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사를 보다 1 : 회화사.조각사.도자사 - 이미지와 스토리텔링의 미술여행 한국미술사를 보다 1
심영옥 지음 / 리베르스쿨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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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는 나의 어린시절 모습은 역사책을 많이 읽는 소녀다. 만화부터 시작해서 '역사'라는 이름이 붙은 책을 부단히 찾아 읽었더랬다. 그래서 지금까지 착각을 하고 있었다. '내가 역사를 참 많이 알고 있다'라는 착각을 말이다. <한국미술사를 보다>를 읽으며 '단편적인 지식을 알고 있다고 해서 그게 과연 진정한 앎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모르는 게 더 많은 헛똑똑이였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리베르스쿨에서 펴내는 '보다' 시리즈는 이전부터 눈여겨보며 직접 구입을 하고 주변에도 추천하는 시리즈다. 역사, 지리, 미술사 등 개별적이고 단편적으로 아는 지식을 일련의 엮음을 통해 보다 단단하고 풍성한 지식을 쌓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이번에 출간한 <한국미술사를 보다> 시리즈는 미술사를 뭉뚱그려 시대별로 나열하지 않고 회화, 도자, 공예, 건축 등 분야별로 기술해 각 분야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도록 구성했다. 그 중 <한국미술사를 보다> 1권은 회화사, 조각사, 도자사를 선사시대부터 삼국시대, 남북국, 고려, 조선, 근대, 현대로 나눠 설명한다.

'보다' 시리즈의 강점은 그림에 있다. 단순히 책을 읽으면서 머릿 속으로 상상하기보다는 눈으로 그림을 보며 이해할 수 있도록 상세한 설명과 많은 그림을 실은 것이 '보다' 시리즈의 특징이다. <한국미술사를 보다> 1권은 그동안 몰랐던 고대와 근현대 미술을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중에서도 조각사에 등장한 다양한 불상은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왔다. 절에는 당연히 불상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불상 하나에도 기나긴 역사와 이야기가 숨쉬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역사 시간에 한 줄 설명으로 지나쳤던 이야기를 상세한 설명을 통해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고, 교과서에서 접하기 힘든 근현대 미술을 대표 작가의 작품으로 가깝게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미술 관련책을 읽을 때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절실하게 와 닿는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앞에 위치한 절에 유명한 철불상이 있다는 사실을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서야 책을 보고 알게 됐다. 유치원까지 포함해 7년의 시간 동안 매일 그 곳을 지나다니며 한 번도 절 안으로 걸어들어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렇듯 무심히 지나치는 우리의 문화재가 얼마나 많을까. 책 표지에 적힌 '밥그릇도 예술이 되다'는 말이 눈에 들어온다. 전국 방방곡곡 그리고 세계 어딘가에 묻혀 있을 지 모를 우리의 문화재, <한국 미술사를 보다>로 다시 보는 기회가 되었다.


* 인터파크 도서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한 솔직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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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첫 문장 -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세계문학의 명장면
윤성근 지음 / MY(흐름출판)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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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어렵다. 시작만 어려운 게 아니라 글을 쓰는 건 항상 어렵다. 그 중에서 '첫 문장'이 가장 어렵다. 누가 읽어도 감탄할만큼 뛰어난 글을 한 번에 쓰고 싶지만, 현실은 '쓰고 지우고 고치고 쓰고 지우고 고치고'의 무한 반복이다. 이처럼 평범한 글을 시작하는 일반인도 오만가지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한데,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작가의 심정은 어떠할까. 책이 좀 많다는 저자 윤성근은 '독자들에게 자신이 쓴 긴 이야기를 읽게 만들고 싶은 소설가들은 두말할 필요없이 첫 문장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6p.)'라며 세계문학 중에서 매력적인 첫 문장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그렇다고 첫 문장만 모아 나열한 책은 아니다.

 

범상치 않은 프롤로그를 읽으니 작가 이력이 궁금했다. 아니나다를까 책 날개에 적힌 소개글에서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 저자 윤성근은 IT회사를 그만두고 출판사와 헌책방에서 직원으로 일하다가 현재는 '이상한 나라의 헌 책방'을 운영 중이다. 멀쩡한 회사를 그만두고 헌책방을 운영할 정도라면 얼마나 책을 사랑하는 걸까. 아니면 도전 정신이 매우 뛰어난 걸까. 가늠조차하기 힘들다. 한때 나에게도 '서점 주인'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서점 주인은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책을 원없이 읽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5년 현재, 오프라인 서점이 종적을 감춘 힘든 현실에서 헌 책방 운영은 대단한 용기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니까 평범하지 않은 작가라는 나의 촉이 틀리지 않았다.

