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합리화의 동물이라고 하지만 우리의 뇌는 우리를 케어 하기는커녕 죽지도 못하게 -처절하게- 찔끔찔끔 극도의 효율적인 방식으로 우리를 가두고 훈련시키고 외롭고 비참하게 만든다.이 분 글을 처음 읽고 느꼈던 건 나도 글쓰기를 해 볼 수 있겠구나, 자신감이란 뉘앙스의 단어와 전혀 다른 뜻이다. 표현 방식이 친절하지 못한데, 의식의 흐름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날 것의 그 고약한 느낌이 있다. 그렇다고 환상문학도 아니라 뚜렷한 정신이 뒤엉켜있다고 해야 되나.생각지도 못한 소재가, 내가 좋아하는 소재가 포함되어 있어 아주 신이 났다. 코맥 매카시가 쓴 과학자라니. 양자역학도 거론하고 오펜하이머, 이중 슬릿도. 소설에서 거론되는 여러 지식들을 조금이나마 알고 있다는 사실에 꽤 뭐랄까 뿌듯한 느낌이었다. 철학은 논외로.코맥 매카시의 단어들은 오탈자가 생기더라도 의도적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독보적이다.-근래에 본 가장 멋진 북 디자인.———도움이 되거나 생각난 작품들.크리스토퍼 놀란의 ‘오펜하이머’그의 원작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수재나 캐헐런의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코맥 매카시의 ‘선셋 리미티드‘스타니스와프 렘의 ‘솔라리스’더글러스 엠린의 ‘동물의 무기’———자기가 미친 걸 알만큼 제정신이면 자신이 제정신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만큼 미친 건 아니니까요. -25p실재의 의미를 정의해주세요. -29p사람들은 결국 세상이 자신을 마음에 두고 있지 않다는 걸 파악하게 돼요. -43p그렇지만 자기 문제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세상의 문제가 뭘 의미할 수 있겠어요? -88p하루하루는 길지만 한 해는 짧죠. -94p기쁨은 그와 반대로 고마움조차도 가르치지 않죠. -161p안 괴로운 꿈도 있나요? -222p괜찮나요?괜찮아요.나중에 다시 이야기하는 게 나을까요?괜찮아요. -237p미치려면 언어가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300p이해를 정의해주세요. -314p
전투를 방불케하는 무시무시한 수술실이란 전쟁터. 수술실에서 삶의 자세, 인생을 배우는데 꼭 거창한 자기계발서나 철학서가 필요한 게 아니다.온갖 전문용어들과 디테일한 상황 표현이 전혀 알기 못하지만 그 긴장감과 긴박함은 텍스트를 통해 뚜렷이 전달된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속독으로 넘어가도 무방하다.한순간의 실수로 인간의 목숨을 날려버릴 수 있는 폭풍이 몰아치는 낭떠러지 옆에 서 있는 기분이란,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관련자들이나 전공자들에겐 정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일반인에게도 삶의 자세에 대해 많은 것을 고찰하게 만든다. 삶을 대하는 에티튜드는, 그 프로세스는 공통점이 꽤 많다.———도전이라는 말이 기묘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신경외과에서는 모든 수술을 새로운 도전으로 간주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33p우리는 항상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다. -230p 정상에 오르려면 자기 자신을 괴롭힐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338p
오래간만에 정말 따뜻한 텍스트를 보았다.동화는 시시하고 어린 친구들이나 읽는다는 편견을 가지고 살았는데, 이 동화들은 연령을 초월하는 따뜻함과 진솔함을 가지고 있다. 짧은 SF 단편들이지만 상상력 가득한 풍부한 이야기에 가슴이 찐하고 포근해지고, 강한 긍정적인 충격을 받았다.테드 창 소설의 아동용 버전이라 칭할 수도 있겠지만 이 단편들을 성인들에게도 강하게 추천하는 이유는, 아이들의 눈을 통해 우리를 돌아보게 만드는 짧지만 사고가 휠씬 확장되는 마법의 플롯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성인들을 위한 소장판 꼭 출간되길.———반짝이는 별먼지만남과 뜻밖의 이별 그리고 새로운 미래를 바라보는 희망찬 다음 도약에 대한 꿈같은 인생 살아가기. 우린 모두 별먼지의 자식들이다.———타보타의 아이들생명체란 정의 중 하나인 ‘자신의 DNA를 후대에 물려주는 행위’를 하지 못하는 인공지능 로봇의 따뜻한 행위, 꽤 슬픈 이야기이다. 생명체가 아니더라도 자손을 낳지 못하더라도 서포터로서 최선을 다하는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로봇에게 훈훈한 감정을 느낀다.