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 달린 단순하기 그지없는 동그란 청소기 한 대가 백만 원이 넘는데, 움직이는 AI 로봇이 보급된다? 그래서 빨래 개는 로봇은 언제 나오려나.AI는 이론과 돈으로 만든 인터넷 같은 존재다. 하지만 로봇은 하드웨어고 고철 덩어리이자 미친듯한 사후 관리가 너무 복잡한 최소 수백만 원짜리 고장 많은 돈 먹는 하마가 분명하다. 결국 대중화가 관건인데, 특수용 제품이 아니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그런 로봇. 저렴하게 대량생산에 나설 기업은 지금 봐선 역시 중국밖에 없어 보이는데, 덤핑으로 밀어내기를 로봇산업에선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안전 규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개인정보보호, 서버와 보안 문제는 또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 것인가. 당장 생각나는 문제가 너무 많아 앞날이 까마득하다.이젠 기술이 중요한 시대가 아니라, 대중화를 어떻게 구현시키고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냐에 달렸다. 내가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꿈을 꾸겠지만, 모든 사람이 하늘을 나는 자동차 도로라니..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희망적인 인사이트만 얻어 가자.——공학이나 프로그래밍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식탁을 치우는 로봇을 만드느니 차라리 화성으로 날아가는 로봇을 만드는 편이 쉽다. -202p이 책은 꿈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364p
아주 어렸을 적, 초등학교 앞에서 병아리 장수들이 있었다. 가끔씩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다. 백원이었나 오백 원이었나. 병아리 한 마리를 사고 기쁜 마음에 비닐봉지째 빙빙 돌리며 집에 왔더랬다. 동네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고 같이 놀고 일었는데, 가족들끼리 외출할 일이 생겨 친구들에게 놀아달라 부탁한 뒤 몇 시간 뒤에 다시 나의 병아리를 보고 싶단 설렘은 절망으로 뒤바뀌어버렸다. 죽었다. 몇 시간 전 만해도 삐악삐악 건강하던 애가 왜 갑자기 죽었을까. 나는 너무나 슬펐고 친구들도 같이 슬퍼하며 나를 위로해 주었지만, 어렸을 적 지나가는 그냥 그런 작은 기억이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 그 일을 다시 기억해 낼 때마다 내가 병아리를 죽였다는 죄책감이 몰려왔다. 그 작은 생명체를 비닐봉지에 넣고 빙글빙글 돌렸으니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내가 왜 그랬을까. 공감 능력이 부족하고 무지하고 경험이 없는 어린아이여서 그랬을 것이다.애기 때 지나가던 개미한테도 인사하던 아들 녀석이 이제는 보일 때마다 재미로 밟아 보고 싶어 한다. 그럴 때마다 개미도 생명이고 함부로 해선 안된다고 타이르고, 제대로 알아듣는 녀석이 대견하다.
처음 책을 받고 넘겨보았을 때 그 묵직한 판형과 두께 그리고 페이지 레이아웃의 완벽한 조합에 정신이 (좋은 쪽으로) 아찔해졌다. 제품 디자이너라면 말해뭐해인 디터람스의 디자인 작업물은 어디든지 검색하고 볼 수 있지만, 손안에 든 기막힌 레이아웃으로 정리된 책은 이게 처음이다.브라운의 디자이너로 누릴 수 있는 디자인 자유도를 가진 것에 부러움 백배를 넘어서 이런 디자인을 할 수 있다는 기회는 결코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인간에겐 인생을 바꾸는 기회가 몇 번 주어진다지만 나에게도 좀 오세요.
앞에서는 국민을 위한다고 말하면서 뒤에서는 돈과 권력을 탐하는 못된 탐관오리가 없는지 우리 모두 지켜봐야 해. -31p거창하신 어른들의 책에서 이런 글귀 본 적 있나? 청춘팔이 어용 지식인들의 글보다 수백 배는 소중하다. 현재 문화를 조선시대에 투영해 비추어보는 기획이 정말 탁월하다.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라지만 어른들에게도 권하고 싶을 재미있는 역사 지식들이 넘쳐난다.
아이들에게 여행은 공짜 티켓 파라다이스이다. 이보다 더 좋은 게 무엇이 있겠는가. 그러므로 그냥 어느 한 연휴의 지나가는 추억으로만 남기지 말고, 부모님의 노오력이 들어간 돈 뿌리는 과정으로서 알차게 기획하고 계획하고 느낀 점을 남기게 해주는 꽉 찬 구성의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다. 이걸 읽히게 하는 건 부모의 몫이긴 하지만, 사실 그게 가장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