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해보면 우리는 그렇게 오랜동안 미안해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렇게 오랜동안 사랑하지도

그렇게 오랜동안 슬퍼하지도

그렇게 오랜동안 기다리지도

그렇게 오랜동안 기뻐하지도

그렇게 오랜동안 행복해하지도

그렇게 오랜동안 불행하지도

그렇게 오랜동안 한결같을 수 없는

그런 존재이다.

오늘과 내일이 다르기를 기대하고

새로운 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미래는 너무 기대할 수 없어서

과거는 집착하고 생각하기 싫어서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고

그 다음의 현재가 왔을 때

또다시 그것에 충실하기를 기대하는 존재이다.

우리라고 하는 존재는

그렇게 허망해서

예술에서

문학에서

종교에서

또는 건축물에서

영속적인 것을 기대하고 바라지만

끊임없이 변화하여

기억해야하는 것 조차 제대로 기억못하고

미안해야 하는 것에 미안해하지 못하고

사랑해야 하는데 사랑하지 못하고

용서해야 하는데 용서하지 못하고

슬퍼해야 하는데 슬퍼하지도 못한다.

 

우리의 존재란..

그렇게도 순식간에 지나가는 현재에 존재하면서도

그렇게 지리한 삶을 이어나가는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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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시기와 술() 따르기

 

세월호 침몰사건(4월 16일)를 애도하는 의미에서 크고 작은 행사들이 미루어졌었고,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 축제도 그 중에 하나다. 지난주엔 미뤘던 축제를 맞이하여 금주(禁酒)캠퍼스를 주장하는 학교당국과 이에 반대하는 총학생회, 그리고 학생들의 입장이 서로 팽팽하게 대립 각을 세웠다. 그러다가 축제기간이 술(酒)과 더불어 ‘후-욱’ 지나갔다.

 

그렇게 지나갔지만, 금주에 대해서 역사적 일견(一見)과 더불어 역지사지(易地思之)할 기회를 잠시 가진다면, 대립 각을 분산시키고, 차후에 유사한 경우의 선택과 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역사적으로 되돌이켜 보면 음주에 대한 과도한 통제는 개인의 자율성, 그리고 자유에 대한 침해로 여겨져 항상 대립구도를 이루었고 따라서 성공적으로 시행되지 못하였다.

 

조선 개국 태종(1392년), 성종(1474년)이나 영조 34년(1758년)에도 금주법(禁酒法)이 시행되었다. 그러나 잦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금주법은 법체계로 장기적으로 정착되지 못하였고, 오히려 밀주 관련 범죄와 불법거래가 성행하게 했다. 한편 미국에서도 볼스테드법(1919년)이라고 하는 금주법을 시행했으나(1919-1933), 미국에서 가장 큰 갱단인 마피아가 이 시기에 전성기를 누렸던 것을 생각해보면 분명 금주법의 강제적 통제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할 수 있다. 정책결정기관이 금주에 대한 의욕이 넘쳐서 술에 대한 규제를 가하고자 한다면, 기발하고 동의 가능한 규제의 시행방법을 찾아내는 것은 어떨까?

 

대학사회는 기존 지식을 토대로 한 도전정신으로 젊은이들이 지성인으로 성장하는 곳이다. 즉 기존의 지식기반을 근거로 자율적인 사고를 하고 그 결과로 “행동하는 지성인”을 양육하는 지적(知的) 인큐베이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치밀한 논리와 예리한 이성을 추구하되, 감성과 허용범위(tolerance)를 시험해볼 수 있는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창의적 분위기가 만연한 곳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적 자유, 지적 사고의 자유, 나아가서 지적 선택의 자유가 마음껏 주어지고, 그 과정에서 실수하는 것, 심지어는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자유라는 것은 “실수(또는 실패) 할 수 있는 기회”의 다른 표현이다.

 

금주캠퍼스는 타당한 대의명분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 정책결정기관이 성공적으로 시행하지 못한 금주법이 여전히 타당하고 시행할 명분이 있다면, 학생들에게 스스로 술이 주는 장점과 절제의 미덕을 모두 누리고 행사하도록 하면 어떨까?

