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는 왜 가위처럼 생겼을까 - 2025년 행복한아침독서 추천도서
다나카 미유키.유키 치요코 지음, 오쓰카 아야카 그림, 이효진 옮김, 김범준 감수 / 오아시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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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가득가득, 아들에게 모르는 게 없는(그래야만 한다) 아빠들을 위한 치트키.

사실 처음 표지와 제목을 보고 아동 서적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아빠가 아들에게 많이 안다며 우쭐거리며 알듯 말듯 아리송한 지식들을 가볍게 되짚고 가르쳐 줄 수 있는 그런 디자인 원형에 대한 멋지고 소중한 이야기이자, 유용한 지식이다.

물리학도가 적은 글이지만 기본 도구의 형태라는 건 수많은 시간이 흐르며 시행착오와 수많은 프로토타입들이 개선의 개선을 더해진 인류의 엑기스라고도 할 수 있다. 이건 감히 디자인이란 단어도 물리학이라는 단어로도 불리긴 한참 모자란, 인류의 역사이자 보물이다.

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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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디자이너는 참으로 이상한 직업이다. 예술적 감각과 상업적 타협 사이에서, 시안들이 묻혀버리고 언제나 한정된 폼과 자원 안에서 디자인 자유도는 처절하게 제한된다. 예술가도 아니오 엔지니어도 아닌데, 그렇다고 그 중간에서 무언가를 연결해 주는 애매하면서도 뭐랄까. 점점 존재가치가 밋밋한 맹물 같다고 해야 되나. 회의감을 많이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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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는 혼자 진화하지 않는다 - 인류의 삶을 뒤바꾼 공진화의 힘
피터 J. 리처슨.로버트 보이드 지음, 김준홍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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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물은 모든 것들이 상호작용된 결과다. 인류를 쥐어짜 만들어낸 이 유기체들의 위대한 무형의 문화는 마치 DNA처럼 우리들과 공생하며 살아간다. 문화란 거창한 단어에 주눅들 필요는 없다. 인간이 만들고 세대를 거쳐서 이어져 온 모든 것이 문화다.

아날로그의 문화에서 디지털과 초고속으로 모든 것을 연결하고 융합되는 데이터 홍수의 시대에 막대한 자료들을 불량식품처럼 맛있게 가공하고 마법이라고 우기는 그것을 우리는 AI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상상하는 이상으로 소수의 권력에 편중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왜냐하면 AI라고 하는 것들은 진짜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당연히 발전은 하겠으나, 초기 거품(아주 길 거라 생각한다)에서 이득을 봐야만 하는 수십수백조의 돈들이 바로 소수의 권력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무지막지한 돈들을 쏟아냈으니 그들이 바라는 건, 마케팅 결과물은 항상 아름답게, 상상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는 장밋빛 희망으로 우리들의 돈을 쓸어갈 것이다. 비즈니스는 변한 게 하나도 없다. 유토피아를 팔아라. 그리고 돈을 쓸어 담아라. 이렇게 문화는(좋든 나쁘든) 막강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와 클릭수가 목적인 기사들이 미디어 문화를 점령하고 있으니, 주체적인 삶을 살기엔 너무 힘든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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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거의 모든 속성은 유전자와 문화에서 비롯된다. -36p/

자유의지가 무너져내린다. 우리의 행동은 예측 가능한 확률의 영향을 받으며 앞 날을 내다볼 수 있다. 5초 뒤에 우리가 어디에 무엇을 하고 있을지 거의 백 프로의 확률로 예측 가능하지 않나. 그럼 5시간? 그것도 어느 정도 예측된다. 5일 5개월 5년 뒤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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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역할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인간의 모든 다양성을 유전적 및 환경적인 변이로만 설명하려고 한다. -56p/

인간 종만이 유일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문화는 진보하고 보완되고 세대를 통해 고스란히 전달된다. 복리로 축적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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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문화적 진화는 근본적으로 그 기본적인 구조에 있어 다원적이다. -116p/

