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셀프 트래블 - 2015~2016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31
이은영.한동철 지음 / 상상출판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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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공산 국가' 이다. 이어서 든 생각은 '다른 나라 사이에 낀 나라', '가난한 나라'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이런 생각을 바꿔준 건 한때 열심히 찾아보던 여행에세이 덕분이다. 책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한 유명 여행 작가의 배낭 여행기에서 '루앙프라방'과 '방비엔'이라는 지명이 지워지지 않았다. 그리고 작년에 TV에서 방영한 라오스 여행기를 보면서 '생각보다 멋진 나라구나'로 생각이 바뀌었다.

 

 

 

 

 

<셀프트래블 라오스>는 여행을 사랑하는 이은영, 한동철 부부가 함께 쓴 책이다. 저자 소개를 보면서 '천상 여행꾼'이 쓴 책일거라는 느낌이 강했는데, 책을 읽어보니 라오스를 사랑하는 마음도 곳곳에 스민 사랑스러운 책이었다. 가이드북이니 잘 곳, 먹을 곳, 즐길 곳 등 남들 다 가는 곳을 자세하게 설명해도 되고, 잘 모르는 지역을 소개하며 '꼭 가보라'고 등 떠밀어도 무관하다.

하지만 이 책은 한 발 더 나아가 라오스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며 라오스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학교에서도 자세히 배우지 않는 라오스의 역사와 문화를 콕콕 집어주며 이 곳을 왜 방문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단순히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내가 여행하는 국가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최소한의 역사와 문화를 알고 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었다. 아는 만큼 보이고, 자세히 보아야 더 예뻐보이는 것이 인지상정 아닌가.

 

 

 

 

 

 

 

낮은 물가와 아름다운 자연 환경 등 관광지로서 라오스가 가진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우리와도 닮은 듯 다른 모습의 라오스. 모두가 같은 모습이 아니라 다른 모습이기에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는 과정이 여행이 가진 매력이 아닐까 싶다.

라오스는 경제 발전을 위해 시장경제원리를 도입하고 1991년 라오스 헌법 제정, 1992년 국회의원 선거를 최초로 치뤘다고 한다. 이제 막 기지개를 켜고 날개짓을 시작한 라오스의 변화가 궁금해졌다. 여전히 젊고, 언제나 젊음으로 가득할 라오스. <셀프트래블 라오스>를 읽고 젊은 배낭여행자들이 사랑하는 라오스가 보고 싶어졌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작성한 솔직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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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의 연인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예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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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슈이치 책을 오랫만에 읽었다. 2009년에 작성한 <요노스케 이야기> 서평이 마지막이니 거의 6년 만이다. 리뷰를 작성한 책 외에도 몇 권 더 그의 책을 읽었지만, 어느 순간 '나랑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손에서 놓게 되었다. 소설을 거의 읽지 않는데다 일본 소설은 더더욱 읽지 않다보니 다시 만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을 돌아왔다.

그의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이웃 블로거들의 영향이 크다. 하나 둘 올라오는 서평을 읽고 있자니 이번 책은 나랑 너무 잘 맞을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마음 속에 고요한 바람으로 시작해 자연스럽게 책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요시다 슈이치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만나게 된 책이 <타이베이의 연인들>이다.

<타이베이의 연인들>은 다다 하루카와 료렌하오를 중심으로 다양한 연령대의 일본인과 타이완인이 등장해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이다. 주요인물인 오이물산 입사 4년 차 직원인 다다 하루카는 타이완 신칸센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타이베이로 떠난다. 오래 전 타이완 여행에서 만난 한 남자를 잊지 못하는 그녀는 느긋하고 낙천적인 성격이 왠지 타이베이와 잘 맞는 느낌이다. 다다 하루카가 잊지 못하는 한 남자인 료렌하오(에릭)는 오래 전 그녀의 여행에 하루를 함께 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이후 연락이 끊긴 그녀를 잊지 못해 일본 유학을 결심하고 현재 일본 건축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인연의 끈이 보이지 않던 몇 년의 시간이 지난 뒤에야 자신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그녀를 만나게 된다.