 

최근 숙명대학에서 총학이 나서서 학교의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축제기간 동안 과도한 노출과 난잡한 호객행위를 단속하기로 하였고, 총학 스스로가 단속반을 만들고 통제문구 등 세부규칙을 만들었다는 기사를 본 일이 있다. 자유와 규제, 구심력과 원심력이 균형을 이루는 순간을 느낄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였다. 도로 위의 황색선과 흰 선, 점선과 실선처럼 우리의 자유를 운용하는데 효율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술적(技術的)인 시행방법, 즉 술(術)에 해답이 있을지도 모른다.

 

섬세하고 조밀하게 금기 사항을 다양하게 제시하고 시행세칙을 학생과 함께 토론하여 정할 수 있다면 그 과정이 오히려 대학의 자유로운 공기를 주입하는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기분 좋은 통제방법,’ ‘유용한 규제,’ 심지어는 ‘좀 너무했지만 나름 합리적인 법규,’라고 여겨져서 마땅히 지켜나가야 할 지속적 제도로 정착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 규제와 통제방법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총학생회와 대학당국이 함께 만들어 낼 수 있는 ‘자유’라는 공기가 될 것이다. 그렇게 해서 토론의 장이 마련된다면 이것이 대학사회가 제공해야 할 술(術)이고 학생들이 따라야 할 술(術)일 것이다. 술(酒)에 어떤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면 말이다.

 

 

2014. 10. 11.

 

 

 

 

 

 

 

 

 

 

 

술은 마시는 술로만 생각하겠지만, 술 마시는 동안 다른 종류의 술도 생각해보아야 한다면, 관계술도 그중 하나 일 것이다.

 

 

 

 

 

 

 

 

 

 

 

술을 마시는 것만으로 해석하지 않는 책들은 의외로 종종 만날 수 있다.

 

 

 

 

 

 

 

 

 

 

 

대학 졸업 무렵에 읽었던 이 기술도 눈에 띈다. 사랑에 다섯가지 종류를 제시하고 그 종류마다 다른 기술과 관련이 있음을 발견하게 하는 책이다. 

 

 

 

 

 

 

 

 

 

 

현학적이지만 아름답기 그지없는 필체를 자랑하는 알랭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 와인이라도 곁에 두고 마시면서 읽어야 할 책이다. 이 책을 다시 읽어 보고 싶기 보다는, 와인을 마시고 싶어지네..아뜩할 만큼 황홀했던 여행지를 추억하면서..

 

 

 

 

 

음주가 유혹적이라면 금주는 미혹적이다? 음주에 대한 책은 있는데, 금주나 금연의 역사에 대한 책이 희귀하다.. 궁금하지 않은가? 스웨덴이나 독일은 흡연을 절대 금지한 시절이 있어서 불법으로 몰래 흡연하던 장소가 명소로 자리 잡고 있던데.. 금주에 대한 법과 시행도 흥미로운 사건들이 많던데...모아놓으면, 세상 다르게 보기, 혹은 금주법이나 금연 분위기를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그런 책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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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13 17: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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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0 16: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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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인상

-누구를 위한 인상인가?-

 

