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너의 환상

 

 

 

                          카르마

 

 

날씨가 따스해지면

몸속에서 스물 스물 돋아나는

너를 향한 환상

눈을 감으면 어제처럼 쏟아지는

햇살 부서지는 창문

검정 깨알같이 톡톡 튀어오르는

젊은 단어들

밑줄그어 붙잡는다.

 

너의 표정이 변화하는 것을

깨닫지 못했던 우둔한

안테나를 달고 있던 무척추 동물

그 날의 죄의식에 사로잡힌

아직도 그 때의 무척추 동물

무딘 안테나로

너에게 전화하면

현실의 네가 웃는다.

 

고마운 그때의

고마운 너의 따스한 환상

단 한 줄로 줄일 수 없는

프루스트의 길이

시간을 멈추고 과거로 돌아가

무디고 느린 안테나로

너의 이름을 부르면

현실의 네가 그렇게 웃는다.

 

 

2013. 3. 27.

 

* 오늘이 가장 바쁜 날인데, 문득 네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어. 반가운 너의 웃음

폐부에서 울려나는 너의 웃음소리, 따스한 환상을 갖게하는 너의 목소리

고마워, 함께 공유한 시간이 고맙고, 사랑해주었던 나날이 고마워.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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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 내린 후 맑은 날

 

 

                                          카르마

 

 

 

어제 겨울비가 내리더니 오늘 맑은 영혼 깨어나네

깊숙이 스며들었을 습습한 흙냄새

일찍 일어난 참새처럼 포르르 깨어나네

슬프기도 하였으나 기쁘기도 하였으나

깨어나 일어나면 모두 꿈인걸

 

누군가를 배웅하고 누군가를 맞이하던 나날들

그 사이 사이에 지었던 집들은

자욱하던 겨울 안개속에서 찾을 수 없는 주소

속상할 것 하나도 없어, 울어야 할 이유도 없어

깨어나 일어나면 모두 꿈인걸

 

우리가 잠을 자는 것은

꿈을 꾸기위한 것, 꿈을 꾸고 깨어나기 위한 것

오늘도 나는 몇조각의 꿈에 흔들린다.

어제 밤 꿈의 열정은 흩어지고 오늘 맑은 영혼 깨어나네

깨어나 일어나면 모두 꿈인걸

 

 

(꿈일지라도 너는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2013.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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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온뒤 오후, 너 뭐하니

 

 

                                   카르마

 

 

눈이 내린 곳마다 번쩍이는 눈들

햇볕이 내리쬐면 슬금슬금 회피하는 눈들

꺼먹꺼먹 진흙눈물이 흐른다.

거기에 숨어있던 응달이 줄줄 흘러나오는 오후

전봇대에 너절한 광고전단지처럼

몰려들어 웅성이는데

 

직선으로 주욱가다가도 출렁이는 시간

켜켜이 바람처럼 이리저리 두드려보고

조심스레 내린 눈으로 아침 이곳 저곳 바라보았다.

혹시 네 눈빛도 머물렀을 그곳

동상처럼 얼어버린 기억들

쨍쨍 갈라터지는 통증

 

조심스레 눈이 내린 아침, 온 세상은

네 눈빛으로 압도되고, 뒤덮혔으니 

가능했던 것들에 콤마를 찍으며

한숨처럼 고요히 본다. 그쯤에서 굴절되는 겨울, 결박되는 허벅지

허옇게 드러나는 앙상한 들판

말줄임표 뚝뚝 떨어진 하얀 오후에, 너 뭐하니

 

 

 

2012.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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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여자

 

 

                           카르마

 

 

 

몸무게 65.5kg, 체온은 36.5도 그녀는 찬 공기를 가르며 다가오는 따뜻한 여자

깊디 깊은 가슴 속에 익사한 무력한 콤플랙스 껴안고, 그녀와 둥둥 떠다니는

숨막히는 일상을 버린 한줌의 잡히지 않는 햇살, 봄날 내리쬘 준비 하는 날

오늘을 가득히 채운 끝없는 공기처럼 막힘없이 펼쳐지는 따스한 여자. 아무것도

없어도 모든것에 놀라운 듯 입술을 벌리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감탄하는 여자

반갑다고 뛰어오는 여자, 팔을 벌리고 덥석 안아주는 여자, 더디게 슬픔을 접고

삶속으로 더욱더 얽혀드는 따스한 혓바닥 같은 여자, 따뜻한 그 여자.

 

 

 

2013. 01.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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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1.

 

 

   

                                       카르마

 

 

 

 

그녀는 시동이 꺼진듯 앉아있다

응달마다 남아있는 눈덩이들

기억이 매번 스친 자리마다 매끄러운

얼음이 된 그녀의 눈빛과

짧은 순간도 태양이 들지 못하는 

복도의 한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죽 늘어서 있는 발자국들

고요히 서성인다.

 

한 번의 보폭만큼 시간은 천천히 걸어간다 

매일의 일상이 

사소하고 습관적인 일들이 

저만큼 지하에서 불어오는 바람처럼 후욱

엘리베이터와 함께 올라와

살아야할 이유가 된다

아무리 하찮은 것일지라도 

지금 그녀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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