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호랑이
얀 유테 지음, 이한상 옮김 / 월천상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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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작가가 쓴 호랑이 얘기라서 호기심이 당겼다. 왜냐하면 그간 아시아의 호랑이 이야기는 읽고 들었어도 유럽 호랑이 얘기는 읽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와 호랑이는 상상이 잘 안 되었다. 아직 가보지 않은 나라이기 때문일까. 그래서 더 궁금했고 얼른 읽고 싶었다. 


이것은 조세핀의 친구 얘기다호랑이라는 친구.


흥미진진하고 매력적인 이야기다. 더욱이 읽고 난 뒤엔 우리로하여금 깊은 상념에 빠지게 한다


과연 호랑이는 누구일까.


독자들마다 호랑이라는 존재에 대해 여러 다른 해석을 내놓을 것이다꼬맹이 친구들은 동물원에서 본 호랑이를 떠올리며 으스스 몸을 떨 것이다


"그런 호랑이를 왜, 어떻게 집으로 데려와? 불가능한 일이야!" 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책 이야기를 함께 나누다 보면 우리는 이 호랑이가 은유일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러므로 독자들은 조세핀의 호랑이 대신 교실에서 왕따를 당하던 친구를 떠올리게 될지도 모른다. 어떤 친구는 가난이나 질병, 장애 때문에 소외된 외로운 이웃을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고국을 잃은 채 고통 받는 난민을 떠올릴 수도 있다. 드물게는 외계인이나 귀신을 생각하는 친구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은유를 품은 호랑이는 무엇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금기의 사랑이 될 수도 있다.


한 권의 그림책을 읽고 난 뒤 우리는 이토록 다양한 호랑이를 떠올릴 수 있다. 조세핀의 친구 호랑이가 우리에게 풍성하고 아름다운 상상이 되는 순간이다.


또 하나, 이 작품에서 칭찬하고 싶은 것은 시적인 언어의 힘이다.


밤이 나린 까만 거리라는 말 앞에서 우리는 섣불리 책장을 넘길 수가 없다. 반 박자쯤 나른한 상상에 빠진다. 그러고 나서 천천히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조세핀의 우정도, 번역된 우리말도 참 아름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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