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대중문화>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벌써 12월입니다. 한 해가 다 가는군요. 올해는 유독 책읽기가 부진했습니다. '잡기'에 빠지느라 소홀히 했더니 더욱 책 잡는  일이 어려웠던 거 같습니다. 그래도 무엇이든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다소 '헐렁한' 성격인지라 급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게 한 순간 폭발적으로 하고 지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따라서 유유자적한 책읽기는 2012년에도 계속 될 듯 합니다. 

 

1.  서경식, <나의 서양음악순례> 

치열한 시대적 사유와 서양미술 기행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나의 서양미술 순례』(창비 1992)는 미술과 미술 비평이 어떻게 시대의 문제와 맞닿을 수 있는지 보여준 대표적인 미술기행 에쎄이로, 1992년 한국에 소개된 뒤 지금까지 독자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책이다. 『나의 서양음악 순례』는 20여년 만에 나온 그 연작으로, 서경식의 주된 글쓰기 대상이었던 미술이 아닌 서양음악을 소재로 지금껏 우리가 알지 못했던 그의 또다른 면모와 사유의 세계를 보여준다. 음악이라는 예술이 지닌 고유한 성질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해 음악이 어떻게 인간?사회?시대와 뜨겁게 호흡해왔는지까지, 서경식만의 흡인력 강한 글쓰기로 말해주고 있다. - 책소개 중- 

대중/예술분야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미술책'만' 많다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그림은 보여주며 쓰는 게 가능하지만, 음악은 들려줘야 가능하다보니 책으로 나와도 좀 아쉬운 부분이 발생하지 않나 싶습니다. '서경식'이라는 뛰어난 작가가 들려주는 음악이야기는 어떨 지, 얼마나 치열한 글쓰기를 보여줄 지 기대되는 책입니다.  

 

2. 최규석, <지금은 없는 이야기> 

매번 작품을 펴낼 때마다 새로운 실험을 시도하는 작가 최규석의 우화『지금은 없는 이야기』는 사계절출판사에서 지난해 새롭게 선보인 ‘1318만화가열전’ 둘째 권이다. 첫권『울기엔 좀 애매한』역시 최규석 작품으로, 미술학원 대학입시 반을 배경으로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우울한 현실을 특유의 자학 개그와 위악 독설로 보여준 바 있다. 이 책은 재미와 작품성으로 2010년 부천국제만화대상 대상 수상과 제51회 한국출판문화상 아동청소년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다. 『지금은 없는 이야기』에 실린 우화 일부는 어린이인문교양잡지 『고래가 그랬어』에 「코딱지만 한 이야기」로 연재하던 것을 내용을 손봐 그림을 다시 그린 것이다. 여기에 만화 형식의 우화들과 텍스트로만 이루어진 단편들을 새롭게 덧붙였다. 최규석은 재미와 감동을 통해 우리 시대의 문제의식을 날카롭게 파고들며, 우리 사회에 대한 풍자와 함께 사람과 세상을 향한 든든한 믿음 또한 놓치지 않는다. 만화가 최규석의 문학적 성취가 빛나는 작품이자 완성도 있는 다채로운 그림들을 감상할 수 있는『지금은 없는 이야기』는 천천히 여러 번 읽으며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현실을 되돌아보게 하는 우리 시대의 진정한 우화다. - 책소개 중- 

만화라고 무시하는 사람은 더이상 없겠죠? 만화는 다른 어떤 텍스트보다 사회풍자와 비판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르라 생각합니다. 특히 최규석 작가라면 더욱 믿을 만한 작가입니다. 이번엔 어떤 이야기를 풀어냈을 지. 그리고 아동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됩니다. 

 

3. 이주헌, <역사의 미술관> 

SERI CEO가 인정하고 리더들이 선택한 명강사이자 미술평론가인 이주헌의 신작. 이 책은 그림을 통해 보다 생생하고 창의적으로 역사를 이야기하는 그림 역사책이다. 그림 속의 역사 뿐 아니라 그림이 그려진 시대 상황까지 아우르며 또한 두 시대의 연관성까지 파고드는 깊은 성찰과 탐색의 기록이다.
책 속의 그림은 예술 자체로서 해석되기보다 하나의 도구가 되어 다른 분야로의 확장을 꾀한다. 예술적 가치를 넘어 역사와 인문으로의 확장하는 매개의 역할을 해냄으로써 대중에게 새로운 교양을 선사한다.주요 인물과 사건, 개념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며 혹여 역사의 큰 맥락을 놓치지 않도록 ‘한눈에 읽는 역사’를 부속 페이지로 만들어 본문에서 다루는 인물과 사건의 앞뒤 흐름을 파악하며 통시적으로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 책소개 중- 

