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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 페니
제니퍼 L.홀름 지음, 이광일 옮김 / 지양어린이 / 2008년 1월
평점 :
아동소설의 매력은 순수함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것, 바쁜 일상을 살아가면서 잊고 지냈던 어릴 적 순수함을 회상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내 사랑 페니>, 처음 이 책 제목을 접했을 때 어릴 적 읽었던 <내 이름은 디니>라는 성장소설이 떠올랐다.
당시 고2의 여고생이 번역해서 화제가 되었던 책으로 치어리더와 모델을 꿈꾸는 꿈 많은 열세살 소녀, 디니가 척추측만증이라는 희귀병을 앓게 되면서 시련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이야기로 디니의 깜찍하고 풋풋한 사랑이야기와 사춘기를 겪는 소녀의 비밀스러운 고민거리도 겻들어져 있다.
영화 속 인물의 이름을 딴 디니처럼, 본명을 두고도 빙 크로스비가 노래한 Pennies from Heaven에서 따온 '하늘이 내려준 복덩이'라는 뜻을 가진 페니라고 불리는 바바라. 페니가 가진 뜻처럼 페니 아버지의 사랑과 소망이 담긴 아름다운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페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외가에서 살면서 친가와도 왕래해 친가와 외가 모두에게 사랑을 듬뿍 받는 평범한 소녀이다. 그 나이 또래들처럼 호기심 많고 독립과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페니는 사촌과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하고,장난을 쳐 자잘한 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 페니가 소아마비에 걸릴 까봐 수영장에 못가게 하는 등 페니의 엄마가 페니의 활동에 제한을 두기도 해 따분해 하기도 하지만 가장 친한 도미닉 삼촌과 차 안에서 야구경기중계를 듣는 것을 낙으로 삼는 밝고 낙천적인 성격을 지닌, 보고 있는 사람들 또한 기분 좋게 만드는 아이이다.
처음 한 장 한 장 넘기며 페니의 삶을 엿볼 때는 독특한 캐릭터를 지닌 페니의 가족들로 인해, 남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페니와 페니가 겪는 해프닝들로 인해 아주 유쾌했고, 유년시절로 돌아가 그 때의 순수와 동심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그러던 중 사고로 페니가 팔을 다치게 돼 감춰졌던 페니 아버지 죽음의 진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면서 전쟁의 폐해, 타향살이의 아픔, 이민자들의 비애 등을 간접적으로나마 알게 되었고 상처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이루어졌던 가족의 분열에 대한 안쓰러움에 눈시울이 젖어 들었다.
페니 아버지의 죽음에는 페니가 가장 좋아하는 도미닉 삼촌이 연관돼 있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정부에서는 시민권이 없는 이탈리아인을 적성국 외국인으로 규정하고, 적과의 공모를 우려해 핍박했다. 모국어인 이탈리아어는 사용도 못하게 했을 뿐더러 적성국증명서를 의무적으로 소지하고 다니게 했고, 라디오나 카메라와 같은 것도 사용할 수 없게 했다.
그런 제한된 삶 속에서 수모를 겪으며 힘들게 살았을 페니의 가족들...
페니의 아버지 또한 페니와 도미닉 삼촌이 그러하듯 야구경기중계를 듣는 것을 즐겼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동생인 도미닉이 라디오를 선물했는데 그 라디오가 적발되면서 페니의 아버지는 간첩혐의를 받아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로 인해 도미닉 삼촌은 죄책감을 느꼈고, 서로의 상처로 인해 서로를 보듬을 수 없었던 페니의 친가와 외가는 결국 멀어질 수 밖에 없었다.
처음, 도미닉삼촌이 왜 차에서만 생활하는지, 페니의 친가와 외가는 왜 소원한지 알 수 없었던 의문들이 페니 아버지의 죽음의 진실로 인해 풀렸다.
형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자신을 차라는 단절된 공간에 가두고는 형이 그러했듯 야구중계만을 들으며 생활했던 도미닉삼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자신으로 인해 죽었다면 누구든지 죄책감 속에서 괴로워하고 아파할 것이다. 그렇기에 도미닉의 이러한 행동들은 아마도 형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묻고 스스로를 벌하는 일종의 사죄가 아니었을까?
순수하기에 그 해답 또한 아주 순수했다.
페니는 밝혀진 아픔에 도망치지 않았다.
자신들의 상처로 인해 다른 이의 상처를 볼 수도 어루만질 수도 없었던 친가와 외가는,
페니로 인해 조금씩 마음을 열고 서로의 상처를 돌아 볼 준비를 한다.
페니가 다리가 되어 두 집안을 연결해주고 직면한 상황에 당당하게 맞서게 함으로써 깊숙히 자리한 방치돼 있던 상처들을 끄집어냈다.
손가락에 가시가 밝혔는데 가시를 뽑지도 않고 상처를 치료하지도 않으면 곪기만 할 뿐이다.
이제 페니의 가족은 서로의 마음을 열어 아픔을 나누고 곪아있던 상처들을 치유하면서 한 가족으로서 살아갈 것이다.
도미닉 삼촌이 차에서 나와 할머니의 지하실로 들어간 것 처럼, 시간이 지나면 차차 더 좋아지게 될거라 생각한다.
훗날, 페니가 꿈꾸는 하늘 나라처럼 도미닉삼촌이 예쁜 집에서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행복할거라 믿는다.
작가후기를 통해서 이 소설이 실화는 아니지만 자신의 할머니를 모티브로 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적성국 외국인에 대한 자료를 접하게 되면서 페니의 이야기가 더 사실적으로 다가왔고 당시의 상황에 그저 안타까울 수 밖에 없었다.
페니의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뤘지만, 결코 페니가족에게만 국한되었을 일이 아닌 걸 알기에, 전쟁이라는 잔혹한 상황에서 이러한 아픔을 겪었을 사람들이 비일비재했을 것이기에 더 마음이 아파왔다.
그저, 페니처럼 이 아픔을 가슴에 묻어두기만 하지 말고 부디 이겨내 꼭 상처를 치유하길 바랄뿐...
우리나라 또한 전쟁을 겪었고 수 많은 아픔을 겪었다.
6.25전쟁 같은 경우, 우리나라는 다른 민족끼리 싸운 것보다 더 슬픈 한민족끼리 서로에게 총을 겨누고 상처를 줘야만 했다. 이데올로기적 대립을 통해 민족이 나뉘고, 가족이 나뉘고...어제의 가족이, 동지가 등을 돌리게 되었다.
남북의 분열은 불가피하게 가족의 분열로 이어지면서 수 많은 이산가족들이 속출했다.
그리웠지만 그 그리움을 내색할 수도 없었기에 그저 속으로 삭일 수 밖에 없었던...
이제는 세상이 변했기에 보고프다 말할 수 있지만 그 상흔은 아직까지도 지워지지 않고 있다.
페니가 이겨내는 것처럼 부디 우리 또한 그 당시의 아픔에 당당히 맞서, 잊을 수는 없겠지만 그 아픔을 딛고 일어서 페니의 하늘나라처럼 보다 아름답고 축복이 가득한 삶을 살아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