다다 하루카의 상사인 안자이 마코토는 타이완 신칸센 프로젝트로 인해 타이베이에서 일하고 있지만, 왠지 타이베이는 자신과 맞지 않는 듯 하다. 아내와 불화는 물론이고 계획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리는 타이완의 느긋한 업무 문화에 적응하기 힘든 그이다. 그런 그에게 타이완인 호스티스 유키는 유일한 안식처가 된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나쁘지만 좋은 의미(?)에서 점점 타이완인처럼 변하는 안자이 마코토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타이완을 자신의 고향으로 생각하는 하야마 가쓰이치로는 일본의 패전으로 일본으로 돌아온 뒤 한 번도 타이완 땅을 밞지 않는다. 젊은 시절 일본 고속도로의 근간을 만들며 바쁘게 지냈지만, 은퇴 후 아내 요코가 죽고 혼자 쓸쓸히 지내고 있다. 나카노 다케오(랴오총)는 일본 식민지 시절 하야마 가쓰이치로와 한 몸처럼 붙어다닌 타이완인 친구다. 그러나 가쓰이치로의 말 한마디로 그와 60년 넘게 만나지 못했다. 누가 봐도 '타이완 남자'인 첸웨이즈는 고등학교 졸업 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유유자적 지내고 있다. 그런 그의 앞에 소꼽친구 창메이친이 미혼모가 되어 나타난다.

꽤 여러 명의 주요인물이 교대로 등장하며 이야기를 진행하기 때문에 조금 산만해 보일 수 있는 구성이다. 또 제목에 '연인들'이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으니 '연애 소설이구나'하고 집었다가 '이건 연애 소설이 아닌데'하며 실망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 내가 마치 타이베이의 야시장을 걷고 있고, 항구도시 단수이의 노을을 바라보고 있으며, 비내리는 구아바 밭을 스쿠터로 달리는 기분이 들 정도로 대단한 흡입력이 있는 소설이다. 영상처럼 배경을 묘사하는 문체와 덤덤하지만 깊게 인물을 바라보는 통찰력은 '요시다 슈이치의 글이 이런 느낌이었지'하는 새삼스러움을 불러왔다.

하지만 읽는 동안 한 켠에는 불편한 마음이 존재했다. 아마 한국인만이 느끼는 불편함이 아닐까 싶은데, 조선 역시 일본 식민지 시절을 겪은 입장에서 친일적인 타이완인이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야마 가쓰이치로가 회상하는 옛 타이베이에서는 식민지의 처절함이나 괴로움을 느낄 수 없었다. 그저 일본의 지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그들과 친하게 어울리는 타이완인이 등장해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가 가쓰이치로가 보는 영화 <비정성시>의 내용을 찾아본 뒤에 타이완인의 태도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영화에는 일본 패전 이후에 겪었던 타이완인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한다. '결국 흘러가는 대로 놔둘수밖에' 없는 남국의 모습이 그들의 역사에도 묻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이완이 궁금하고 그 곳으로 떠나고 싶어졌다. 손으로 만져질 것 같은 묘사와 숨소리가 들릴 것 같은 표현이 타이완을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하루에도 여러 번 스콜이 오는 타이완의 공기에는 물냄새가 숨어 있지 않을까. 구아바밭의 푸르름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없지만 생각만으로도 눈이 청량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먼지와 땀으로 얼룩져 오늘을 살아가는 그들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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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카는 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에릭을 한 발짝 뒤에서 따라갔다. 구 년이라는 세월이 도려내져서 구 년 전과 지금이 잇닿은 것 같았다. 시간이 만약 리본 같은 것이라면 구 년의 길이를 잘라내고 과거와 현재를 이어 붙인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그렇게 도려낸 구 년의 리본은 어디에 있을까.

하루카는 무심코 발밑으로 시선을 돌렸다. 물론 두 사람의 발 밑에 잘라낸 리본이 떨어져 있을 리 없었다. 그렇다면...... 하루카는 크게 휘젓는 에릭의 팔로 시선을 돌렸다. 착각이라는 건 알지만 에릭이 그 손에 리본 끄트머리를 쥐고 있는 것 같았다. 하루카는 하늘하늘 흔들리는 리본의 다른 한쪽 끝을 잡으려고 반 발짝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흔들리는 리본을 좀처럼 잡을 수 없었다. - 246~247p.

"타이완......"