너무도 유명한 이주헌의 신간이 나왔습니다. 지난 <지식의 미술관>에서 아카데믹한 미술을 소개했다면, 이번엔 역사를 이야기하는 그림책을 펴냈습니다. 이주헌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림 하나에 그치는 게 아니라 통합적인 글쓰기를 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글쓰기는 평소 그림에 관심이 없는 일반인이 보기에 어렵지 않다는 느낌을 받게 합니다. 따라서 그의 신간이 나올 때마다 여러 사람이 찾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굳이 그림으로 역사와 인문의 교양을 넓히지 않더라고 재미있는 역사의 한 장면 속으로 빠져드는 일, 이 책 한 권으로 가능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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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미술관- 그림, 한눈에 역사를 통찰하다
이주헌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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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대중문화>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11월에 들어서자마자 날씨가 변덕이다. 하루는 옷깃을 꽁꽁 싸맬 정도로 춥다가도 하루는 장롱 깊숙이 집어넣은 여름옷을 꺼내고 싶은 유혹이 들 정도로 덥다. 11월은 겨울로 가는 초입이 분명한데 요즘은 정말 헛갈린다. 11월 내 마음 속에 콕 들어온 책을 소개한다.  

 

1. 그림과 그림자, 김혜리 

<씨네21> 김혜리 기자의 첫 그림산문집. 김혜리는 말을 건다. 사람에게, 사물에게. 말을 건네기 전, 그녀는 대상을 세심하게 바라본다. 관찰하고 질문하는 것을 넘어, 보이지 않는 이면, 예컨대 대상의 그림자 너머까지 시선을 던진다. 그러고는 대상과 깊은 이야기를 나눈다. 김혜리와 동행하면, 그림 한 점을 둘러싼 이야기를 공감각적으로 감지해내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여기 마흔 점의 그림, 마흔 편의 이야기가 있다. 그림과 이야기, 그 사이의 그림자를 오가는 이 묶음에는 경계가 없다. 김혜리는 그 자신이 그리워하는 어린 시절, 즉 소설과 그림 속 세계와 현실을 가르는 벽이 훨씬 부드럽고 투명해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었던 시절로 돌아간 양 그림이란 2차원을 통과하며 주섬주섬 이야기의 파편들을 저장한다. 그러곤 집에 돌아와 미술관에, 갤러리에 두고 온 그림들을 상상의 미술관으로 소환해 한 점씩 걸어보고, 이야기의 파편을 하나하나 조각한다. - 책 소개 중 - 

 그러니까, 김혜리다. 까아! 그녀가 누군가 하면 <씨네21>의 기자다. 또? 여러 편의 책을 낸 작가다. 그런데 왜 이름부터 듣고 흥분하는가 하면 그녀처럼 치밀하게 대상을 공부하고 인터뷰를 가진 뒤, 인터뷰 기사를 쓰는 기자의 글을 읽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녀가 앞서 낸 책은 잡지에 실렸던 인터뷰를 묶은 인터뷰집이다. 그런 그녀가 그림을 이야기한단다. 그러니 흥분할 수 밖에...  

 

2. 만화로 배우는 심신의학 1, 유우키 유우 

(만화라서 그런지 책 소개 문구가 없다) 

일본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신기하다. 별의별걸 다 만화로 그린다. 예전에 'OO을 글로 배웠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었는데, 이 말이 일본으로 건너가면 'OO을 만화로 배웠다'로 치환할 수 있을 정도다. 

그리고 그런 책이 너무 잘 팔린다. 국내처럼 만화를 '어린이의 소유물'로 치부하기보다 모든 세대가 즐기는 문화의 한 부류로 인정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부러운 일면이다.

사람의 관심사는 모두 다르다. 무엇을 배우는 데 있어 각자의 방법이 있을 것이다. 듣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플 것 같은 '의학'을 만화로 배운다니.. 한 번 도전해볼 만 하지 않은가.

