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 두 동무 반달문고 26
임어진 지음, 김용철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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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편을 좋아하지 않는다.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이해하는 힘이 부족하기 때문에,
혹은 짧은 글을 읽고는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 얕은 감성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의 단편 세 개는 재미있게 읽었다.

첫 번째 이야기 <편지함>은 혼자 사시는 할머니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선을 따라간다.
책의 첫 부분에서 아이들은 할머니를 무섭고 괴팍하게 생각하여 보기만 하면 도망을 간다.
하지만 할머니의 외로운 처지를 알고 나서는 늘 장난만 치던 편지함에 예쁜 민들레 한 송이를 넣어 둠으로써 할머니의 마음을 기쁘게 한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낯익은 풍경 속에서 호기심 어린 아이들의 마음과 외롭고 지친 할머니의 마음이 소통하게 됨을 느낀다.
우리 아이들도 이렇게 사랑스러운 마음을 가졌으면......

두 번째 이야기 <보리밭 두 동무>는 우리가 의도하지 않았던 전쟁으로 인해 돌아가신 두 할아버지의 자손들이 귀신이 된 두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50년간의 반목을 깨고 다시 화합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일을 계획한 두 할아버지는 다시는 제삿날에 이승으로 올 수 없는 괴로움(사랑하는 자손들을 절대 보지 못하게 되는)보다도 두 자손들의 화해가 더욱 중요함을 깨닫고 실천했다.

전쟁이 남긴 아픈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지만,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기 때문에 서로 한 발짝씩 양보함으로써 아픈 상처를 보듬어 안았다.

마지막 이야기인 <검은 비닐봉지 빈>은 한낱 쓸모없는 검은 비닐봉지 한 장의 인생에 대해 쓴 글이다.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자신이 소중한 존재이며, 중요한 일을 해 낼 수 있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던 검은 비닐봉지 빈은 보람 있는 일을 하며 생을 마감한다.

자기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비닐봉지의 노력이 실감나게 그려져 있는 책이다.

각기 다른 의미를 담고 있는 세 편의 동화를 통해서 아이들은 이웃에 대한 사랑과 관심, 배려, 그리고 자아존중감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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