 

고백부터 해야겠다. 책을 받아들고 목차를 읽어보니 제목은 알지만 읽어본 책이 하나도 없었다. 누군가 고전의 정의를 '제목은 알지만 읽지는 않는 책'이라고 하더니 그 말이 매우 잘 들어맞아 민망할 정도다. <내가 사랑한 첫 문장>은 나처럼 세계문학과 친하지 않아도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매력적인 첫 문장을 소개하면서 저자만의 소설읽기를 곁들여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책이다.

 

그 중에서도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으로 시작한 건 정말 탁월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저자와의 끈끈한 인연으로 책의 시작을 연 <변신>은 현재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생각에서다. <변신>의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날 자고 일어나보니 커다란 해충으로 변해 있었다. 벌레로 변한 모습에 그레고르의 가족과 지배인, 그리고 사랑하는 여동생마저도 끝내 그레고르의 진심을 보지 못한다. 요즘 인터넷 상에서 가장 흔하게 쓰는 말이 '~충'이다. 남을 비하하는 단어로 시작한 '~충'은 이제 어떠한 단어와도 환상의 조합을 이루는 단어가 됐다. '~충'은 나와 남을 구분하고, 남을 깍아내리며, 결국에는 자신을 비하하는 도구로 전락했다. <변신>은 현대의 이런 세태를 예견한 듯한 프란츠 카프카의 경고가 아닐까.

 

 

사회는 발전했고 돈만 있다면 못할 게 별로 없는 그런 시대가 되었다.(중략) 당장이라도 무슨 큰일이 발칵 일어날 것만 같아서 불안하다. 우리는 번쩍번쩍 빛나는 고층빌딩 유리창보다, 화려한 색감에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스마트폰보다, 마우스 클릭 몇 번만 하면 쉽게 물건을 살 수 있는 최첨단 인터넷보다, 그 너머에 있는 사람들의 호흡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휘황찬란한 물질세계에 가려 보이지 않는 저 건너에 있는 사람들, 우리들의 이웃에게 손을 내밀어야 할 시간이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 모두가 결국 그레고르이자 동시에 그의 가족이 되어 비참한 결말을 쓰게 될 것이다. - 33p.

 

 

책 읽기는 재미있는 취미생활이다. 책 읽기가 뭐가 재밌냐고 하겠지만 하루에 30분만 그 속으로 온전히 빠져들 수 있다면 책 읽기만큼 재미난 게 없다. <내가 사랑한 첫 문장>은 책 읽는 재미와 함께 자신만의 시선으로 소설을 읽으라고 권한다. 소설의 재미 중 하나가 '오독(誤讀)'이라고 한다. 소설에는 분명한 작가의 메세지가 담겨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자신만의 해석을 하는 것도 나름의 재미다. 그래서 독서모임을 하며 한 권의 책으로 수십가지의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독서모임에 참여할 수 없다면 <내가 사랑한 첫 문장>을 권한다. 저자의 시선으로 차분히 읽어낸 23권의 세계를 만나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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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꿈꾸게 하는 클래식 - 달콤 쌉싸름한 내 삶의 모든 순간
홍승찬 지음 / 북클라우드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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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라는 그 멀고도 먼 단어와 잠시 친해졌다고 느꼈던 시기가 있다. 아무런 감흥없이 닥치는 대로 외우고 시험보고 점수를 내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들어간 대학교에서의 일이다. 학점을 잘 준다는 풍문을 따라 들었던 음악대 교양수업. 음대에서 들었던 '음악의 이해' 수업은 단순한 이론을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음악을 즐기길 바라는 교수의 바람이 그대로 녹아있는 커리큘럼이었다. 수업 중에 짧은 오페라와 뮤지컬을 감상하기도 하고 실제 공연을 보고 제출하는 레포트도 있었다. 그런데 이런 수업이 부담되기는 커녕 마냥 신기하고 재미있기만 했다. 나 스스로도 놀랄 만큼 '음악이 즐겁다'는 느낌을 처음 받았던 시기다. 그리고 평범한 사회인으로 돌아가 직장생활을 하고 결혼과 출산, 육아를 반복하며 클래식은 다시 멀고 먼 이야기가 됐다.