 
 

3. 디자인 캐리커쳐 2,  김재훈

20세기에 ‘디자인’이라는 옷을 입고 세상에 태어난 물건들, 그리고 그것을 디자인한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만화라는 큰 틀 안에서 캐리커처라는 형식으로 소개한다. 사각의 틀, 말풍선, 가장 특징적으로 포착한 인물과 물건들의 캐리커처 등 어렵고 지루할 것 같았던 디자인과 디자이너의 이야기는 만화라는 형식 안에서 술술 읽힌다.

2권에는 디자인은 아름답고 감명 깊은 한 편의 시와 같아야 한다고 믿었던 알레산드로 멘디니, 원칙만을 강조하는 모더니즘 디자인에 반기를 든 포스트모더니스트 에토레 소트사스, 대중의 공감을 누구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던 미켈레 데 루키, 꼭 필요한 기능만을 드러내야 한다는 ‘심플 디자인’ 철학을 제품에 담은 디터 람스 등 다양한 디자이너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 책 소개 중-
  

홍보 문구에 '나는 꼼수다' 티셔츠를 디자인한 바로 그 디자이너라는 말에 그대로 꽂혔다. 표지에 있는 스티브 잡스 역시 요즘 흐름을 읽은 홍보의 일환이 아닐까 싶다.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만화라는 틀 안에서 캐리커처'라는 형식으로 소개한다니 어떤 책일지 궁금하다. 한국에서 어마어마한 위력을 발휘하는 '명품 디자이너'도 이 틀 안에 들어가니 '그들은 어떻게 명품을 만들었나' 혹은 '명품으로 인식시켰나'하는 궁금증을 풀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더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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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신간평가단 2011-11-09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크완료했습니다 :) 감사합니다!
 
런던, 숨어 있는 보석을 찾아서 타산지석 10
전원경 지음 / 리수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또 전원경이다. <영국 바꾸지 않아도 행복한 나라>, <런던 미술관 산책>에 이어 집어든 그녀의 책. 이제 '영국', '런던'하면 내가 좋아하는 로맨스 소설 속 인물이 아니라 '전원경'이 자동완성될 지경이다. 그만큼 그녀의 글이 나와 맞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영국 바꾸지~>는 읽은 지 좀 지나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런던 미술관 산책>은 작가 특유의 담담하고 담백한 글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거창하게 꾸미지 않아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랄까. <런던 숨어 있는 보석을 찾아서>은 런던에 대한 작가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포장지에 쌓여 겉모습만 보았던 런던을 한꺼풀 벗겨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책이라 할 수 있다.

 

런던과 남다른 인연으로 엮여 여행을 위해, 공부를 위해 수차례 방문하고 밤을 지새웠던 작가는 '이중적인 매력을 지닌 런던에 대한 관찰과 분석(14p)'을 책에 풀어놓았다. 2008년에 발행한 책이라 약간의 시간차가 존재하지만 '런던'이라는 도시의 속내를 알고 싶다면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이 아닌가 싶다. 

 

런던의 각 지역 이야기, 건물에 숨겨진 사연, 런더너의 생각과 런던을 만든 런더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숨겨진 보석처럼 담겨있다. 특히 대영제국이라는 거대한 빛에 가려 더욱 어두웠던 빅토리아 시대의 런던 뒷골목, 이전과는 다른 모습의 런던으로 변해가는 모습들, 지금의 런던을 만든 런더너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영국은 고립된 섬나라이고 그 때문에 영국인들은 어쩔 수 없는 보수성의 소유자들이다. 하지만 런던은 이 같은 영국의 수도인 동시에, 또 하나의 새로운 도시다. 새로움과 실용주의, 모험과 낭만, 그리고 살벌한 자본주의 경쟁과 값싼 노동력까지도 넘쳐나는 도시가 런던이었다. 영국이 유럽에서도 가장 외진, 세계의 끝과 같은 섬나라라면 런던은 새로운 세계의 시작과도 같았다. - 33p

 

햇빛이 강렬할수록 그늘도 짙어지기 마련이다. 분명한 것은 이 시기의 런던이 찰스 디킨스의 말처럼 '최선의 시대였고, 최악의 시대였으며, 빛의 계절이자, 암흑의 계절이었고, 희망의 봄이요, 절망의 겨울'이기도 했다는 사실이다. - 153p

 

 

