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루의 어드벤처 - 사막, 그 빈자리를 찾아서
김미루 지음 / 통나무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김미루 사진 작가의 여행 에세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 장의 만족스러운 사진을 얻기까지 고행과도 같은 과정이 잘 드러나 있어 작가가 추구하고자 하는 작품세계를 좀더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고나 할까. 위험을 무릅쓴 여행의 궤적을 함께하면서 작가가 추구하고자 하는 사유와 존재의 문제에 같은 눈높이로 천착하는 느낌이 좋았다.  

 

원하는 작품을 얻기 위해 감행한 모험과 위기의 순간들을 읽을 때 조릿조릿, 아찔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의 서문을 아버지 김용옥 교수가 써주었던데 일반독자인 나도 이런 심경일진대 부모는 딸의 경험을 읽으며 얼마나 여러번 가슴을 쓸어내렸을까 싶다.

 

그러므로 <나는 지금도 미루가 의학공부가 싫다고 한다면 인류학 같은 학문이라도 해서 안정적인 직장을 확보하기를 바라고 있다.>라고 쓴 김용옥 교수의 진심이 부모 입장에서 깊이 공감되었다. 

 

책 속에 실린 여러 장의 사진들이 나로하여금 간접경험을 한 기분이 들게 했고 용감하고 자유로운 지은이의 여정과 사유가 건강하고 씩씩한 기상으로 와닿았다.

 

에너지를 수혈한 느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별을 읽는 소년 - 하늘을 관측하는 관상감 이야기 조선의 일꾼들 4
조규미 지음, 김영곤 그림 / 내인생의책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그 애는 머리가 좋아요."

 

언젠가 아들이 특정 친구를 가리켜 했던 말이다. 가만 들여다보니 아들은 머리가 좋은 그 친구를 부러워하는 것 같았다. 금수저라는 말이 있듯이 그 경우는 금전두엽이라고나 할까. 금전두엽을 부러워하는 건 아들뿐 아니다. 살면서 부러운 사람을 여럿 만났는데 내 경우엔 창의적인 사람이 가장 부러웠다. 나는 그들이 머리가 좋아서 창의적인 거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아들뿐 아니라 나 역시도 머리좋은 사람이 부럽다. 

 

사실 천재는 모두의 선망의 대상이다.

 

 

살리에르는 모차르트를 부러워했고 수홍은 치영을 부러워한다. 시대와 장소를 떠나 평범한 이들은 천재가 부럽다 못해 때로는 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이렇게 노력을 하는데 내 보기에 천재는 전혀 노력하지 않고도 문제를 해결하는 걸로 보인다. 나는 밤새도록 읽고 머리를 싸매고 궁리하며 연구하고 다시 읽어야 겨우 아는데 천재는 한번 쓱 읽고서 모든 이치를 파악하고 단박에 문제를 풀어내니 당연히 짜증날 수밖에.

 

나는 죽도록 고생하는데 천재는 좋은 머리 타고난 덕에 노력 하나 없이 저절로 얻는 것 같아 속상하고 기분 나쁜 것이다. 찌든 열등감으로 울화가 밀려오고, 행여 저 인간이 내 밥그릇을 뺏어가는 건 아닌가 싶어 천재를 경계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이와같은 수홍의 복잡한 감정들이 잘 느껴졌고 충분히 감정이입 되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래도 끝이 좋아서 다행이다. 태문에 비해 수홍은 그나마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보아진다. 

 

사실 이 책에서 태문과 수홍은 한 사회의 상징으로도 읽혔다. 

 

찌든 열등감으로 마음이 병들어 천재를 아예 매장시키려는 태문처럼 우리 사회엔 그런 공동체가 얼마나 많은가. 학계도 그렇고 정치판도 그렇고 하다못해 직장도 그렇다. 잘난 사람, 우수한 사람을 적안시 하고 어떡하든 밀어내려고 하니 말이다.

 

물론 천재 치영도 책만 보지 말고 소통하려는 의지를 가졌으면 좋겠다. 수홍은 치영과 경쟁 할 건 하되 보통때도 대결구도로 각을 세울 필요는 없다고 본다. 모르는 것은 물어보면서 배우고, 그런 과정을 통해 서로 윈윈하고 모두가 행복했으면 한다.     

 

어린 학도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을 조릿조릿한 마음으로 따라가다 보니 의외로 '조선시대의 천문학은 백성들에게 이런 의미였겠구나', '조선시대는 과학연구를 이런 식으로 공부했겠구나' 하는 걸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별 이야기 자체도 재밌었고 조선시대의 관상감 이라는 직업도 흥미진진했다. 이런저런 의미에서 특별한 책이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베프, 로봇 젠가 그래 책이야 13
신채연 지음, 한호진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 전 냉장고가 고장이 나서 새 냉장고를 구입했다.

새 냉장고를 들여오던 날 나는 희한한 경험을 했다.

아이구 참 오래 쓰셨네요.”

 

직원들은 고장난 우리 집 옛 냉장고를 끌어내면서 그렇게 말했다. 맞는 말이다. 냉장고와 거의 20년을 같이 지냈으니 말이다. 이윽고 직원들은 우리의 옛 냉장고를 양쪽에서 부축하다가 번쩍 들어서 데리고 나갔다. 그러자 몸에 기운이 쭉 빠지면서 짠한 마음이 들었다.

 

냉장고. 그는 항상 우리 집안의 중심에 있었다. 나를 비롯한 우리 식구들은 매일 같이 그의 팔을 한번 이상은 꼭 잡았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그의 속을 들여다보았으며 그의 몸속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우리 식구들이 떠들고 웃고 싸우고 고민하는 것들을 모두 들었고,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러고도 그는 점잖게 비밀을 지켜주었다. 그는 우리가 집을 팔고 사고 이사를 하고 집안 어른들과 이별하고 아이들이 커가면서 입학하고 졸업하고 유학을 가고 돌아오고 이 모든 걸 알고 있는 우리 가족사의 산 증인이었다.