가쓰이치로는 새삼 눈앞에 서 있는 청년을 다시 쳐다보고 말았다. 한눈에도 몸에 딱 맞는, 좋은 옷감의 양복을 차려입었고, 새하얀 와이셔츠에는 주름 하나 없었다. 발밑을 보니 구두는 조명이 반사될 정도로 반들반들 잘 닦여 있었다.

가쓰이치로는 타이완이라는 말을 듣고 자신의 젊은 시절 모습을 떠올렸다. 숱하게 빨아서 후줄근해진 러닝셔츠, 아버지의 바지를 물려받아 만든 반바지, 늘 흙먼지가 피어오르는 탓에 햇볕에 그은 살갗은 먼지와 땀으로 얼룩져 있었다. 타이완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놀았던 무렵의 자신과 눈앞의 청년은 전혀 관계가 없었다. 그러나 가쓰이치로는 그사이에 흘러간 시간이, 자기들이 악착스럽게 일해서 지금 막 슬라이드로 보여준 일본의 발전이 늠름하고 믿음직스러운 청년의 모습으로 눈앞에 나타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301p.

고노스가 이야기했듯이 자신은 무의식적으로 "타이완으로 돌아간다"고 표현하는 인간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가쓰이치로뿐만 아니라 인간은 누구나 같은 고향 사람을 알게 되면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안도감이 생겨나게 마련이다. 따져보면 나고 자란 곳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상대의 뭔가를 아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아무것도 몰라도 상관없는 듯한, 그런 너그러운 마음이 드는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가쓰이치로는 숨을 삼켰다. 나의 고향은 분명 타이완이다. 그런데 왜 지금껏 등을 돌리고 살았을까. - 30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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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마카오 셀프 트래블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3
한혜원 지음 / 상상출판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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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출판에서 모집하는 상상팸 2기로 선발된 후 처음 받은 <셀프트래블 홍콩 마카오>. '나 혼자 준비하는 두근두근 해외여행'이라는 컨셉에 맞게 수많은 여행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다. '홍콩' 하면 '영화'가 떠오를만큼 국내에 홍콩여행의 광풍이 불었던 시기가 있었다. 이후에는 '쇼핑의 메카'로 홍콩이 알려지면서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여행지 중 하나가 홍콩이 아닐까 싶다. '동양의 라스베가스'라 불리는 마카오 역시 국내 예능프로그램이나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입에 자주 오르는 여행지가 되었다.

 

 

 

<셀프트래블 홍콩 마카오>는 홍콩을 꿈꾸는 초보 여행자를 위한 다양한 스케줄을 예시로 만들어 여행자의 편의를 도왔다. 한편 지역에 대한 이해 없이도 홍콩을 즐길 수 있도록 화보 형식으로 꾸민 페이지도 있다. 이후에는 홍콩을 지역으로 나눠 상세 정보를 다뤄 먹을 거리부터 즐길 거리, 매력적인 장소, 숨겨진 여행지를 소개하고 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알아두어야 할 일반 정보를 한 곳에 모아둔 점도 눈에 띈다. 여행을 간다는 생각에 한 두가지 물건이 빠지기 쉬운데, 한눈에 정리된 정보를 보고 빠진 것은 없는지 확인하면 된다.

 

 

 

홍콩을 넘어 마카오로 이동하는 방법도 아주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다양한 대중교통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A부터 Z까지 상세하게 설명하기 때문에 초보라도 <셀프트래블 홍콩 마카오> 한 권이면 용기를 갖고 해외여행에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

 

 

 

홍콩과 마카오는 자주 들어 익숙한 이름이지만, 선뜻 가기에는 망설여지는 여행지 중 하나이다. 도시 여행이다 보니 어떻게 동선을 짤 것인지도 고민이고, 누구와 함께 하는 여행인지에 따라 방문할 장소도 달라질 것이다. <셀프트래블 홍콩 마카오> 한 권이라면 보다 쉽게 여행 계획을 짜며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어느 날, 이 책을 들고 홍콩과 마카오를 걷고 있는 나를 상상해 본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작성한 솔직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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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기의 끝내주는 전쟁사 특강 1 : 한반도 편 최진기의 끝내주는 전쟁사 특강 1
최진기 지음 / 휴먼큐브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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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사게 된 계기가 생각나지 않는다. 역사는 좋아하지만 전쟁사는 따로 떼어놓고 읽을만큼 좋아하지 않는데 말이다. '아마도' 작가 이름을 검색하다가 우리나라와 관련한 전쟁 이야기라고 해서 구매한 것 같다. 작가 이름이 책 구매에 영향을 줄 만큼 요즘 'HOT'한 인기 강사 최진기의 책이다. 최근 방송을 통해 자주 얼굴을 볼 수 있는 최진기는 아이들에게는 수능을, 어른에게는 인문학을 가르치는 강사로 유명하다. 어려운 경제학 개념을 쉽고 명쾌하게 설명하고, 역사, 사회, 미술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넓은 지식을 뽐내는 '가장 대중적인 인문학 강사'이다.