담배에는 강력한 발암 물질인 벤조피렌, 비소, 나프틸아민, 벤젠, 니켈, 크롬 등이 발견되고 있고 독성을 가진 유해 물질이면서도 중독성을 지닌 니코틴, 타르, 일산화탄소등도 있다고 잘 알려져 있다. 그냥 독약을 한 사발씩 마신다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따라서 흡연 국민의 보건을 위해서 흡연을 단념하게 하거나 또는 건강증진을 위한 정부차원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어야 할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근본적으로, 흡연국민의 흡연욕구 내지는 흡연의도가 그들의 삶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최근 복지부가 발표한 담뱃값 2000원 인상은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정부의 담뱃값의 동결을 생각해본다면, 문형표 보건 복지부 장관이 밝힌 입장처럼 복지부의 담뱃값 인상 계획이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혹시 물가 상승을 고려한 세수확보를 위한 것이 아닐까? 담배의 중독성을 감안한다면, 2000원 정도의 가격 상승으로 흡연을 단념할 인구가 얼마나 될 것인가? “완전 금연”이 복지부의 의도라면 2000원 가량의 인상이 아니라 아예 만원, 아니 어쩌면 “흡연벌금”을 매겨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실제로 15세 이상의 남성 흡연율은 37.6%로 OECD 회원국에서는 두 번째로 높다. 하지만 담배가격은 OECD회원국 중 가장 저렴하고 담뱃세도 권고치의 70%를 못 미치는 62% (약 6조 8천억 원)이다. 이러한 자료로 본다면 ‘헬스 플랜 2020’의 의도대로 정부는 흡연율을 최소 29%까지 낮추고자 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 그리고 실제로 미국이나 캐나다의 경우 담뱃값인상이 흡연율 저감시도의 단기효과에 공헌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흡연율의 감소가 일시적이었다는 것을 보면 흡연국민의 흡연욕구 내지는 흡연 의도는 담뱃값이라기보다 그들의 삶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담배가격의 상승폭과 함께 물가연동제를 실시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는 지속적인 물가 상승률을 인식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즉 정부는 담배가격의 상승으로 세금 확대뿐만 아니라 주가 상승으로 인한 호재를 함께 볼 것이라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의 한 연구원(이경주, 연합뉴스, 2014)은 최근 연속되는 담배와 금연보조제 관련주가가 급락세 또는 일시적인 하락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담배가격 인상이 결국에 담배와 금연보조제 관련주가의 중장기적으로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세재정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담배가격이 4500원으로 인상될 경우 세수가 훨씬 늘어날 것이며 6500원으로 인상될 경우 흡연자들이 금연하겠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었다. 최근의 담뱃값인상은 이 연구결과를 적극적으로 사업목적에 적용으로 보인다. 즉 현재 발표한 물가인상 폭정도의 인상이라면, 담뱃값의 인상은 국민의 건강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을 상대로 한 지금까지의 성공적인 담배 비즈니스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정부의 담배사업의 의지를 결연히 보인 것뿐이라는 인상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흡연국민이든 비흡연 국민이든,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하는 지성을 발휘해야 할 것인가? 담뱃값에서 나오는 세금이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 건강증진기금이나 금연사업, 건강보험의 지원 등에 쓰이고 있는지, 혹시 다른 목적으로 전용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규명을 하도록 요구해야 할 것이다. 이도 저도 안 되는 사회라면, 어쩌면 보다 근본적으로 국민의 흡연의도와 흡연욕구의 원인을 그들의 삶이나 그들이 살고 있는 사회와의 연관성에서 찾아보고 다른 답안을 찾아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p.s.

담배에 대한 새로 시작된 관심 때문에 책이라도 써볼까 했더니 나와있는 책이 많다. 책들의 목록을 모아놓으면 나중에라도 자료로 쓸 수 있지 않을까.

 

 

담배의 역사를 볼 수 있을 듯하다.

 

 

 

 

 

 

 

 

 

 

 

 

 

 

 

 

 

 

 

 

 

담배사업은 정부가 주도한 독약사업이었다. 그렇지만 담배를 피고 안피고는 각개인의 자유가 아닌가. 그렇지만 그러한 자유를 형성한 사회와 문화가 있으리라 본다.

 

 

 

 

 

 

 

흡연과 문화가 전혀 무관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정치까지도...

 

 

 

 

 

 

 

 

 

 

 

황제의 코담뱃값은 어디서 나올까.

 

 

 

 

 

 

 

 

 

 

 

프로이트의 흡연도 꽤나 유명하다. 때문에 담배를 손에 쥐고 있는 모습의 사진이 자주 눈에 띈다. 그는 심리적으로 어떻게 분석하고 있을까..

 

 

 

 

 

 

 

 

 

 

 

 

 

 

담배를 핀다는 것은 기성 문화나 정치에 반한다는 아니면 적어도 어떤 사회적 여건에 반한다는 '반항의 포즈'를 가지고 있다.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 금연을 법적으로 '불법'으로 명시했었던 것을 상기하면, 흡연욕구나 의도의 본질을 들여다 볼 수 있지 않을까. 

 

 

 

 

 

 

 

 

 

 

 

 

현재의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역사적으로 반복되어 왔던 사건이고 이슈라는데 문제의 힌트가 있다. 어떤 힘의 충돌과 갈등, 그리고 팽팽한 밀당이 존재해왔음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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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1 16: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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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5 05: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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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진짜이야기
노병천 지음 / 바램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스크린 독점? 왜? 어떻게?

