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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숨어 있는 보석을 찾아서 ㅣ 타산지석 10
전원경 지음 / 리수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또 전원경이다. <영국 바꾸지 않아도 행복한 나라>, <런던 미술관 산책>에 이어 집어든 그녀의 책. 이제 '영국', '런던'하면 내가 좋아하는 로맨스 소설 속 인물이 아니라 '전원경'이 자동완성될 지경이다. 그만큼 그녀의 글이 나와 맞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영국 바꾸지~>는 읽은 지 좀 지나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런던 미술관 산책>은 작가 특유의 담담하고 담백한 글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거창하게 꾸미지 않아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랄까. <런던 숨어 있는 보석을 찾아서>은 런던에 대한 작가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포장지에 쌓여 겉모습만 보았던 런던을 한꺼풀 벗겨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책이라 할 수 있다.
런던과 남다른 인연으로 엮여 여행을 위해, 공부를 위해 수차례 방문하고 밤을 지새웠던 작가는 '이중적인 매력을 지닌 런던에 대한 관찰과 분석(14p)'을 책에 풀어놓았다. 2008년에 발행한 책이라 약간의 시간차가 존재하지만 '런던'이라는 도시의 속내를 알고 싶다면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이 아닌가 싶다.
런던의 각 지역 이야기, 건물에 숨겨진 사연, 런더너의 생각과 런던을 만든 런더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숨겨진 보석처럼 담겨있다. 특히 대영제국이라는 거대한 빛에 가려 더욱 어두웠던 빅토리아 시대의 런던 뒷골목, 이전과는 다른 모습의 런던으로 변해가는 모습들, 지금의 런던을 만든 런더너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영국은 고립된 섬나라이고 그 때문에 영국인들은 어쩔 수 없는 보수성의 소유자들이다. 하지만 런던은 이 같은 영국의 수도인 동시에, 또 하나의 새로운 도시다. 새로움과 실용주의, 모험과 낭만, 그리고 살벌한 자본주의 경쟁과 값싼 노동력까지도 넘쳐나는 도시가 런던이었다. 영국이 유럽에서도 가장 외진, 세계의 끝과 같은 섬나라라면 런던은 새로운 세계의 시작과도 같았다. - 33p
햇빛이 강렬할수록 그늘도 짙어지기 마련이다. 분명한 것은 이 시기의 런던이 찰스 디킨스의 말처럼 '최선의 시대였고, 최악의 시대였으며, 빛의 계절이자, 암흑의 계절이었고, 희망의 봄이요, 절망의 겨울'이기도 했다는 사실이다. - 153p
한 사람의 정체성을 하나의 단어로 단정할 수 없다. 심지어 수백만이 살고 있는 한 나라를, 한 도시를 하나의 단어로 이미지화해 단정하는 건 꽤 위험한 행동이다. 흔히 '어느 지역 사람은 이렇다더라', '저 나라는 저렇다더라'는 말을 자주 한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대신 그 나라에 대해 그 도시에 대한 책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나라가 결코 한 지도자의 나라가 아니라는 걸, 도시가 결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걸 절실히 느낄 수 있을테니 말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안에서 살았던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해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도시에 대한 책을 읽고 사람에 대한 관심과 이해의 폭이 넓어진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