생물학적 진화와 문화적(무형) 진화에 유사점이 존재한다는 이야기에서 소름이 돋는다. 정확히 어떤 책에서 봤었는진 기억이 나질 않지만, 문화가 대물림되는 특성이 오히려 생물학적 진화보다 휠씬 효율적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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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새로운 특질을 득할 때 자주 명성 편향을 이용하며, 높은 지위에 있는 "여론 주도층"의 관행을 모방하는 경향이 높다. 특히 가난하고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들은 혁신들을 직접적으로 평가하는 비용을 감당할 만한 여력이 없기 때문에 이런 경향이 더 높다. -213p/

특히 부자 만들기 자기계발서 따위에서 이런 편향을 이용한 마케팅을 자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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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우리가 옳다면 문화는 유전자가 스스로 해낼 수 없는 일을 해내기 때문에 적응적이다. -244/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뛰어넘는 문화의 우월성. 인간은 생물을 뛰어넘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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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는 자기 스스로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할 수 없다. 문화적인 변이도 몸과 뇌가 없이 혼자 힘으로는 아무것도 해낼 수 없다. -320p/

상호보완적이라는 이상적 결말.

-생각난 서적
대니얼 C. 데닛의 ‘박테리아에서 바흐까지, 그리고 다시 박테리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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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심장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41
조지프 콘래드 지음, 황유원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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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옥의 무시록을 정말 인상깊게 본 경험이 있는데, 원작이라니.. 빨리 읽어보고 싶습니다. 기대치가 정말 지옥으로 가네요! 조지프 콘래드 소설도 처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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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현대지성 클래식 59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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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사랑이 먼지.

짧고 함축적이고 대담하고 여백의 미가 황홀하다. 전체 도면을 펼쳐보는 것보다, 여러 단면들을 통해 전체적인 그림을 유추해 내면, 잘 보이진 않지만 추악한 황금 용이 나타난다.

누구나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그게 사람들에게 명예라든지 외부적인 그림들이라든지 그런 것 따윈 필요 없고, 조금 더 양심에 맞게 진심이 묻어나는 내면의 삶이 있다면 존경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인간이다.

…죽으면 끝이다. 장례식이 참 좋은 장치인 게 예의는 죽은 사람에게 하는 것인데, 죽은 뒤에 예의를 표할 대상이 없으면 나 몰라라 하는 것이다. 결국 남을 위한다는 건 헛소리에 가깝다. 모든 건 나를 위해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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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중간 나오는 일러스트들과 친절한 각주들이 이 아름답고 씁쓸한 이야기에 맛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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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부에 있으면서 동시에 외부에 있는 사람처럼 -57p

나의 존재가 오히려 단들이 있다는 느낌을 한층 포근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13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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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E. 커밍스 시 선집 을유세계문학전집 134
E. E. 커밍스 지음, 박선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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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마음 가는 대로 느끼는 대로 읽고 보고 음 그렇군 하며 허세도 부려보고 이해하는 건 아니 이해한다는 정의부터 바꿔야 할 것 같다. 번역가에 대한 인식도 바꿔야 할 것 같고, 이게 왜 유명한 건지도 모르겠고, 하지만 글 쓰는 방법에 대한 강박이 없어지는 신기한 체험도 동시에 느꼈다. 내가 이런 시를 적었으면(참 의미 없는 말이지만 뒤에 적을 말을 하기 위해서) 선생님한테 귀한 종이에 무슨 짓이냐 하고 한대 처맞을, 무슨 말장난 같다는 느낌이다.

이제야 시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양자역학처럼, 이해는 못 하지만 탐독할 때는 자유를 만끽하는 순간의 행복을, 이런 시를 읽을 때도 무슨 의도인지 전혀 이해를 못 하지만 그냥 즐기면서 읽으면 된다고 자기 최면을 걸 수 있다는 정신승리를 얻을 수 있다. 주제별로 나눈 건 정말 좋았는데, 조금 산문 같은 느낌의 장은 매끄럽게 음미하며 살짝 맛볼 수 있는 시들도 꽤 된다.

시의 매력에 빠져보실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도대체 머가 먼지 하나도 모르지만, 즐겨야만 된다는 자기 최면은 확실하게 체험할 수 있다.

표현의 신선함에 점수를 살포시 놓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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