- 사회적 현상에 대한 비평적 관점 연습해보기 -

 

독점(獨占, monopoly)은 어떤 경우에든 긍정적인 느낌을 주지 않는다. “나는 너를 독점하고 싶어.” “공급 독점,” “독점 규제,” “독점 자본주의,” “독점 판매" 등 공기어(co-occurring words), 즉 함께 등장하는 단어를 살펴보면, 독점은 경쟁자가 없는 상태이며, 규제의 대상이고, 연애할 때조차 경계해야할 대상임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독점’은 다른 존재의 정당성에 의문을 갖게 하고, 그것이 사회적 선의에 기반을 두는가라는 질문을 했을 때, 이에 부정적인 답변하게 한다.

 

최근 <명량>(김한민 감독, 빅스톤 픽처스 제작)은 일일관객 100만을 넘기면서 그 광풍적 열기(?)에 힘입어 대기업형 영화산업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명량>은 5일 만에 600만 관객(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 기준)을 가뿐히 돌파했다. 그러나 국내 전체 영화관 총수 2584개 중에 거의 절반인 1500~1600개의 영화관에서 <명량>만 틀어준다면 <명량>을 지난 주말에 본 사람에게는 어떤 선택지가 남아있을까?

 

<명량>을 보고서 ‘감동이야,’ ‘안보면 친일이야’ ‘아직도 안 봤어?’ ‘기대와는 다르지만, 볼만해’..., 대체로 반응이 이렇다면야 누구든 보고 싶지 않으랴. 개봉 후 86%의 좌석 점유율을 차지했다면 예매를 하고 영화를 봐야한다는 뜻이기도 해서, <명량>의 스크린 독점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다. 또한 대기업형 영화사가 궁극적으로 영화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할 것이고 결국 대기업형 영화사를 위해 일하는 중소 배급사나 영화사에도 그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막연히 낙수효과(落水效果, trickle-down effect)를 기대한다는 것은 안일한 낙천주의일 것이다. 의식 있는 지성인이라면 <명량>의 스크린 독점에 대한 논란을 대할 때, 그 영화에 대한 열기나 애정 또는 관심을 일단 접고, 다른 각도에서 이 현상에 주목해 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시장논리에 따른 자연독점(Natural Monopoly)이라면 수요가 점차적으로 꾸준히 증가하므로, 그와 같은 경쟁적 시장에서 수요자는 가격인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의 영화 흥행으로 승부를 거는 영화 산업은 수요가 점차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늘 것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맹점이다. 그러므로 ‘독점’하는 대기업형 영화사는 거대 마켓파워(Market power)를 갖게 된다. 이 경우 ‘스크린 독점’이 소비자에 미치는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비합리적인 가격 상승과 서비스 품질 저하 이다.

 

그러나 현대의 지식기반 경제에서는 파지티브 피드백(positive feedback)을 바탕으로 대형 기업이 독점을 하는 경향이 있다. 즉, 소비자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여 시장의 우위를 차지한 대기업이 그 메커니즘에 적극 활용하고 지속적으로 시장의 우위를 차지하여 독점적으로 시장을 지배하는 현상이다. 따라서 대기업형 영화사의 스크린 독점의 경우, 영화소비자는 가격에서나 품질에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으므로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로 대기업이라서 합리적인 가격이나 고급한 서비스를 기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은 잠금효과(lock-in)를 발휘하여,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자그마한 노력, 신생 영화사, 잔잔한 감동을 주는 소규모 영화들이 경쟁의 무대로 진입을 불가능하게 한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스크린 독점이 관객에게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관객이 문화적 다양성을 접할 기회가 차단되는 폐해가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기업은 이윤 극대화(profit maximization)를 추구하고 있고, 한 편의 영화에 거대투자를 하고, 그 영화가 흥행하여, 후속 영화를 만드는 추가적 비용이 발생해야, 이윤의 극대화를 이룰 수 있다. 따라서 대기업형 영화사는 자사에 더 많은 이윤이 돌아가도록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따라서 비즈니스만을 추구하는 대기업형 영화사가 독점하게 될 경우 중소 영화사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영세하지만 재능 있는 중소영화사, 창의적이지만 마켓파워를 얻지 못하는 독립영화 제작사, 이제 막 시작한 신생 영화사, 이들은 대기업형 영화사와의 무한경쟁에 진입조차 불가능하다. 이것을 진입장벽(entry barrier)라고 한다.

