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살린다, 아가새돌봄단 샘터어린이문고 84
홍종의 지음, 남수현 그림 / 샘터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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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렸을 적, 초등학교 앞에서 병아리 장수들이 있었다. 가끔씩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다. 백원이었나 오백 원이었나. 병아리 한 마리를 사고 기쁜 마음에 비닐봉지째 빙빙 돌리며 집에 왔더랬다. 동네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고 같이 놀고 일었는데, 가족들끼리 외출할 일이 생겨 친구들에게 놀아달라 부탁한 뒤 몇 시간 뒤에 다시 나의 병아리를 보고 싶단 설렘은 절망으로 뒤바뀌어버렸다. 죽었다. 몇 시간 전 만해도 삐악삐악 건강하던 애가 왜 갑자기 죽었을까. 나는 너무나 슬펐고 친구들도 같이 슬퍼하며 나를 위로해 주었지만, 어렸을 적 지나가는 그냥 그런 작은 기억이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 그 일을 다시 기억해 낼 때마다 내가 병아리를 죽였다는 죄책감이 몰려왔다. 그 작은 생명체를 비닐봉지에 넣고 빙글빙글 돌렸으니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내가 왜 그랬을까. 공감 능력이 부족하고 무지하고 경험이 없는 어린아이여서 그랬을 것이다.

애기 때 지나가던 개미한테도 인사하던 아들 녀석이 이제는 보일 때마다 재미로 밟아 보고 싶어 한다. 그럴 때마다 개미도 생명이고 함부로 해선 안된다고 타이르고, 제대로 알아듣는 녀석이 대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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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터 람스 : 미니멀리즘의 미학
디터 람스.클라우스 클렘프 지음, 안예나 옮김 / 유엑스리뷰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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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받고 넘겨보았을 때 그 묵직한 판형과 두께 그리고 페이지 레이아웃의 완벽한 조합에 정신이 (좋은 쪽으로) 아찔해졌다. 제품 디자이너라면 말해뭐해인 디터람스의 디자인 작업물은 어디든지 검색하고 볼 수 있지만, 손안에 든 기막힌 레이아웃으로 정리된 책은 이게 처음이다.

브라운의 디자이너로 누릴 수 있는 디자인 자유도를 가진 것에 부러움 백배를 넘어서 이런 디자인을 할 수 있다는 기회는 결코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인간에겐 인생을 바꾸는 기회가 몇 번 주어진다지만 나에게도 좀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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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있는 조선 역사 마음틴틴 23
문부일 지음, 신병근 그림 / 마음이음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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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는 국민을 위한다고 말하면서 뒤에서는 돈과 권력을 탐하는 못된 탐관오리가 없는지 우리 모두 지켜봐야 해. -31p

거창하신 어른들의 책에서 이런 글귀 본 적 있나? 청춘팔이 어용 지식인들의 글보다 수백 배는 소중하다. 현재 문화를 조선시대에 투영해 비추어보는 기획이 정말 탁월하다.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라지만 어른들에게도 권하고 싶을 재미있는 역사 지식들이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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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아닌 아이표 가족여행 지식 잇는 아이 20
진향숙 지음, 나유진 그림 / 마음이음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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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여행은 공짜 티켓 파라다이스이다. 이보다 더 좋은 게 무엇이 있겠는가. 그러므로 그냥 어느 한 연휴의 지나가는 추억으로만 남기지 말고, 부모님의 노오력이 들어간 돈 뿌리는 과정으로서 알차게 기획하고 계획하고 느낀 점을 남기게 해주는 꽉 찬 구성의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다. 이걸 읽히게 하는 건 부모의 몫이긴 하지만, 사실 그게 가장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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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그대로의 자연 - 우리에게는 왜 야생이 필요한가
엔리크 살라 지음, 양병찬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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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인류는 지구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나는 인간은 전혀 다른 외계종으로 지구에 도착해, 지구를 착취하고 있다고 플라스틱, 콘크리트, 각종 전자제품들을 쏟아내 오염을 시키고 있는 지구의 암적인 존재란 믿음이 있었다.

유기물 미생물 다세포 생명체, 각자 자신이 맡은 역할과 이 모든 경계들이 유기적인 초연결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당연하듯이 바라보는 나 자신의 모습에 가끔씩 놀라곤 한다. 생태계, 특히 해양 생태계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 이유는 아마도 바다는 일반인들의 눈에 띄지 않는 규제 사각지대이기 때문이겠다. 생태학자들이 항상 이야기하는 양심에 호소하는 방법은 이제 좀 답답하지만 어쩌겠나. 다수를 변화시키는 일은 절대 양심으로만 이루어낼 수가 없다.

이 책은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생명체 대모, 가이아 가설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간략하고 정직한 입문서로 모자람이 없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자연의 경이로움만 보여주는 것이 아닌, 13장 ‘자연의 경제학’의 보급 및 홍보임을 분명히 명시할 필요가 있다. 결국 자연은 돈이 된다를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
모든 결정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돈〉이다. 내 경험상 보호 지역 지정을 논의할 때 재무 장관이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은 〈비용이 얼마나 들까요?>일 확률이 95퍼센트다. -17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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