 

 

<나를 꿈꾸게 하는 클래식>의 저자는 '여기에 담긴 무수한 이야기들 가운데 단 한 편이나 한 줄, 아니면 낱말 하나만이라도 그의 마음에 남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는 바람을 프롤로그에 적으며 누구나 가깝게 음악을 느끼길 소망한다. 그의 소망대로 이 책은 다소 어렵고 난해하게 느꼈던 클래식을 보다 가깝고 애틋하게 그리고 다정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바흐, 브람스, 차이콥스키처럼 이름이 알려진 음악가의 숨겨진 뒷 이야기부터 비틀스, 유재하, 신중현 등 익숙한 이름이 등장하고 유명 공연장이나 페스티벌에 얽힌 이야기를 다채롭게 소개한다. 다양한 음악 이야기를 하나의 책으로 묶어낸 작가의 센스가 돋보이는 책이다. 그 중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오페라 아리아라는 <남몰래 흘리는 눈물>이다. 오페라는 '언어'라는 장벽이 굳건히 버티고 있어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분야다. 그런데 책 중에서 '음치만 아니라면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는 오페라 아리아'라고 소개해 어떤 아리아인가 실제 찾아보게 만들었다. 또 다른 이야기인 중국의 경극이 융성하게 된 계기를 소개하며 나온 서태후 이야기에서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느낌을 받았다. 겉으로 보여지는 잔인한 모습의 서태후가 아닌 그녀가 지닌 내면의 아픔을 경극을 통해 우회적으로 소개해, 책 속에서만 존재하던 인물을 감정을 지닌 우리 곁의 누군가의 이야기로 승화시키며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왔다.


<나를 꿈꾸게 하는 클래식>은 음악 이야기를 통해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인생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무수한 음악가들의 삶 속에 녹아있는 이야기를 통해 과거를 회상하고 미래를 꿈군다.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지는 '시간'이라는 한계 속에서 영원함을 꿈꾸는 음악 이야기를 다정하게 즐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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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문학 에세이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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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남긴 글은 매우 소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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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인문학 - 공부하는 엄마가 세상을 바꾼다
김경집 지음 / 꿈결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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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그럴듯한 교양이나 적당한 지적 만족을 주는 학문이 아닙니다. 인문학의 기본 정신에는 모든 앎이 인간에서 출발하고 인간으로 귀결되며 모든 인간이 '자유로운 개인' 으로서 주체적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인문학의 역할은 결코 과거의 지식을 답습하고 현재의 지식을 구축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진정한 인문학은 미래의 삶과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합니다. - 7p.​

 

 

어마어마한 두께를 자랑하는 <인문학은 밥이다>의 김경집 작가의 신간 <엄마 인문학>. '엄마'와 '인문학'이라는 익숙한 단어들의 낯선 조합에 끌려 집어든 책이다. 김경집 작가는 교양과 지적 자산으로서의 인문학이 아닌, 창의적 융합과 연대의 중심에 위치해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는 인문학을 추구한다.(고 저자 소개에 나와있다) 이런 활동 중 하나인 엄마들을 대상으로 한 '엄마 인문학' 강연을 엮은 책이 <엄마 인문학>이다.

 

표지에 있는 '공부하는 엄마가 세상을 바꾼다'는 슬로건은 너무나 익숙하다. 하지만 그런 익숙함에 젖어 있을 뿐 어떤 공부를 해야하는지, 어떻게 공부해야하는지 엄마 자신조차 알지 못한다. 이렇게 방황하는 엄마에게 저자는 "인문학을 공부하세요"라고 말한다. 인문학을 공부하며 연대의 필요성을 깨닫고, 인문학을 공부하며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으며, 인문학을 공부하며 미래와 세계를 멀리 바라볼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한다.

 

엄마로서 살아 온 10여 년이 넘은 시간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고민은 '어떻게 해야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이다. 자기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던 아이는 어느새 홀로 걷고 말하며, 뒤돌아보면 학교에 입학해 학생이 되었다. 그런 순간마다 그 순간의 고민이 있었지만, 항상 떠나지 않는 고민은 '어떻게 하면 아이를 잘 키울까' 였다. '아이를 잘 키운다'는 의미가 공부를 잘하고 다재다능한 '잘난' 아이로 키운다는 의미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잘 키운 아이'는 자신만을 생각하지 않고 남을 돌아볼 줄 아는 아이다. 그런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면 더욱 환영할 일이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어떤 직업을 가지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직업을 단정해서 제시하는 게 부모의 일이 아니라 어떤 직업을 가질 지 고민하도록 만드는 게 부모의 할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잘 자랐다는 평가는 남의 눈이 아닌 스스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자신이 내리길 바란다.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고, 내 삶이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을 고민이다.

