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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그림자의 책 ㅣ 뫼비우스 서재
마이클 그루버 지음, 박미영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희대의 작가 셰익스피어의 미발표작을 둘러 싸고 벌어지는
추리소설이라기에, 아주 긴박감이 넘치면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스토리를 생각했다.
첫장을 읽는 순간까지도...
첫 장을 펴서 읽는 순간, 미쉬킨의 글을 읽으면서 앞으로 어떠한 사건이 일어나길래
이리도 미쉬킨이 초조해하고 두려워 하고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며 전개될
이야기에 더 집중했던 것 같다. 하지만, 점차 읽어나가면서 추리물이라기에는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자를 책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흡입력이 부족했고, 주요 사건과는 상관없는 사설들이
스토리에 대한 몰입을 흐트려 집중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두 주인공 미쉬킨과 크로세티의 시점을 교차해서 스토리를 이어나가는 데 있어서
어색했다고나 할까, 매끄럽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기대했던 만큼의 긴장감도
없었고 허를 찌르는 반전도 치열한 두뇌싸움도 없어서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간간히 보여지는 웃음을
유발하는 코믹함과 로맨스라고는 뭐하지만 크로세티와 그가 좋아하는 캐롤린과의 러브라인
, 그리고 초중반의 지루함을 이겨내고 두 주인공이 만나게 되면서 빠르게 전개되는 스토리에
다시 집중하게 되어 정점을 향해 달려가는 스토리 속에서 과연 그 끝은 도대체 무엇일까하는
해답을 찾기 위함이었다.
소설의 전개는 미쉬킨과 청교도혁명 때 총에 맞아 죽은 브레이스거들의 편지,
서점에서 일하는 영화광 크로세티의 이야기를 교차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진행된다.
그리고 후반에 접어들어서는 브레이스거들의 편지와 함께 발견된 암호 편지가 글의 긴장감을
더하며 해답의 끝을 향해 달려간다.
사건은 지적재산권 법률 변호사인 미쉬킨에게 빌스트로드 교수가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빌스트로드 교수는 17세기에 리처드 브레이스거들이라는 남자가 작성한 아내에게 보낸
개인 서신을 가져와 미쉬킨에게 맡기고 사라진다. 빌스트로든 교수가 이 편지의
소유권을 주장하긴 했지만, 실제로는 고서점에서 일하는 크로세티가 화재로 손상된
책들을 동료인-크로세티가 좋아하는- 캐롤린의 집에서 함께 정리하다가 고서적 표지 속에서
발견한 것이다. 편지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크로세티가 빌스트로드 교수를 찾았갔는데
빌스트로드 교수가 이 편지가 셰익스피어와 연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크로세티의 주장을
허무맹랑하다고 주장하며 빼돌리려고 한 것이다.
인간의 탐욕과 그에 따른 유혹은 역시나 이겨내기 힘든 것이라고나 할까,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킬 위대한 발견 그리고 오명을 씻고 명예를 회복할 기회!
그 유혹에 진 빌스트로드 교수는 인과응보라고 하긴 뭐하지만 고문으로 인한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빌스트로드 교수의 죽음과 함께 주인공들에게도 위험이 찾아들고, 그들은 그 편지 속에
담긴, 그리고 암호속에 담긴 해답을 찾기 위해,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음모와 배신으로
얼룩짐 속에서 그들이 찾고자 한 셰익스피어의 미발표 희곡을 찾기 위한 싸움을 시작한다.
셰익스피어! 영국이 낳은 최고의 극작가! 시대를 뛰어넘는 발상과 창작으로 그 당시의
연극계에 활기를 불어넣은 인물! 아마 셰익스피어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작품을 접해보지 못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연극으로도 영화로도 수없이
재창조된 그의 작품들...그렇기에 셰익스피어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그의 작품의
가치가 얼마나 높은 지 알고 있다. 아니,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대단할 것이다.
비록 픽션이기는 하지만, 죽음을 불사를 정도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집착한
이 소설 속 인물들을 보아도...미키 하스의 죽음은 지금 생각해도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그리도 찾고자 했던, 그리고 영국 왕실이 그리고 숨기고자 했던 셰익스피어의
미발표 희곡은 스코틀랜드 여왕의 추문을 다룬 내용이었다. 그 희곡이 연극화되는 걸
막기 위해 브레이스거들은 셰익스피어에게 접근했고, 결국 그 희곡은 세상에 빛을
보지 못했다. 이 미발표 희곡의 존재를 알게 된 주인공들이 사투를 벌이면서까지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찾아나서고, 결국 그 희곡을 손아귀에 넣게된다.
물론,샤바노프사건의 증거 일부로 채택되어 있고, 그 소유권은 아직도 영국 정부와
싸우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책을 덮으면서 드는 생각은 정말 한 편의 영화같다는 생각이었다.
크로세티가 자신이 겪은 일을 영화로 만들려하는 것처럼, 혹은 작가가 크로세티를 통해
영화처럼 표현한 것도 내가 이렇게 느끼는 데 영향을 줬으리라 생각한다.
아쉬운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후반으로 가면서 서서히 드러나는 셰익스피어의
미발표 희곡의 진실, 책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몰입을 통해 머릿속에 영상들이
하나 하나 떠오르면서 생생감을 자아냈다.
주요 사건과 상관없는 사설들이 지루하게 하긴 했지만,역으로 그 세세함이 내 머릿속에서는
끊임없이 소설 속 이야기를 장면화해나가면서 좀 더 이해도를 높였던 것 같다.
앞서 말했다시피 우리가 흔히 생각했던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이 책을
집어든다면 아마 처음 몇 장을 읽은 후 지루해서, 혹은 지쳐 책을 덮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절한 표현일지는 모르겠지만 고진감래라는 말처럼, 지루함 혹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 책을 끝까지 읽은 후 덮을 때에는 아마 만족감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기존의 치열한 두뇌싸움과 긴박한 추리 소설을 보다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싶다는
사람들에게는 한 템포 느리다고 할 수 있는, 인간미와 위트가 공존하는,
그리고 셰익스피어라는 신선한 소재를 다룬 이 <바람과 그림자의 책>을 추천해본다.
'머릿속에서 지어낸 글로 써서, 완전한 타인인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이를 읽고
이해시켜 가상의 인물에 대해 진정한 감정을 가질 수 있게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라고 작가란 직업을 표현한 미쉬킨의 말을 이 책을 쓴 마이클 그루버에게 되돌려 주고
싶다. 그리고 내가 셰익스피어의 미발표 희곡의 존재를, 그리고 그 행방의 단서를
알게 되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상상의 나래로 빠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