———달로 가는 길스필버그 감독의 AI가 생각나는 이 소설은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인간의 시점에 따라 아무 일도 아닌 것이 로봇에게 인격을 부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감정을 억누르는 연출에 깊은 인상을 남기며 마지막까지 정말 슬프게.. 장막을 내린다.이런 시나리오로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들어오지 마시오학원물에 ET가 만난 듯한 이 느낌은 성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어릴 적 이야기에 교훈적인 은유를 담고 있다.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지나3.0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와 로버트 A. 하인리히의 ‘별을 위한 시간’이 연상되는 타임 관련 소재는 가족의 소중함에 신선한 소재가(형제 토토) 더해져서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일단 구성이 알차다. 이런 공간 디자인에 대한 책은 처음 보는데, 사실 처음엔 부동산 입지만 이야기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보다 부동산을 브랜드로 보는 신선한 관점을 알 수 있었고, 생각보다 휠씬 유용한 내용이 많았다.입지부터 공간, 인터뷰, 브랜딩 스토리, 인테리어, 상권비교까지 모든 걸 갖춘 토탈 스페이스 디자인이랄까. 특히 사실 임대료 가격 같은 건 영업 비밀일 수도 있는데, 주변 시세를 비교 분석해 줘서 진심이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딱딱한 이야기가 아니라 운영자의 실무적 마인드와 디자인 서적에서 볼 수 있을법한 그레인 가득한 사진들도 꽤 멋지다.
이런 ‘빌어먹을’ 책에 나오는 말투는 과학 교양서에 꼭 필요한 스탠스이자 트렌드이다.예전에 양자역학을 검색하다 어느 종교인의 블로그를 봤었는데 정말 가관이었다. 양자 역학의 설명할 수 없는 흥미로운 특징을 나열하고, 보이지 않는 주님도 그런 식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헛소리를 떠들고 있더라. 종교를 비방하는 게 아니라,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끼워 맞추는 안타까운 인간의 완벽한 예시였다. 이 책의 저자도 그런 사이비들에 접목시키는 비즈니스를 하도 많이 봐와서 그런지 진저리가 난 모양이다.언제까지 자기계발서에 억눌리고 살 것인가. 이런 머리 아픈 과학 서적들도 빌어먹을 느낌으로 독자들에게 가깝게 다가가야 한다. 똑똑한 교수님들 이력서에 출간 서적 한 줄 넣어보려 똥 같은 책들 팔아재끼는 거 보면 나만 열받나?친근한 옆집 아저씨 같은 말투지만 역시나 수학과 어려운 전문용어를 사용하는 영자 역학은 너무나 어렵다(당연한 소리지만), 그리고 재미있다./양자역학의 기본 토대인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를 쉽게 설명하자면.. 음.. 일단 모든 것은 항상 움직인다고 전제를 하면 조금 쉽게 이해할 수가 있다.어떤 원자의 움직임과 위치를 동시에 측정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원자를 관찰한다면(사진을 찍었다고 치자) 그건 정지된 원자이므로 이미 과거의 모습이다=어디로 움직이는지 알 수 없다. 반대로, 실시간으로 원자의 움직임을 보고 있다면 그건 고정될 수가 없다=위치를 알 수가 없다. 짜잔. 이게 불확정성 원리이다./정답보단 질문에서 해답 찾기.양자 얽힘에 대해서 이렇게 많은 분량을 가진 과학서는 처음 보지만, 대답이 먼가.. 둥글게 말아놓고 다음 질문은? 이런다.그리고 가장 궁금했던 미시 거시 세계의 경계선이 어디인가? 역시나 명쾌한 답이 없다. 답이 없는 게 사실인가 보다.———••과학에 자신의 목숨이 달렸을 때는 과학을 사랑한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당신의 지갑을 노리는 교활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13p••우리가 하는 일들은 대부분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나올 때까지 아이디어들을 마구잡이로 찔러보는 것임을 기억하자. -30p양자 세계에는 중첩이 포함되어 있는데 고전적 세계는 그렇지 않다면 그 경계선은 정확히 어디일까? -140p재미있는 여담으로 한마디 하자면, 우리가 오늘날 누리고 있는 기술 중에는 그냥 물리학 그 자체를 위해서 생각하다가 나온 개념에 뿌리를 둔 것이 많다. -222p양자 기술에 대한 헛소리가 있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기업을 하는 사기꾼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기술'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새롭고 반짝거리는 것만 보이면 무엇이든 달려든다. -23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