 

헐리우드의 영화가 그랬듯이 스크린의 흡인력은 영화수요자들의 정신적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선동하고, 그것에 의존하는 산업이다. 어쩌면 ‘스크린 독점’을 추구하는 대기업형 영화사는 우리의 감성과 욕구와는 무관하게 시나리오를 더 자극적으로, 더 유혹적으로 바꾸어 영화수요자들의 입맛을 저렴하게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 그러한 영화에 길들여진 영화 수요자들은 영화의 소비에 적극적으로 호응하여, 어쩌면 그들의 영화욕구를 컵라면식으로, 삼각김밥이나, 햇반식으로 저렴하게 동시에 저급하게 해소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선의의 발전적 경쟁이 많은 경우에 긍정적 효과를 끼치고 문화적으로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수단이 된다는 것을 안다. 우리는 스펙터클하고 거대 투자를 한 대형 영화에 짜릿한 감동을 받지만, 소규모의 투자지만 기발한 아이디어와 공감을 일으키는 잔잔한 스토리를 가진 영화에도 깊이 감동한다. 우리는 멋진 차에도 감동하고 부러움의 시선을 떼지 못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성실한, 어쩌면 자연주의를 추구하는 한 청년의 자전거 페달 움직임, 그 청년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에도 감동한다. 우리는 우리의 다양한 가치기준으로 각각의 감성과 문화적 욕구를 다르게 가치평가(valuation)한다. 그러므로 많은 사람들이 <명량>의 경우처럼 ‘스크린 독점’하는 영화를 이미 보았다면, 그들의 다른 가치에 대한 추구, 다른 감성에 대한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대체 영화가 공존하여, 다른 감성의 영화에 대한 욕구 해소방안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의무적인 상영일수를 두는 스크린쿼터 제가 아니라 특정 영화가 극장 상영 전체의 30% 이상을 점유하지 못하도록 하여 관객들이 상연되는 작품을 골고루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할 수 있도록 좌석제한 쿼터제의 도입이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동시에 정부의 중소 영화사, 신생 영화사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고려해야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미래에 많은 것을 결정하고 실행해나갈 젊은이들의 시각은 어쩌면 더 예리해야 하고, 어쩌면 더 치밀해야한다. 스크린 독점과 같은 사회현상을 바라볼 때 자신을 훈련시켜보는 것은 어떨까? 스크린 독점? 왜? 어떻게? 이렇게 질문해보면서 말이다.

 

2014. 09.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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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그림자의 춤
앨리스 먼로 지음, 곽명단 옮김 / 뿔(웅진)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행복한 그림자의 춤

- 당신에 깊이 빠져서-

 

 

                         카르마

 

당신은 늘 평면의 일상에 서 있습니다.

본질적으로 삶이란

과장된 움직임

그저 행복한 그림자의 춤에 불과합니다.

 

누군가의 목표가 아닌 것이

제게 목표라면

서있는 두 사람으로 사랑한다는

한 때 지형지물로 우리 만나

서로를 그리워하는 산맥이었다면

방위를 염두에 두지 않고

서쪽으로 혹은 동쪽으로

하염없이 뻗어도 당신이라면

 

서로에게서 긍정의 기호가 사라지고

목표점을 가는 방향마저 모호해질 때조차

아니, 애초부터 그 방향도 누설되지 않은 기밀로

해독하지 못한 채

우리의 춤사위가 한낱 낙서처럼

저장되지 않는다 해도

 

해와 달이 지나고, 구름이 스치는 기억대로

각자 읽어내는 지형도에

등고선마다 오락 가락 누락되는 우리의 위치

당신에 깊이 이렇게 깊이 빠져서

가파른 절벽으로 떨어지는

삶의 나머지를 측량하며

집중해서 얻은 하루어치의 지식의 계곡에

강이 흐른다면

몇 개의 강을 흘려 보내는

제 이름은 "행복한 그림자의 춤을"

구름처럼 저렇게

바람에 흘러 저렇게

아무런 선택없이 저렇게

 

- 삶을 알 것 같을 때, 아니 다시 그것이 아닌 것 같을 때....

그래도 뚜벅 뚜벅 걸어가는 하루만큼의 세월은,..

천천히 읽어나가야하는 단편들-

 

2014. 07. 07.

앨리스 먼로, 행복한 그림자의 춤, 캐나다 여성 노벨수상작가, 작업실, 온카리오주, 나비의 나날, 역자 곽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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