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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구해야 해 ㅣ 별숲 동화 마을 10
하은경 지음, 홍선주 그림 / 별숲 / 2015년 6월
평점 :
이 작품은 스토리도 재미있지만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매력적이었어요.
주인공 소년 금동이. 가난한 집안에 어머니는 병약하고 아버지는 억울하게 방화범으로 몰려 감옥에 갇히는 등 연달아 힘든 일을 겪게 됩니다. (금동이 아버지는 훌륭한 목수인데 돈을 빌려 목재를 샀다가 생각만큼 물건이 팔리지 않는 바람에 악명높은 고리대금업자인 황부자에게 목을 조이는 신세가 됩니다. 어느 날 밤 황부잣집에 불이 나자 그시간 그 장소에 있었다는 이유로 방화범 누명을 쓰게 됩니다.)
금동이는 이렇게 분통 터지는 일을 겪지만 앉아서 울고만 있진 않네요. 황부자에게 찾아가 또박또박 아버지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선처를 구합니다. 먹혀들지 않자 자신의 힘으로 아버지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닙니다. 금동이는 비록 가난한 집 자식이지만 아주 똘똘하고 생각이 깊은 아이입니다.
다음으로 금동이 친구 선이.
선이는 아버지 친구인 봉춘 아저씨의 큰딸인데요. 저는 이 작품에서 선이가 제일 매력있더라구요. (사실은 금동이보다도 더요!) 봉춘 아저씨는 백정이에요. 조선시대 백정은 가장 하급 직업인으로, 사람 취급을 안할 정도로 낮은 신분이었지요. 하지만 선이는 신분이나 환경 따위와는 상관없이 건강하고 밝게 잘 자란 아이였어요. 고생하는 친구 금동이에게 따듯한 국밥 한끼 챙겨 먹이려는 마음, 금동이를 어떡하든 도우려는 측은지심이 있는 아이였어요.
하지만 마음과 달리 말은 꽤 틱틱거리고 행동도 거의 사내아이 같네요. 털털하기가 거의 국보급입니다. 세수도 안 한 얼굴에 밤에 잘때 흘린 침자국이 귀밑까지 길게 나 있는 선이, 금동이가 쳐다보자 손바닥에 퉤, 침을 뱉어 박박 얼굴을 문지르지요. 이 까짓 게 뭐 어때서? 이렇게 천연덕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이지요. 또 아버지를 도와 고기를 바르면서는 커다란 칼로 소 다리뼈를 탁, 내려치다가 뿡~ 방귀를 뀝니다. 보통 여자애들이라면 창피해서 어쩔 줄 몰라하겠지요. 선이는 히죽 웃습니다.
"에고, 뼈다귀 두 번 내리치다가는 속곳에 똥 싸겠네!"
이런 대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날리는 여자아이라니... 저는 이 대목에서 그만 소리내어 웃고 말았어요. 줄줄이 어린 동생들 다 거두고 아버지 일을 도와 고기를 바르고 또 무거운 고기광주리를 이고 멀리까지 배달도 하는 억척 소녀! 영리하고 사물을 꿰뚫는 지혜도 있어서 어리숙한 삼용이를 구슬러 진범을 찾는 일에 도움도 주고, 배포도 있고 유머도 있습니다. 한 마디로 EQ가 뛰어난 소녀입니다. 결정적으로 선이는 금동이가 위험에 빠졌을 때 짜잔, 포졸들과 나타나 금동이를 구합니다.
가난하고 천한 집 자식이지만 선이는 영리하고 발랄하며 당당합니다. 아주 건강한 생명력을 가진 매력만점 소녀입니다. 어디 꿀릴 데 하나 없고, 어느 누구 앞에서도 눈치를 보거나 제 할 말을 못하는 아이가 아니예요. 작가의 여성관이 참으로 건강하게 느껴졌습니다. 밝고 건강한 여성관을 지닌 작가이기에 이런 등장인물을 만들어낸 것일 테니까요.
최선비는 대박 반전 캐릭터입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안다고 할 때 보통 그 사람이 보여주는 것만을 보고 그를 다 안다고 생각하지요. 최선비의 참 모습은 우리 모두를 놀래켯습니다. 아마도 작가는 사람을 대할 때 우리가 범하는 실수, 선입견에 대한 경계를 말하고 싶었던 듯해요.
숨바꼭질이라면 껌벅 죽는 삼용이도 재밌는 캐릭터였습니다. 어리숙하고 바보같은 삼용이가 가진 어떤 의외성과 순수성을 보는 듯했어요. 이 작품에 나오는 등장인물들 가운데 가장 외롭고 불쌍한 아이 같아서 조금 마음이 짠하기도 했고요.
and, 돌석이 형. 형의 행동과 의지는 이 작품이 남긴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좋은 도둑이라는 말이 과연 성립하는가. 그렇다면 좋은 일을 하는 도둑은 잡지 않아도 되는 걸까. 만약 돈과 탐욕에 물들지 않는 진정으로 의로운 관리가 있다면 기꺼이 잡혀주겠다는 도둑을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많은 어린 독자들이 생각하고 풀어야 할 문제일 것입니다.
어찌되었든 금동이는 아버지를 구했습니다. 선이의 도움이 컸지요. 아마 앞으로도 금동이는 선이의 영향권에 있을 것만 같은 느낌입니다.
선이야, 금동이를 부탁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