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나의 자극적인 표현과 장면 없이 숨 막히게 그려낸 우중충한 회색 빗물.이 소설을 ‘고딕 로맨스’로 지칭하는 건 너무 저평가하는 단어 같은데, 로맨스는 단지 인간의 수많은 감정 가운데 한 면일 뿐이다. 몇 명 되지도 않는 등장인물들을 데리고 만든, 으스스하고 안개 낀 간결한 문체로 이루어진 절묘한 인간 심리극이라고 지칭해야 된다. 단편적인 캐릭터는 하나도 없다는 게 더욱 놀랍고, 중반 사건 이후 벌어지는 플롯들을 보면 왜 서스펜스의 대가라는 별명이 붙었는지 여실히 알 수 있다. 레베카보다 휠씬 극적이고 아찔하고 압축적이다.
우리 인간도 자연에서 태어나고 진화된 생명체임에도 수많은 질병들에 고통받는 건 아마도 필연적이지 않을까.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문명을 이루고 과학이 발달하고 먹을 걱정 없이 사는 인간이란 종이 수명이 길어짐으로 얻어지는 불편한 것들. 고도로 발달된 문명의 혜택에 부작용과 반작용이 없을 수가 있겠나. 문명이 발전할수록 더불어 우린 현명해져야 되고 지혜롭게 살아가야 된다. 이 책은 동물들의 사례를 통해 인간들이 알고 배워야 할 여러 잡다한 의학 지식들을 전달해 준다. 식습관, 스트레스 관리. 운동. 누구나 알고 있는 건강에 필요한 이야기를 한다고 재미가 없는 건 아니다. 다시 한번 건강을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근데 맛있는 걸 도대체 어떻게 포기하는가. 그것이 문제로다.
천왕성 해왕성은 눈 같애. 우주 젤리 같애. 지구가 돌아가잖아. 그럼 인공위성도 돌아간다고 했잖아. 우주엔 공기가 없으니깐 충돌하면 다른 곳으로 뻥 가겠지. 지구랑 충돌할 수 있으니깐 망원경이 멀리 떨어져 있는 줄 알았어. 태양 플레어 분출이 신발같애. 화성 정찰 위성 모습이 할아버지 머리 같애. 우주집은 이글루 같은 것으로 연결되어 있네. 화성에 물은 옛날에는 있었어. 완전 재미있어서 9점이야. 물곰이랑 태양의 중력이랑 우주 쓰레기가 기억 남아.
상식에서 조금 더 나아간 익히 인지하고 있었던 정보이지만 실체를 알 수 없었던 ’최‘상식의 유익한 이야기와 정보 그리고 일반인은 거의 알지 못하는 전문지식 사이에 절묘한 밸런스가 아주 돋보이는 과학서다.제목과 표지에서 알 수 있듯이 홍채를 들여다보면 하나의 우주처럼 보이는 경이로운 디자인에 빠질 수밖에 없다. 자연은 이렇게 아름답고 처절하게 진화하고 축적된다. 참 가독성이 좋게 만들어진 책이란 생각이 드는데, 사례들을 보면 우리가 살면서 경험하거나 궁금했던 것들을 자연스럽게 지식들과 결합시켜 정보들을 전달해 준다. 색과 파장, 적외선 자외선 그리고 안경 착용 야외활동 눈의 구조 등. 흡사 눈에 대한 유용한 액기스들을 모아 놓은 건강에 좋은 생즙 컬렉션 같다.이젠 하늘이 왜 파란지 물어보는 아들의 질문에 당황하지 않고, 최소한의 개념을 알려줄 수는 있게 도와준 고마운 책.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근데 그렇다고 평생 집구석에서 머물 순 없지 않은가. 사회 초년생의 절망 풍자극이라고 한다면 너무 짧은 생각일까.비호감 천국. 주변 캐릭터들도 정신병자 같고, 주인공도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말하는 건 참 똑똑하고 어른스러워 보이는데, 갑자기 그놈의 반항심은 왜 자꾸 급발진하는지. 웃어야 할지 짜증 내야 할지 모든 인물들이 세상은 요지경이다.나에겐 모험소설이자 공포 판타지 소설로 보인다. 낯선 환경에서 벌어지는 우연한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데, 여러 장르가 뒤섞여 몽환적인 느낌까지 든다. 실제로 정말 고생하겠지만 겉으로만 한번 경험해 보고 싶긴 하다. 낯선 공간은 항상 여운이 남기 때문에. 그리고 타인에 의한 불가항력적인 사건 사고가 생기는 걸 보면, 정말 호의는 덮어두라고 하고 싶다. 호의는 호의를 부르기에, 마음의 빚을 왜 가지고 사나. 결국 기브앤테이크다. 그냥 안 주고 안 받기 합시다 좀.읽다가 이 소설의 맥락을 파악하고 난 뒤에 바로 떠올린 영화는 마틴 스콜세지의 걸작 ‘특근’이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악몽이 이어지는 아찔한 분노 유발 환상극.-독서를 하면서 틈틈이 생각나는 느낌들을 글로 옮겼는데 완독한 지금, 앞에 글들을 다 고쳐 써야 될 것 같다.-왜 뭉크의 그림을 표지로 썼는지 의아했는데,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덮고 보니 완벽한 매칭이었다.