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또 토요일? 어린이작가정신 어린이 문학 13
김경숙 지음, 김완진 그림 / 어린이작가정신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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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친한 친구들이 있는 동네에서 떠나오기 싫었던 일주는 새로 이사온 동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툭닥거리며 싸우는 자신의 부모님도 마음에 안 들고 동네에서 만나게 된 어른들도 마음에 안 들고 동네 애들도 마음에 안 들고 하다못해 동네 개도 마음에 안 든다.


그런 중에 일주는 노인회관에서 시계를 깨뜨리게 되고 회장 할아버지의 억지에 분통을 터뜨리며 불평불만 가득한 하루를 보낸다. 그러나 자고 일어나보니 어제가 반복된다.


작가는 일주의 불만 가득한 낯설음에 초강력의 낯설음을 추가한다. 바로 죽음의 위기를 목격하는 일이다. 생전 처음 겪는 이 엄청난 경험은 일주를 깨어나게 한다. 내가 조금만 노력하면 누군가의 목숨을 구할 수도 있다는 걸 깨닫고 그 사건을 계기로 성숙해진다.


어쩌면 우리 일상이 재미없고 무의미한 이유는 매일매일 아무 사건 없이 똑같은 패턴으로 반복되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죽을지도 모르는 위기일발의 순간을 겪는다면 우린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그런 초유의 낯선 경험 없이도 성숙해질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얼마나 다행인가


이 책을 읽고 우리 아이들이 그런 독서토론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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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에서 그 녀석을 만났다 독깨비 (책콩 어린이) 67
이혜령 지음, 이영환 그림 / 책과콩나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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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같은 반이었을 때 나를 무수히 괴롭히던 녀석 기태. 

올해 4학년이 되면서 녀석은 다른 반이 되었다. 

그래서 우린 만날 일도, 엮일 일도 없었다.


그런데 오늘 복도에서 만난 그 녀석 기태는 내게 먼저 말을 걸었다. 

묻지도 않았는데 이런저런 얘길한다. 

어딘가 고분고분하면서 힘이 빠져 있다. 

작년에 내가 알던 그 녀석이 아니다. 


기태는 4학년 7반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었다. 그반의 우등생이고 회장이며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차지혁에게 밉보였고, 반아이들은 한무리가 되어 기태를 소외시킨다. 키크고 운동 잘하고 기고만장 뭐든 저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있었던 어제의 강자 기태가 오늘은 약자가 되었다. 처지가 바뀐 기태는 소외된 자의 심정을 알아가는 중이다. 


그런데 내 마음이 의외다. 옆에서 그걸 보는 나(정재현)는 깨소금 맛을 느끼면서 기쁠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다. 나를 억누르던 놈이 남에게 억눌리는 걸 보는데 왜 기분이 안 좋을까.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다. 내가 꼼짝 못하는 존재는 남들도 다 꼼짝 못하고 굽실대는 존재여야 내 비굴함이 정당성을 찾는 거니까. 내가 못난 놈에게 당해왔음을 인정하면 내 존재는 더욱더 초라해지는 법.)


이 작품집엔 다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뒤에 실린 <타이밍>이 <복도에서 녀석을 만났다>와 비슷한 상황으로 보인다. 


이런 경우, 아이들은 어떤 식으로 상황을 헤쳐나갈까. 


당하는 아이가 복수를 하려면 최소한의 무기는 있어야 할 것이다. <복도에서 녀석을 만났다>의 나에게 그것은 말빨이다. 나는 작년에도 지금도 힘만 셀 뿐인 기태에게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나는 어떤 경우에도 할말은 하고야 만다. 논리적이고 조리있게 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강자 앞에서도 꿀리지 않고 끝까지 말할 수 있는 뚝심(자존감)이 있다. 


그렇다면 기태의 무기는 무엇인가. 

무엇이 있어야 자기보다 강자인 치지혁을 이길 수 있을까. 

기태의 무기는 어제의 적이었던 나다. 

기태는 말빨센 나의 마음을 가졌다. 

이 작품이 재밌는 이유이다. 


기태는 복도에서 내게 먼저 말을 걸어왔다. 

"야 정재현! 나, 너한테 할말 있는데... 불라불라불라,"


작년 한해동안 당하고 당해오는 동안 내가 그토록 미워했던 기태.

기태에 대한 내 마음은 꽝꽝 얼어붙은 빙산.

그것이 시나브로 봄눈처럼 조금씩 녹아내린다.


단지 복도에서 만났고, 보았고, 녀석이 내게 말을 걸어왔을 뿐인데 

이런 기적이 일어났다. 


진심이 진심을 만나 힘을 얻었다.

우리는 이렇게 친구를 만들고 

우리는 이렇게 성장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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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호랑이
얀 유테 지음, 이한상 옮김 / 월천상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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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작가가 쓴 호랑이 얘기라서 호기심이 당겼다. 왜냐하면 그간 아시아의 호랑이 이야기는 읽고 들었어도 유럽 호랑이 얘기는 읽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와 호랑이는 상상이 잘 안 되었다. 아직 가보지 않은 나라이기 때문일까. 그래서 더 궁금했고 얼른 읽고 싶었다. 


이것은 조세핀의 친구 얘기다호랑이라는 친구.


