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읽는 소년 - 하늘을 관측하는 관상감 이야기 조선의 일꾼들 4
조규미 지음, 김영곤 그림 / 내인생의책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그 애는 머리가 좋아요."

 

언젠가 아들이 특정 친구를 가리켜 했던 말이다. 가만 들여다보니 아들은 머리가 좋은 그 친구를 부러워하는 것 같았다. 금수저라는 말이 있듯이 그 경우는 금전두엽이라고나 할까. 금전두엽을 부러워하는 건 아들뿐 아니다. 살면서 부러운 사람을 여럿 만났는데 내 경우엔 창의적인 사람이 가장 부러웠다. 나는 그들이 머리가 좋아서 창의적인 거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아들뿐 아니라 나 역시도 머리좋은 사람이 부럽다. 

 

사실 천재는 모두의 선망의 대상이다.

 

 

살리에르는 모차르트를 부러워했고 수홍은 치영을 부러워한다. 시대와 장소를 떠나 평범한 이들은 천재가 부럽다 못해 때로는 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이렇게 노력을 하는데 내 보기에 천재는 전혀 노력하지 않고도 문제를 해결하는 걸로 보인다. 나는 밤새도록 읽고 머리를 싸매고 궁리하며 연구하고 다시 읽어야 겨우 아는데 천재는 한번 쓱 읽고서 모든 이치를 파악하고 단박에 문제를 풀어내니 당연히 짜증날 수밖에.

 

나는 죽도록 고생하는데 천재는 좋은 머리 타고난 덕에 노력 하나 없이 저절로 얻는 것 같아 속상하고 기분 나쁜 것이다. 찌든 열등감으로 울화가 밀려오고, 행여 저 인간이 내 밥그릇을 뺏어가는 건 아닌가 싶어 천재를 경계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이와같은 수홍의 복잡한 감정들이 잘 느껴졌고 충분히 감정이입 되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래도 끝이 좋아서 다행이다. 태문에 비해 수홍은 그나마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보아진다. 

 

사실 이 책에서 태문과 수홍은 한 사회의 상징으로도 읽혔다. 

 

찌든 열등감으로 마음이 병들어 천재를 아예 매장시키려는 태문처럼 우리 사회엔 그런 공동체가 얼마나 많은가. 학계도 그렇고 정치판도 그렇고 하다못해 직장도 그렇다. 잘난 사람, 우수한 사람을 적안시 하고 어떡하든 밀어내려고 하니 말이다.

 

물론 천재 치영도 책만 보지 말고 소통하려는 의지를 가졌으면 좋겠다. 수홍은 치영과 경쟁 할 건 하되 보통때도 대결구도로 각을 세울 필요는 없다고 본다. 모르는 것은 물어보면서 배우고, 그런 과정을 통해 서로 윈윈하고 모두가 행복했으면 한다.     

 

어린 학도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을 조릿조릿한 마음으로 따라가다 보니 의외로 '조선시대의 천문학은 백성들에게 이런 의미였겠구나', '조선시대는 과학연구를 이런 식으로 공부했겠구나' 하는 걸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별 이야기 자체도 재밌었고 조선시대의 관상감 이라는 직업도 흥미진진했다. 이런저런 의미에서 특별한 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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