 

나의 추억은 곧 그의 추억이었다.

돌아보니 친구도 이런 친구가 없었다.

 

, 다만 전자제품일 뿐이야. 그저 세간살이일 뿐이라고! 누군가 이렇게 말한다면 달리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내 경우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 전날 밤 나는 헤어질 것을 알고 있었기에 따듯한 물걸레로 20년을 같이 지낸 그 친구의 몸을 닦아주며 속으로 말했었다.

 

장고야, 생각해 보니 넌 우리 집에 온 이후 단 하루도 휴식을 취해본 적이 없네. (맞는 말이다 그는 이삿날에도 겨우 두어 시간 코드를 뽑았을 뿐이다.) 그동안 너한테 신세 많이 졌다. 정말 애 많이 썼다. 고마워…….’

 

냉장고도 이럴진대 하물며 로봇 친구가 나온다면? 나의 베프 로봇 젠가이 책을 읽으며 나는 젠가와 무무 이야기에 공감했다. 미래의 어느 날 결국 이런 날이 올 거라고 믿는다.

 

많은 사람들의 절친이 로봇이며, 로봇과 가족을 이루며 사는 시대. 멋진 로봇 친구가 집안의 중심에 있어서 물리적이고 심리적인 모든 문제들을 해결해 주고 엄마아빠의 비밀은물론 내 비밀도 들어주고 상담해주며, 태어날 때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옆에서 나를 지켜봐주는 내 존재의 증인. 그래서 가족보다 더 가족이며 친구이상인 존재. 그런 로봇이 각 가정에 다들 상비되어 있는 시대.

 

하지만 그날이 천천히 느리게 오기를 바란다. 그때엔 젠가도 제법 철이 들어 있겠지.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설렘의 습관
송정연.송정림 지음 / 박하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십대의 파워풀한 감수성이 녹아 있는 책.

설마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 오십대 여성일 거라곤 상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갈피갈피에 결코 녹록지 않은 삶의 지혜가 도사리고 있으니

더욱 놀랍고 감사하다.

 

보통, 책 한 권에 감수성이 녹아있든가 지혜가 들어 있든가

둘 중 하나인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둘 다이다. 

 

한 장 한 장 아끼면서 읽고, 매 챕터마다 감탄하게 된다.

나를 위해 탄 따뜻하고 향기로운 커피가 줄어드는 것이 아깝듯이

두 송작가가 전하는 메시지가 줄어드는 것이 아깝고 안타까울 정도였다.

 

이러한 감수성으로 살아가야지

이 설렘의 자세를 잊지 않고 살아가야지.

 

이제부터는 달라지지라. 매해 똑같은 모양으로 우리를 찾아오는 '사계절'을

전학온 친구를 맞이하듯 다가서리라. 떨리는 마음으로 다가가 수줍게 첫 인사 건네리라. 마지막 페이지를 닫으며 굳게 결심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꺼내어 다시 읽으며 마음을 세수하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멋대로 아빠 뽑기 내 멋대로 뽑기
최은옥 지음, 김무연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 읽히려고 샀는데 어른인 제가 먼저 흠뻑 빠져 들었습니다.

제목을 보면서 스토리가 어떻게 흘러가리라는 예감이 있었습니다. 예감대로 흘러가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빨려들었어요. 작가의 힘이 이런 것이겠지요.

 

강우의 느낌에 고스란히 감정이입 되었습니다. 특히 내 아빠가 친구 아빠가 되어 친구랑 같이 있으면서 나를 전혀 기억하지 못할 때 느꼈던 복잡미묘한 기분. 아주 중요한 걸 잃은 것 같은 상실감, 섭섭하고 서글프고 뭔가 불안한 느낌의 강우 심정이 너무나 이해되었습니다.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잘난 아빠들이 있습니까. 많이 배우고 부자인 아빠. 멋쟁이 아빠. 개그맨처럼 잘 놀아주는 아빠. 오냐오냐 다 받아주는 아빠. 그러나 강우처럼 저 역시 내가 아빠라고 부르고 싶은 아빠는 결국 세상에 단 한 사람뿐입니다.

 

그 분은 많이 배우지 못했고 멋쟁이라든가 부자와는 거리가 멉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 우리랑 놀아준 적도 없고요 사실은 어떻게 노는지도 모르십니다. 바른생활맨으로 잔소리꾼이시고 성질머리도 괴팍하십니다. 속마음을 얘기하지 않으시니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고요. 강우네 아빠는 가깝고 상냥하기라도 하시죠. 우리 아버지는 우리 삼남매에게 그저 어렵고 까다롭기만 한 분이셨답니다.

 

하지만 가난하고 어려운 시절을 그저 한결같이 착하고 성실하게 부지런하게만 살아오셨습니다. 거짓말이라든가 게으름하곤 거리가 먼 분이셨고요. 늘 새벽같이 일어나고 밤 늦게 주무셨으며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일을 하셨습니다. 생각하면 내 아버지의 일생은 너무나 고단한 나날들이셨네요.   

 

이제 강우처럼 저도 세상에 단 하나뿐인 그 이름을 조용히 불러봅니다.

아버지…… 우리 아버지.

강우처럼 저도 제 마음을 살짝 전해 봅니다.

아버지, 존경합니다아버지가 내 아버지여서 너무나 자랑스럽고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런 깨달음을 갖게 해준 강우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가을이네요. 과연 동화는 힘이 세군요. 어른도 울려버리잖아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