흥미진진하고 매력적인 이야기다. 더욱이 읽고 난 뒤엔 우리로하여금 깊은 상념에 빠지게 한다


과연 호랑이는 누구일까.


독자들마다 호랑이라는 존재에 대해 여러 다른 해석을 내놓을 것이다꼬맹이 친구들은 동물원에서 본 호랑이를 떠올리며 으스스 몸을 떨 것이다


"그런 호랑이를 왜, 어떻게 집으로 데려와? 불가능한 일이야!" 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책 이야기를 함께 나누다 보면 우리는 이 호랑이가 은유일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러므로 독자들은 조세핀의 호랑이 대신 교실에서 왕따를 당하던 친구를 떠올리게 될지도 모른다. 어떤 친구는 가난이나 질병, 장애 때문에 소외된 외로운 이웃을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고국을 잃은 채 고통 받는 난민을 떠올릴 수도 있다. 드물게는 외계인이나 귀신을 생각하는 친구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은유를 품은 호랑이는 무엇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금기의 사랑이 될 수도 있다.


한 권의 그림책을 읽고 난 뒤 우리는 이토록 다양한 호랑이를 떠올릴 수 있다. 조세핀의 친구 호랑이가 우리에게 풍성하고 아름다운 상상이 되는 순간이다.


또 하나, 이 작품에서 칭찬하고 싶은 것은 시적인 언어의 힘이다.


밤이 나린 까만 거리라는 말 앞에서 우리는 섣불리 책장을 넘길 수가 없다. 반 박자쯤 나른한 상상에 빠진다. 그러고 나서 천천히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조세핀의 우정도, 번역된 우리말도 참 아름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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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가 데려온 고래
박찬주 지음 / 월천상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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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어린이에게 비는 행복한 머무름이지만, 또 다른 어떤 어린이에게 비는 바라지 않은 상황일 수도 있다. 나쁜 상황 우울한 현실일 수도 있다. 

 

만약 비를 무서워했던 어린이라면 이 책 단비가 데려온 고래괜찮아, 비가 오면 이런 좋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는걸하고 밝고 환하게 웃으며 말해주는 친구처럼 느껴질 것이다. (아이들은 친구가 말해주는 게 더 찰떡같다. ^^) 

 

“친구야. 비가 와서, 자꾸자꾸 계속 와서, 온 세상이 물의 나라가 되면, 그때에 내 친구 고래가 와서 우리랑 같이 살 수도 있어! 재밌겠지? 신나겠지?”


단비가 들려주는 이러한 명랑성은 우리 모두를 즐겁게 하고 행복하게 한다.

 

고래는 우리 모두가 꿈꾸는 아주 멋진 친구이다현실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친구. 평소엔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최고의 친구.


고래는 암울한 상황, 원치 않았던 현실, 척박한 환경에서 좌절하고 낙심해 있는 사람에게는 나타나지 않는다. 희망을 꿈꾸는 명랑성과 낙천성을 가진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친구다.

 

고래라는 상상의 친구를 가진 친구는 어떤 상황에서도 친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친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어린이들은 외롭지 않으며 자라서 행복한 사람, 저력 있는 어른이 된다


그림책은 이래서 좋다. 오감을 열어주고, 상상의 지평을 한껏 열어준다.

상상력을 키워주는 그림책은 현실을 해석하는 힘이 남다르다.


<컵을 컵이라 생각하면 기억이고컵을 모자라 생각하면 상상이다.>

어떤 시인의 시구다.


단비가 데려온 고래, 상상력이 풍부한 행복한 그림책이다.

단비는 요즘과같은 코로나 상황에서 어떤 친구랑 놀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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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똥별이 슝, 환경미화원이 사라졌다! 나는 새싹 시민 13
최은옥 지음, 김재희 그림 / 초록개구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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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똥별이 슝 환경미화원이 사라졌다!>를 읽고 아기들의 첫 놀이인 '까꿍놀이'가 생각났다. 6개월 정도의 유아들은 엄마가 얼굴을 숨겼다가 “까!” 하면서 얼굴을 보여주면 까르르 넘어갈 정도로 웃으며 좋아한다. 



아기들은 앞에 있던 사람이 안 보이면 영영 사라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까꿍놀이는 비록 '안 보여도 존재하고 있다'는 걸 가르친다. 결국 까꿍은 아기에게 존재에 대한 믿음을 길러주는 놀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이 책은 저학년 어린이들에게 까꿍놀이 같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사회의 여러 고마운 직업인들. 그들은 누가 보든 보지 않든 소명감을 갖고 묵묵히 일하고 계신다. 특히 환경미화원. 우리는 그분들의 한결같은 노고를 통해 청결한 환경에서 안심하며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공짜인 공기를 고마워하면서 눈물 흘리는 사람 없듯이, 환경미화원 아저씨의 존재는 너무 당연해서 사라지는 상황에 상상력이 필요할 정도이다. 다행히 이 책에서 또래친구 동훈이와 서준이가 겪는 이야기는 구체적이며 실제적이다. 


이 까꿍놀이 같은 이야기를 통해서 아이들은 '우리 곁에 있어 주어서 고마운 분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것이고, 이를 계기로 사유와 토론의 폭 또한 넓어지리라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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