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렸을 적, 초등학교 앞에서 병아리 장수들이 있었다. 가끔씩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다. 백원이었나 오백 원이었나. 병아리 한 마리를 사고 기쁜 마음에 비닐봉지째 빙빙 돌리며 집에 왔더랬다. 동네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고 같이 놀고 일었는데, 가족들끼리 외출할 일이 생겨 친구들에게 놀아달라 부탁한 뒤 몇 시간 뒤에 다시 나의 병아리를 보고 싶단 설렘은 절망으로 뒤바뀌어버렸다. 죽었다. 몇 시간 전 만해도 삐악삐악 건강하던 애가 왜 갑자기 죽었을까. 나는 너무나 슬펐고 친구들도 같이 슬퍼하며 나를 위로해 주었지만, 어렸을 적 지나가는 그냥 그런 작은 기억이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 그 일을 다시 기억해 낼 때마다 내가 병아리를 죽였다는 죄책감이 몰려왔다. 그 작은 생명체를 비닐봉지에 넣고 빙글빙글 돌렸으니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내가 왜 그랬을까. 공감 능력이 부족하고 무지하고 경험이 없는 어린아이여서 그랬을 것이다.애기 때 지나가던 개미한테도 인사하던 아들 녀석이 이제는 보일 때마다 재미로 밟아 보고 싶어 한다. 그럴 때마다 개미도 생명이고 함부로 해선 안된다고 타이르고, 제대로 알아듣는 녀석이 대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