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다면 한번쯤 이천
최석재 지음 / 상상출판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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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다면 한번쯤 이천>이라는 책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누가? 대체? 왜? 이천을 그리워하지?'라는 궁금증이 일었다. '이천'이라는 도시가 북한에 있는 것도 아닌데 실향민도 아닌 누군가 왜 이토록 이천을 그리워하는 걸까 하는 의문까지 들 정도였다. 하지만 책을 받아든 순간 이런 의문은 일시에 해소됐다.

 

<그립다면 한번쯤 이천>은 이천에 사는 저자가 자신이 나고 자란 고장 이야기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저자는 이천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라 보였는데, 나 역시 지역 소도시 출신으로 이런 자부심이 있다. 어릴 때부터 할머니나 아버지, 학교 선생님 등 다양한 사람에게 지역에 관련한 소소한 이야기를 듣고 자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런 이야기를 엮어 책으로 낼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다. 아이와 함께 다니는 답사 형식의 이야기의 이 책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내 아이의 아이에게까지 이야기가 전해지길 바라는 아빠의 소망이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유래담과 함께 걷는 답사여행', '당산나무와 함께 걷는 답사여행', '충절을 이야기하며 걷는 답사여행', '우리를 설레게 하는 뜻밖의 답사여행', '역사와 함께 걷는 답사여행', '가족과 함께 걷는 답사여행', '이천이라 더 특별한 답사여행'로 나눠 이천 구석구석에 숨겨진 이야기를 세세하게 소개한다. 대물 낚시보다는 피라미 낚시를 좋아한다는 저자는 기대치를 약간 낮춰 자연 속으로 들어갈 준비가 되었다면 이천 여행은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이라 말한다. 그의 말처럼 가족이 함께 체험할 수 있는 도예체험이나 농촌체험마을, 그다지 높지 않지만 등산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이천의 여러 산, 프로야구 2군 경기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베어스파크, 챔피언스파크 등 다양함이 공존하는 이천의 여러 모습을 볼 수 있는 책이다.

 

매일 다니는 골목 말고 다른 골목에 들어서면 그곳에는 아직 보지 못한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평소에 보지 못한 상점을 보고, 친구의 집이 이곳이었구나 하는 새삼스러움도 느낀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와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삶이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이 책을 읽은 뒤, 그동안 대물(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관광지에만 관심을 가졌던 게 아닌가 뒤돌아보게 되었다. 국내보다는 해외에 눈을 돌리고, 국내라 해도 누구나 아는 관광지에 나 역시 꾸역꾸역 가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멀리 보기보기에 앞서 가까운 곳부터 자세히 들여다 봐야 하겠다. 우리 고장이야기를 세세하게 안다고 해서 무엇이 좋을까 싶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아이의 기억 속에 내가 나고 자란 고장이 '무엇이 좋은 곳'으로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할머니에게 들었던 수많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보아야겠다. 그러면 아이의 아이에게도 이야기가 전해지지 않을까. 비록 전해지지 않더라도 '우리 엄마의 할머니는 이런 일을 겪었대'라는 기억이라도 남지 않을까. 수많은 이야기 속에는 다양한 형태의 삶이 존재한다. 아빠의 손을 잡고 듣는 우리 고장 이야기, 그 속에 배워야 할 진짜 삶이 숨어있다.

 

 

 

 

본문 중에서

 

여행의 매력은 유명한 여행지에서 느끼는 즐거움에서 드러날 수도 있지만, 낯선 곳에서 느끼는 객창감과 마음을 편히 내려놓을 수 있는 자유에서 더 크게 다가옴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자유로움 속에서 소물이 대물이 될 수도 있는데, 반대라면 에펠탑은 동네 전신주보다 못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 91p.

 

시골 느티나무 아래 쉬고 계신 이 땅의 수많은 할머님과 할아버님, 아무렇지도 않게 앉아 계시지만 당신들 안에는 몇 개의 우주와 책 수십 권으로도 풀어쓰지 못할 사연이 담겨 있을 것이다. - 184p.​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작성한 솔직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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