한 사람의 정체성을 하나의 단어로 단정할 수 없다. 심지어 수백만이 살고 있는 한 나라를, 한 도시를 하나의 단어로 이미지화해 단정하는 건 꽤 위험한 행동이다. 흔히 '어느 지역 사람은 이렇다더라', '저 나라는 저렇다더라'는 말을 자주 한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대신 그 나라에 대해 그 도시에 대한 책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나라가 결코 한 지도자의 나라가 아니라는 걸, 도시가 결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걸 절실히 느낄 수 있을테니 말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안에서 살았던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해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도시에 대한 책을 읽고 사람에 대한 관심과 이해의 폭이 넓어진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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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쌤앤파커스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베스트셀러를 신뢰하지 않는다. 남들 다 노는 시기에 남들 다 간다는 피서지에 가지 않는 이유와 같다. 남은 남이고, 나는 나니까. 다른 사람을 따라하는 행동이 나를 즐겁게 하지 않으니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 것이다. 놀러가서 놀지는 못하고 사람만 구경하고 사람에 치이기만 하는 게 어떤 의미에서 '휴가'인지 이해불가다. 그래서 베스트셀러도 신뢰하지 않는다. 까놓고 말해서 베스트셀러라는 게 그렇다. 베스트셀러는 단지 '많이 팔린 책'일 뿐이지 '좋고 괜찮은 책'이라서 많이 팔린 건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대부분의 베스트셀러 도서가 자기계발서이다 보니 더욱 거리감이 있다.

 

2009년에 나와 2년 동안 80쇄 넘게 찍은 책이니 확실한 베스트셀러다. 얼마 전 저자인 김정운 교수가 방송에 나와 책이 다시 잘 팔린다고 하니 잘 되는 사람은 뭘 해도 잘 되는가보다. 제목만 들었을 때 이 책을 소설로 알고 있었다. '아내', '결혼', '후회'라는 단어 조합때문에 소설로 생각하고 그런 줄 (2년 동안이나)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저자를 TV에서 보고 그런 사람이 쓴 책이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책을 손에 들었다.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이라는 부제가 제목보다 더 크게 표지를 차지하고 있어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도발적인 제목은 구석에 작게 배치해놓고, 부제가 명당자리를 차지한 이유는 (내 생각에) 제목이 '미끼'였기 때문이다. 제목을 보고 호기심에 책을 관심을 갖게 하는 고도의 마케팅 전략일 뿐. 진정한 제목은 부제인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이라 해도 무방하겠다. 그러니 저런 표지 디자인이 나온거겠지. 부제를 제목으로 했다면, 지금의 절반이라도 팔렸을까? 과연?

 

요즘 TV에도 자주 출연하는 김정운 교수의 맛깔난 재담을 글로 담아낸 책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서두에 꺼내 긴장감을 풀게 한 뒤, 본문은 문화심리학 이론을 적절한 예시를 들며 설명한다. 마지막은 재기발랄한 문장으로 마무리해 누구나 부담없이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도발적인 제목과 흥미로운 개인사, 전문 문화심리학 이론이 적절한 조화를 이뤄 '한국 중년 남성의 거침없는 속내'를 지루하지 않게 풀어낸 책이다. 게다가 21세기의 핵심 가치를 '재미'라고 주장하는 저자의 주장이 양념처럼 버무려져 있다. 제목의 '결혼'에 낚여 결혼 이야기인 줄 알았다면 책을 살포시 내려놓고, '아저씨들의 수다'가 궁금하다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

 

그런데 다 읽고 책을 덮으니 내용이 하나도 생각나질 않는다. 심리에세이는 읽을 때는 고개를 끄덕이며 '맞아, 맞아'를 연발하다가도 덮고 나면 머리속이 하얀 백지장이 되는 단점이 있다. 이 책 또한 읽을 때는 재미있었는데 뭔가 어려운 용어가 수시로 튀어나와 그게 뭐였는지 모르겠는, 그런 괴리감을 느꼈다. 단편적인 에피소드는 떠올라도 그걸 글로 적자니 '글쎄올시다'가 되버린 것이다.

 

한편 먹고 사는 문제에 급급하다면 이 책을 읽고 얼마큼의 공감을 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을 돌아보고 웃을 수 있는 사람은 '김정운 교수의 강연을 들을 수 있는' 계층에 한정된 느낌이다. 어느 정도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삶에서 재미를 추구할 수 있지, 먹고 사는 문제가 당장 해결되지 않았는데 삶에서 재미를 추구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닐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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