 

이런 고민에 <엄마 인문학>은 하나의 대안을 제시했다. 다양한 인문학 공부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며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어제와는 다른 오늘이 될 것이다. 내 안에 갇히기 보다는 세상을 읽는 눈을 키우고 삶을 읽을 수 있다면 오늘과 다른 내일이 오지 않을까. 책을 읽으면서 단순한 지식 습득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내 삶을 투영하는 체험적인 학문으로 인문학을 활용한다면 분명 변화는 찾아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엄마가 연대해야 생각이 변하고 그래야 우리 삶과 사회에 아주 작게나마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한다고 무엇이 변할까 싶지만 그래도 미미하나마 변할테니 엄마가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껏 우리는 '달걀로 바위를 치는 격'의 사회적 저항을 해왔고 그만큼의 좌절을 보았다. 그럼에도 주저앉지 말고 다시 일어나 변화를 촉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얼마나 변할까? 과연 변할 수 있을까? 싶은 의문이 든다. 그래도 엄마니까 엄마라서 '책을 읽고 세상을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과 삶을 읽고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혁명을 위해 '엄마들이여, 인문학을 공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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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제를 아울러 접점을 만들어 주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무언가가 튀어나옵니다. 그것이 창조의 힘이에요. 지금 우리가 인문학을 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합니다. 인문학은 삶과 세상에 대한 의미를 보여주고 질문하게 하는 동시에, 미래로 가는 길에 놓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 꾸러미를 품고 있습니다. 그 열쇠를 우리 아이들에게 쥐어 줘야 해요. 그러려면 내가, 엄마들이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교육에 있어서 마지막 희망은 엄마입니다. 내 아이가 거기에 있어요. 더 크게 보면 우리의 미래가 거기에 있지요. - 49p.

 

 

스스로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나를 판단한다는 사실 자체가 자유를 말살합니다. 검열은 개인의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점에서 반헌법적인 죄악입니다. 물론 국가 안위를 해칠 수 있는 등의 치명적 위험에 대한 예외적 경우는 인정해야 하겠지만 그 역시도 최소화해야 합니다. 그러나 검열의 진짜 문제는 남이 나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재단하고 처리한다는 게 아니라 내가 먼저 나의 생각을 검열한다는 점입니다. '이런 말을 해도 될까?', '이런 생각을 품어도 되는 거야?' 이렇게 말이지요. 그러면 알아서 기게 되는 겁니다. 스스로 자신의 자유를 억압하고 통제하는 거지요. 이게 가장 못된 패악입니다. - 129p.

 

 

맥락과 상황을 제외하고 이론만을 습득하면, 머리로는 들어와도 가슴까지 옮겨 가지 않습니다. 내가 처한 모든 상황을 이론에 맞춰 해석하게 되고, 그 해석을 가지고 타인에게 이해를 강요하기도 합니다. '나'는 빠진 상태에서 이론에만 경도되면 비판적 안목이 사라지게 됩니다. 공감하지 못하는데도 이론을 알아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우선 머릿속에 구겨 넣은 철학은 삶과 따로 놀게 됩니다. - 139p.

 

 

중요한 건 행복의 보편성입니다. '누구나 다 행복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그런데 이런 내막을 모르니까 자꾸 효율성만 강조하며 소수를 무시하게 되는 겁니다. 그런 천박하고 어리석은 생각이 지금 우리나라를 망치고 있는 겁니다. - 163p.

 

 

텍스트로만 읽으면 고전에 자신의 생각을 얹어서 자신을 정당화하는 객관적 근거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고전이 권력의 토대가 될 수 있다는 말이에요. 그런 일들이 얼마나 비일비재해요? 하지만 그것은 곡학아세예요. 비록 의도적이지 않다 하더라도 그런 식으로 태연하게 고전의 표면적인 텍스트를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이용하는 일을 저지를 수 있어요. 때문에 우리가 고전을 읽을 때는 반드시 그 책이 만들어진, 문장이 발화된 시점의 배경과 상황을 되짚어야 됩니다. - 205p.

 

 

나 혼자 먹고살기도 힘든데, 나라 안 정보도 제대로 모르는데 왜 바깥세상에 대해서까지 알아야 하느냐, 그게 내 삶에 무슨 직접적 영향을 주느냐고 따지시는 분들도 계시지요? 그러나 그걸 외면하면 머지않아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됩니다. 나도 그렇지만 내 아이들이 당하게 됩니다. 경제적 이해관계에 있는 당사자 간에 정보가 한쪽에만 존재하고 다른 한쪽에는 존재하지 않는 상황인 이른바 정보의 비대칭성은 필연적으로 한쪽의 피해를 수반하게 됩니다. - 21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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