에서 작가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인지, 처음부터 적은 분량이었는 지는 확인할 길이 없어 아쉬울 따름이다. 에피소드를 비교해보자면, 1권의 테세우스에 비해 2권의 카이사르는 이름값이 아까울 정도다.
 
이윤기 작가는 이 책의 초안을 십년도 전에 완성했을 만큼 애착을 가지고 있었던 듯 하다. 하지만 단지 읽는 책으로 끝나지 않고,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보는 책'을 만들고자 책의 출간을 미뤄왔다고 한다. 결국 작가는 책이 나오는 걸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2권의 마지막은 카이사르의 "브루투스, 너까지도."가 장식한다. 그리스 로마 영웅열전 이후, '이스라엘 중심의 헤브라이즘'을 다룰 계획이었다는 후기를 읽으니 카이사르 이후 아우구스투스 시대까지 다룰 계획이 아니었을까 싶다. 끝끝내 자신의 시대에 제정을 이루지 못한 카이사르처럼 이윤기 작가에게도 아쉬운 일이다.
 
그리스 로마 관련 입문서로는 <이윤기의 ~> 시리즈처럼 친절한 책이 없다. 일단 그의 책으로 흥미를 돋운 다음에 조금 더 전문적이고 포괄적인 책으로 넘어가면 된다. 더이상 그의 책을 볼 수 없다는 게 이 책을 덮으면서 든 가장 큰 아쉬움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 열전 1
이윤기 지음 / 민음사 / 201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릴 적 읽은 책 중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위인전이다. 지금은 창작이니 자연관찰이니 해서 전집 구성이 다양하지만, 예전엔  '위인전 전집'이 필수품목이었다. 별다른 유흥문화가 없었던 시골에서 자란 나는 50권 내외의 전집을 마르고 닳도록 읽었다. 그리고 중학교에 진학해 시내에 있는 도서관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전집은 점차 기억에서 멀어졌다.

 

도서관에 다니면서 제일 처음 찾아본 책이 '플루타르코스 영웅열전'이다. 왜, 하필, 플루타르코스 영웅열전이냐 하면, 외국 위인의 어린 시절에 빠지지 않고 나왔던 책이 플루타르코스 영웅열전이다. 대체 무슨 책이길래 위(대한)인(간)이 읽어본건가 궁금증이 일었다. 그리고 10장도 채 펼쳐보지 않고 바로 반납해버린 기억이 난다. 이제 갓 중학생에게 복잡한 혈연관계와 긴 이름은 전혀 흥미롭지 않은 주제였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열전>은 '플루타르코스 영웅열전'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신문사에 연재했던 글을 다듬고 그림을 더해 나온 책이다. 첫 주인공은 '미궁의 정복자 테세우스'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도 자주 등장했던 '테세우스'는 이윤기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영웅상'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아닌가 싶다. 헤라클레스를 제외한다면 영웅에게 필요한 '호사다마'가 인생 그 자체인 인물이 테세우스다. 아버지를 모르고 자랐고, 아버지를 찾았으나 독살의 위기가 다가왔다. 시험에 들었으며, 왕에 오른 뒤에도 결코 순탄한 삶을 살지 못했다. 테세우스는 신의 반열에 올랐던 헤라클레스와 달리 가장 영광스러웠던 순간과 가장 비참한 순간을 경험한 인간이다. 테세우스를 시작으로 호사다마가 삶 자체였던 인간들의 이야기가 이 책의 내용이다.

 

지난 해 작고한 이윤기 작가의 화려한 필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플르타르코스 영웅열전은 관련 분야에 흥미가 있지 않는 한 읽기 부담스러운 책이다. 그런 내용을 작가 특유의 글'맛'을 살려 독자에게 다가갔다. 또한 이윤기 작가 책의 특징 중 하나인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책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자면 왜 1, 2권으로 분권했는가 하는 점이다. 두 권을 합쳐도 500페이지 남짓인 책을 굳이 분권을 해서 내야 했는지 출판사에 묻고 싶다. 그렇다고 1권이 그리스 도시국가 인물열전, 2권이 로마 인물열전으로 내용을 구분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