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인문학 - 공부하는 엄마가 세상을 바꾼다
김경집 지음 / 꿈결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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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그럴듯한 교양이나 적당한 지적 만족을 주는 학문이 아닙니다. 인문학의 기본 정신에는 모든 앎이 인간에서 출발하고 인간으로 귀결되며 모든 인간이 '자유로운 개인' 으로서 주체적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인문학의 역할은 결코 과거의 지식을 답습하고 현재의 지식을 구축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진정한 인문학은 미래의 삶과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합니다. - 7p.​

 

 

어마어마한 두께를 자랑하는 <인문학은 밥이다>의 김경집 작가의 신간 <엄마 인문학>. '엄마'와 '인문학'이라는 익숙한 단어들의 낯선 조합에 끌려 집어든 책이다. 김경집 작가는 교양과 지적 자산으로서의 인문학이 아닌, 창의적 융합과 연대의 중심에 위치해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는 인문학을 추구한다.(고 저자 소개에 나와있다) 이런 활동 중 하나인 엄마들을 대상으로 한 '엄마 인문학' 강연을 엮은 책이 <엄마 인문학>이다.

 

표지에 있는 '공부하는 엄마가 세상을 바꾼다'는 슬로건은 너무나 익숙하다. 하지만 그런 익숙함에 젖어 있을 뿐 어떤 공부를 해야하는지, 어떻게 공부해야하는지 엄마 자신조차 알지 못한다. 이렇게 방황하는 엄마에게 저자는 "인문학을 공부하세요"라고 말한다. 인문학을 공부하며 연대의 필요성을 깨닫고, 인문학을 공부하며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으며, 인문학을 공부하며 미래와 세계를 멀리 바라볼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한다.

 

엄마로서 살아 온 10여 년이 넘은 시간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고민은 '어떻게 해야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이다. 자기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던 아이는 어느새 홀로 걷고 말하며, 뒤돌아보면 학교에 입학해 학생이 되었다. 그런 순간마다 그 순간의 고민이 있었지만, 항상 떠나지 않는 고민은 '어떻게 하면 아이를 잘 키울까' 였다. '아이를 잘 키운다'는 의미가 공부를 잘하고 다재다능한 '잘난' 아이로 키운다는 의미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잘 키운 아이'는 자신만을 생각하지 않고 남을 돌아볼 줄 아는 아이다. 그런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면 더욱 환영할 일이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어떤 직업을 가지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직업을 단정해서 제시하는 게 부모의 일이 아니라 어떤 직업을 가질 지 고민하도록 만드는 게 부모의 할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잘 자랐다는 평가는 남의 눈이 아닌 스스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자신이 내리길 바란다.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고, 내 삶이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을 고민이다.

 

이런 고민에 <엄마 인문학>은 하나의 대안을 제시했다. 다양한 인문학 공부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며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어제와는 다른 오늘이 될 것이다. 내 안에 갇히기 보다는 세상을 읽는 눈을 키우고 삶을 읽을 수 있다면 오늘과 다른 내일이 오지 않을까. 책을 읽으면서 단순한 지식 습득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내 삶을 투영하는 체험적인 학문으로 인문학을 활용한다면 분명 변화는 찾아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엄마가 연대해야 생각이 변하고 그래야 우리 삶과 사회에 아주 작게나마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한다고 무엇이 변할까 싶지만 그래도 미미하나마 변할테니 엄마가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껏 우리는 '달걀로 바위를 치는 격'의 사회적 저항을 해왔고 그만큼의 좌절을 보았다. 그럼에도 주저앉지 말고 다시 일어나 변화를 촉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얼마나 변할까? 과연 변할 수 있을까? 싶은 의문이 든다. 그래도 엄마니까 엄마라서 '책을 읽고 세상을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과 삶을 읽고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혁명을 위해 '엄마들이여, 인문학을 공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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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제를 아울러 접점을 만들어 주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무언가가 튀어나옵니다. 그것이 창조의 힘이에요. 지금 우리가 인문학을 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합니다. 인문학은 삶과 세상에 대한 의미를 보여주고 질문하게 하는 동시에, 미래로 가는 길에 놓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 꾸러미를 품고 있습니다. 그 열쇠를 우리 아이들에게 쥐어 줘야 해요. 그러려면 내가, 엄마들이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교육에 있어서 마지막 희망은 엄마입니다. 내 아이가 거기에 있어요. 더 크게 보면 우리의 미래가 거기에 있지요. - 49p.

 

 

스스로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나를 판단한다는 사실 자체가 자유를 말살합니다. 검열은 개인의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점에서 반헌법적인 죄악입니다. 물론 국가 안위를 해칠 수 있는 등의 치명적 위험에 대한 예외적 경우는 인정해야 하겠지만 그 역시도 최소화해야 합니다. 그러나 검열의 진짜 문제는 남이 나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재단하고 처리한다는 게 아니라 내가 먼저 나의 생각을 검열한다는 점입니다. '이런 말을 해도 될까?', '이런 생각을 품어도 되는 거야?' 이렇게 말이지요. 그러면 알아서 기게 되는 겁니다. 스스로 자신의 자유를 억압하고 통제하는 거지요. 이게 가장 못된 패악입니다. - 129p.

 

 

맥락과 상황을 제외하고 이론만을 습득하면, 머리로는 들어와도 가슴까지 옮겨 가지 않습니다. 내가 처한 모든 상황을 이론에 맞춰 해석하게 되고, 그 해석을 가지고 타인에게 이해를 강요하기도 합니다. '나'는 빠진 상태에서 이론에만 경도되면 비판적 안목이 사라지게 됩니다. 공감하지 못하는데도 이론을 알아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우선 머릿속에 구겨 넣은 철학은 삶과 따로 놀게 됩니다. - 139p.

 

 

중요한 건 행복의 보편성입니다. '누구나 다 행복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그런데 이런 내막을 모르니까 자꾸 효율성만 강조하며 소수를 무시하게 되는 겁니다. 그런 천박하고 어리석은 생각이 지금 우리나라를 망치고 있는 겁니다. - 163p.

 

 

텍스트로만 읽으면 고전에 자신의 생각을 얹어서 자신을 정당화하는 객관적 근거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고전이 권력의 토대가 될 수 있다는 말이에요. 그런 일들이 얼마나 비일비재해요? 하지만 그것은 곡학아세예요. 비록 의도적이지 않다 하더라도 그런 식으로 태연하게 고전의 표면적인 텍스트를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이용하는 일을 저지를 수 있어요. 때문에 우리가 고전을 읽을 때는 반드시 그 책이 만들어진, 문장이 발화된 시점의 배경과 상황을 되짚어야 됩니다. - 205p.

 

 

나 혼자 먹고살기도 힘든데, 나라 안 정보도 제대로 모르는데 왜 바깥세상에 대해서까지 알아야 하느냐, 그게 내 삶에 무슨 직접적 영향을 주느냐고 따지시는 분들도 계시지요? 그러나 그걸 외면하면 머지않아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됩니다. 나도 그렇지만 내 아이들이 당하게 됩니다. 경제적 이해관계에 있는 당사자 간에 정보가 한쪽에만 존재하고 다른 한쪽에는 존재하지 않는 상황인 이른바 정보의 비대칭성은 필연적으로 한쪽의 피해를 수반하게 됩니다. - 21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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