 

<최진기의 끝내주는 전쟁사 특강 1>은 '우리나라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 전쟁'을 모은 책이다. 그 중에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처럼 한반도에서 직접 치른 전쟁이 있고, 베트남 전쟁처럼 우리나라 군인이 참전한 전쟁도 있다. 조선 독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제2차 세계대전 또한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서두에는 몽골의 세계 정복기를 상세하게 다뤄 어떻게 소수가 다수를 이길 수 있었는지 입체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짐작컨데 이 책은 별도의 강의 동영상이 있는 책인 듯 싶다. 동영상을 챙겨 볼 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어 확인까지는 못했지만 문체 자체가 문어체보다는 구어체에 가까워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고 책장도 술술 넘어가 '어느새 여기까지 읽었네'하고 깜짝 놀라며 읽은 책이다. 게다가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를 재미있다고 여기는 대한민국 남자라면 더욱 환영할 만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역사는 '외워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서인지 사건은 기억하지만 그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어떻게 진행됐는지' '그 후에 무엇이 바뀌었는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사건의 순서를 외우거나 연대를 알아야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수박 겉핥기 식으로 줄줄 외우는 역사는 시험이 끝나면 도로아미타불이 되어 버린다. 시간이 들더라도 자신이 직접 자료를 찾아보고 작성한 내용은 몇 년이 지나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교육을 현재 교육 현장에 바란다면 그건 얼토당토한 일이리라. (초등학생조차 학원에 다니느라 다른 걸 할 시간이 없는 데 중학생, 고등학생에게는 숨 쉴 시간조차 있을까?)

 

그래서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는 책을 찾아 읽는 게 중요하다. 고구려에 '형사취수제(혼)'이라는 제도가 있다. 형이 죽으면 동생이 형수를 책임지는 제도다. '이런 제도가 있다'고 단순히 외웠을 때는 이해가 가지 않는 제도였다. 백제와 신라에는 없는 제도가 왜 고구려에만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어서다. 하지만 몽골과 비슷한 약탈국가라는 특징을 지닌 고구려는 충분히 있을 법한 제도라는 걸 이 책을 보며 이해했다. 농경지가 부족해 주변국을 약탈하던 고구려이기에 몽골과 유사한 제도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최진기의 끝내주는 전쟁사 특강 1>은 쉽고 명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면서도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놓치지 않는다. 전쟁 이야기를 쓴다고 해서 '전쟁을 하자'는 아니다. 전쟁이 벌어지면 누군가는 부상을 당하거나 죽게 마련이다. 그게 나일 수도 있고 가족, 친지, 내가 아는 누군가가 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이처럼 현대전일수록 대규모 폭격을 통해 민간인의 사망 비율이 높다고 누차 강조한다. 결국 '전쟁은 모두가 지는 게임'이지 이길 수 없는 게임이다.

 

과거를 통해 아무 것도 배울 수 없다면 기록을 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과거의 기록'인 역사를 통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바를 명쾌히 하고, 지난 잘못을 뉘우쳐야 할 것이다. 언제 전쟁이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 오랜 내전으로 황폐한 조국을 버리고 지중해를 건너다 결국 죽음을 맞은 수많은 시리아 난민들. 전쟁사를 통해 알아야 할 것은 각 국이 얼마나 많은 첨단 무기를 갖추고 있는가가 아닌 힘들더라고 지켜야 하는 '평화'라는 메세지일 것이다.

 

 

* 내용 상 오류가 있습니다. 출판사에 전화해야 할까요?

