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이라는 그 멀고도 먼 단어와 잠시 친해졌다고 느꼈던 시기가 있다. 아무런 감흥없이 닥치는 대로 외우고 시험보고 점수를 내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들어간 대학교에서의 일이다. 학점을 잘 준다는 풍문을 따라 들었던 음악대 교양수업. 음대에서 들었던 '음악의 이해' 수업은 단순한 이론을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음악을 즐기길 바라는 교수의 바람이 그대로 녹아있는 커리큘럼이었다. 수업 중에 짧은 오페라와 뮤지컬을 감상하기도 하고 실제 공연을 보고 제출하는 레포트도 있었다. 그런데 이런 수업이 부담되기는 커녕 마냥 신기하고 재미있기만 했다. 나 스스로도 놀랄 만큼 '음악이 즐겁다'는 느낌을 처음 받았던 시기다. 그리고 평범한 사회인으로 돌아가 직장생활을 하고 결혼과 출산, 육아를 반복하며 클래식은 다시 멀고 먼 이야기가 됐다.
<나를 꿈꾸게 하는 클래식>의 저자는 '여기에 담긴 무수한 이야기들 가운데 단 한 편이나 한 줄, 아니면 낱말 하나만이라도 그의 마음에 남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는 바람을 프롤로그에 적으며 누구나 가깝게 음악을 느끼길 소망한다. 그의 소망대로 이 책은 다소 어렵고 난해하게 느꼈던 클래식을 보다 가깝고 애틋하게 그리고 다정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바흐, 브람스, 차이콥스키처럼 이름이 알려진 음악가의 숨겨진 뒷 이야기부터 비틀스, 유재하, 신중현 등 익숙한 이름이 등장하고 유명 공연장이나 페스티벌에 얽힌 이야기를 다채롭게 소개한다. 다양한 음악 이야기를 하나의 책으로 묶어낸 작가의 센스가 돋보이는 책이다. 그 중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오페라 아리아라는 <남몰래 흘리는 눈물>이다. 오페라는 '언어'라는 장벽이 굳건히 버티고 있어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분야다. 그런데 책 중에서 '음치만 아니라면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는 오페라 아리아'라고 소개해 어떤 아리아인가 실제 찾아보게 만들었다. 또 다른 이야기인 중국의 경극이 융성하게 된 계기를 소개하며 나온 서태후 이야기에서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느낌을 받았다. 겉으로 보여지는 잔인한 모습의 서태후가 아닌 그녀가 지닌 내면의 아픔을 경극을 통해 우회적으로 소개해, 책 속에서만 존재하던 인물을 감정을 지닌 우리 곁의 누군가의 이야기로 승화시키며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왔다.
<나를 꿈꾸게 하는 클래식>은 음악 이야기를 통해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인생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무수한 음악가들의 삶 속에 녹아있는 이야기를 통해 과거를 회상하고 미래를 꿈군다.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지는 '시간'이라는 한계 속에서 영원함을 꿈꾸는 음악 이야기를 다정하게 즐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