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E. 커밍스 시 선집 을유세계문학전집 134
E. E. 커밍스 지음, 박선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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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마음 가는 대로 느끼는 대로 읽고 보고 음 그렇군 하며 허세도 부려보고 이해하는 건 아니 이해한다는 정의부터 바꿔야 할 것 같다. 번역가에 대한 인식도 바꿔야 할 것 같고, 이게 왜 유명한 건지도 모르겠고, 하지만 글 쓰는 방법에 대한 강박이 없어지는 신기한 체험도 동시에 느꼈다. 내가 이런 시를 적었으면(참 의미 없는 말이지만 뒤에 적을 말을 하기 위해서) 선생님한테 귀한 종이에 무슨 짓이냐 하고 한대 처맞을, 무슨 말장난 같다는 느낌이다.

이제야 시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양자역학처럼, 이해는 못 하지만 탐독할 때는 자유를 만끽하는 순간의 행복을, 이런 시를 읽을 때도 무슨 의도인지 전혀 이해를 못 하지만 그냥 즐기면서 읽으면 된다고 자기 최면을 걸 수 있다는 정신승리를 얻을 수 있다. 주제별로 나눈 건 정말 좋았는데, 조금 산문 같은 느낌의 장은 매끄럽게 음미하며 살짝 맛볼 수 있는 시들도 꽤 된다.

시의 매력에 빠져보실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도대체 머가 먼지 하나도 모르지만, 즐겨야만 된다는 자기 최면은 확실하게 체험할 수 있다.

표현의 신선함에 점수를 살포시 놓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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