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을 사게 된 계기가 생각나지 않는다. 역사는 좋아하지만 전쟁사는 따로 떼어놓고 읽을만큼 좋아하지 않는데 말이다. '아마도' 작가 이름을 검색하다가 우리나라와 관련한 전쟁 이야기라고 해서 구매한 것 같다. 작가 이름이 책 구매에 영향을 줄 만큼 요즘 'HOT'한 인기 강사 최진기의 책이다. 최근 방송을 통해 자주 얼굴을 볼 수 있는 최진기는 아이들에게는 수능을, 어른에게는 인문학을 가르치는 강사로 유명하다. 어려운 경제학 개념을 쉽고 명쾌하게 설명하고, 역사, 사회, 미술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넓은 지식을 뽐내는 '가장 대중적인 인문학 강사'이다.
<최진기의 끝내주는 전쟁사 특강 1>은 '우리나라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 전쟁'을 모은 책이다. 그 중에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처럼 한반도에서 직접 치른 전쟁이 있고, 베트남 전쟁처럼 우리나라 군인이 참전한 전쟁도 있다. 조선 독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제2차 세계대전 또한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서두에는 몽골의 세계 정복기를 상세하게 다뤄 어떻게 소수가 다수를 이길 수 있었는지 입체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짐작컨데 이 책은 별도의 강의 동영상이 있는 책인 듯 싶다. 동영상을 챙겨 볼 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어 확인까지는 못했지만 문체 자체가 문어체보다는 구어체에 가까워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고 책장도 술술 넘어가 '어느새 여기까지 읽었네'하고 깜짝 놀라며 읽은 책이다. 게다가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를 재미있다고 여기는 대한민국 남자라면 더욱 환영할 만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역사는 '외워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서인지 사건은 기억하지만 그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어떻게 진행됐는지' '그 후에 무엇이 바뀌었는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사건의 순서를 외우거나 연대를 알아야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수박 겉핥기 식으로 줄줄 외우는 역사는 시험이 끝나면 도로아미타불이 되어 버린다. 시간이 들더라도 자신이 직접 자료를 찾아보고 작성한 내용은 몇 년이 지나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교육을 현재 교육 현장에 바란다면 그건 얼토당토한 일이리라. (초등학생조차 학원에 다니느라 다른 걸 할 시간이 없는 데 중학생, 고등학생에게는 숨 쉴 시간조차 있을까?)
그래서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는 책을 찾아 읽는 게 중요하다. 고구려에 '형사취수제(혼)'이라는 제도가 있다. 형이 죽으면 동생이 형수를 책임지는 제도다. '이런 제도가 있다'고 단순히 외웠을 때는 이해가 가지 않는 제도였다. 백제와 신라에는 없는 제도가 왜 고구려에만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어서다. 하지만 몽골과 비슷한 약탈국가라는 특징을 지닌 고구려는 충분히 있을 법한 제도라는 걸 이 책을 보며 이해했다. 농경지가 부족해 주변국을 약탈하던 고구려이기에 몽골과 유사한 제도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최진기의 끝내주는 전쟁사 특강 1>은 쉽고 명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면서도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놓치지 않는다. 전쟁 이야기를 쓴다고 해서 '전쟁을 하자'는 아니다. 전쟁이 벌어지면 누군가는 부상을 당하거나 죽게 마련이다. 그게 나일 수도 있고 가족, 친지, 내가 아는 누군가가 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이처럼 현대전일수록 대규모 폭격을 통해 민간인의 사망 비율이 높다고 누차 강조한다. 결국 '전쟁은 모두가 지는 게임'이지 이길 수 없는 게임이다.
과거를 통해 아무 것도 배울 수 없다면 기록을 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과거의 기록'인 역사를 통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바를 명쾌히 하고, 지난 잘못을 뉘우쳐야 할 것이다. 언제 전쟁이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 오랜 내전으로 황폐한 조국을 버리고 지중해를 건너다 결국 죽음을 맞은 수많은 시리아 난민들. 전쟁사를 통해 알아야 할 것은 각 국이 얼마나 많은 첨단 무기를 갖추고 있는가가 아닌 힘들더라고 지켜야 하는 '평화'라는 메세지일 것이다.
* 내용 상 오류가 있습니다. 출판사에 전화해야 할까요?
* 신립 장군은 백마강 백사장에서 죽지 않았습니다. - 14p.
* 우리나라 광복절은 8월 15일입니다. 9월 15일이라고 나와 있더군요. - 281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