* 신립 장군은 백마강 백사장에서 죽지 않았습니다.  - 14p.

* 우리나라 광복절은 8월 15일입니다. 9월 15일이라고 나와 있더군요.​ - 281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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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다면 한번쯤 이천
최석재 지음 / 상상출판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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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다면 한번쯤 이천>이라는 책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누가? 대체? 왜? 이천을 그리워하지?'라는 궁금증이 일었다. '이천'이라는 도시가 북한에 있는 것도 아닌데 실향민도 아닌 누군가 왜 이토록 이천을 그리워하는 걸까 하는 의문까지 들 정도였다. 하지만 책을 받아든 순간 이런 의문은 일시에 해소됐다.

 

<그립다면 한번쯤 이천>은 이천에 사는 저자가 자신이 나고 자란 고장 이야기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저자는 이천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라 보였는데, 나 역시 지역 소도시 출신으로 이런 자부심이 있다. 어릴 때부터 할머니나 아버지, 학교 선생님 등 다양한 사람에게 지역에 관련한 소소한 이야기를 듣고 자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런 이야기를 엮어 책으로 낼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다. 아이와 함께 다니는 답사 형식의 이야기의 이 책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내 아이의 아이에게까지 이야기가 전해지길 바라는 아빠의 소망이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유래담과 함께 걷는 답사여행', '당산나무와 함께 걷는 답사여행', '충절을 이야기하며 걷는 답사여행', '우리를 설레게 하는 뜻밖의 답사여행', '역사와 함께 걷는 답사여행', '가족과 함께 걷는 답사여행', '이천이라 더 특별한 답사여행'로 나눠 이천 구석구석에 숨겨진 이야기를 세세하게 소개한다. 대물 낚시보다는 피라미 낚시를 좋아한다는 저자는 기대치를 약간 낮춰 자연 속으로 들어갈 준비가 되었다면 이천 여행은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이라 말한다. 그의 말처럼 가족이 함께 체험할 수 있는 도예체험이나 농촌체험마을, 그다지 높지 않지만 등산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이천의 여러 산, 프로야구 2군 경기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베어스파크, 챔피언스파크 등 다양함이 공존하는 이천의 여러 모습을 볼 수 있는 책이다.

 

매일 다니는 골목 말고 다른 골목에 들어서면 그곳에는 아직 보지 못한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평소에 보지 못한 상점을 보고, 친구의 집이 이곳이었구나 하는 새삼스러움도 느낀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와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삶이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이 책을 읽은 뒤, 그동안 대물(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관광지에만 관심을 가졌던 게 아닌가 뒤돌아보게 되었다. 국내보다는 해외에 눈을 돌리고, 국내라 해도 누구나 아는 관광지에 나 역시 꾸역꾸역 가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멀리 보기보기에 앞서 가까운 곳부터 자세히 들여다 봐야 하겠다. 우리 고장이야기를 세세하게 안다고 해서 무엇이 좋을까 싶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아이의 기억 속에 내가 나고 자란 고장이 '무엇이 좋은 곳'으로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할머니에게 들었던 수많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보아야겠다. 그러면 아이의 아이에게도 이야기가 전해지지 않을까. 비록 전해지지 않더라도 '우리 엄마의 할머니는 이런 일을 겪었대'라는 기억이라도 남지 않을까. 수많은 이야기 속에는 다양한 형태의 삶이 존재한다. 아빠의 손을 잡고 듣는 우리 고장 이야기, 그 속에 배워야 할 진짜 삶이 숨어있다.

 

 

 

 

본문 중에서

 

여행의 매력은 유명한 여행지에서 느끼는 즐거움에서 드러날 수도 있지만, 낯선 곳에서 느끼는 객창감과 마음을 편히 내려놓을 수 있는 자유에서 더 크게 다가옴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자유로움 속에서 소물이 대물이 될 수도 있는데, 반대라면 에펠탑은 동네 전신주보다 못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 91p.

 

시골 느티나무 아래 쉬고 계신 이 땅의 수많은 할머님과 할아버님, 아무렇지도 않게 앉아 계시지만 당신들 안에는 몇 개의 우주와 책 수십 권으로도 풀어쓰지 못할 사연이 담겨 있을 것이다. - 184p.​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작성한 솔직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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